▶ 장기흥행작 일컫는 은어… 영화계 호황의 원동력
‘몰 캅’‘슬램독 백만장자’등 선전
전년대비 극장수입 16% 늘어
“관객층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
할리웃은 지난 10여년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발 달린 영화’(movies with legs)가 그것이다. 할리웃 영화사 간부들과 영화관 운영주들 사이에 수주 동안 간판을 내거는 장기상영 영화를 의미하는 은어인 ‘발 달린 영화’는 관객 수와 티켓 판매 수입의 급증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증가세는 오랫동안 영화계 수입의 중추역할을 해 온 DVD 판매가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주춤하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반가운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경기침체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에 부정적 여파는 미치지 않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영화 티켓 값은 8달러가 넘고 팝콘 등 주전부리에 보통 5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금년 첫 9주 동안의 영화 관객 수는 이 시기가 전통적으로 슬로우한 시즌임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나 늘었다. 또 영화 수입은 16.5%가 증가했다. 연장 상영되고 있는 소니사의 코미디 ‘몰 캅’과 20세기 팍스의 스릴러 ‘테이큰’, 그리고 포커스 영화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랄라인’, 워너 브라더스의 ‘그랜 토리노’ 등은 수주 간 혹은 수개월 간 간판이 걸리면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3개월 전 몇 개 극장에서 개봉됐던 팍스 서치라이트사의 저예산 영화 ‘슬럼독 백만장자’는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자리매김 했다. 뭄바이의 교육받지 못한 한 소년이 인도의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 원하는가’라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다는 스토리를 다룬 이 영화는 미국에서 4번째로 가장 인기를 끈 영화에 올라 있다.
극장주들과 영화 배급자들은 이런 현상을 개봉 영화들이 날로 다양해지면서 광범한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영화계는 관객들과 소통하는 호소력 있는 작품들이 있는 한 불황에 저항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국에서 가장 큰 극장체인인 리갈 엔터테인먼트의 최고위 간부인 마이크 캠벨은 말했다.
영화사 관계자들은 오늘날과 같은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장기 상영될 수 있는 힘을 지닌 작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매주 여러 편의 새 영화가 수천 개의 극장에서 개봉되면 다른 영화들이 간판을 내려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면 상영 두 번 째와 세 번 째 주 수입은 격감할 수밖에 없다.
LA 웨스트사이드에서 인기 있는 아트하우스 멀티플렉스인 랜드마크 디어터의 책임자 테드 머도프는 “장기 상영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머도프는 ‘레슬러’ ‘책 읽어주는 남자’ ‘밀크’ ‘슬럼독’ 등의 흥행으로 금년들어 자사의 수입이 2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는 영화 티켓 값 상승으로 수년 동안 관객 정체현상을 겪어 온 극장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순익의 상당 부분을 DVD 판매로 올려 온 영화 제작사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관객 증가는 DVD 판매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니 영화사 세계 보급 책임자인 제프 블레이크는 “몰 캅, 테이큰, 그랜 토리노 같은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편의 영화가 개봉 첫주 수입의 4배 혹은 5배의 수입을 올리며 장기 상영되는 것을 ‘타이태닉’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1997년 작 ‘타이태닉’은 수차례 영화관을 찾은 여성 관객들의 뒷받침으로 무려 15주간이나 흥행 수위를 지켰으며 전 세계적으로 18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것은 지금까지 최고기록이다.
블레이크는 최근의 장기 상영작 증가는 관객층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최근 수년간 영화계는 젊은 관객들에 의해 굴러 왔다. 이들은 개봉 첫 주에 영화를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제는 개봉 후 2주나 3주 후에도 영화관을 찾는 나이 든 관객들이 늘고 있다”고 블레이크는 말했다. 달라스에 본사를 둔 미국 3위의 극장체인인 시네마크 USA의 팀 워너 사장은 모든 업종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처럼 잘 나가는 또 업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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