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훼어팩스 노숙자센터 자원봉사 나 운 주 목사
맑은 날씨 속에 겨울 한복판의 추위가 제법 느껴지던 21일 오전 11시경. 버지니아 훼어팩스에 위치한 한인 마켓 롯데플라자 인근의 한 노숙자센터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주 10시30분에 열리는 성경공부시간이다.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히스패닉인 그들 속에서 나운주 목사의 얼굴은 쉽게 눈에 띄었다.
“하나님의 목소리를 누구나 듣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의 기도를 통해 확증돼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할 때 필요한 안전장치입니다.”
나 목사가 이곳 ‘램 센터(Lamb Center)’를 찾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부터다. 크로스커뮤니티교회를 담임하면서 매달 한 번씩 워싱턴 DC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복음을 전해오던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의 가난한 자들 또한 내가 돌봐야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여러 가지 자원 봉사를 하고 있지만 특히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성경공부 시간은 나 목사가 인도하고 있다.
“한인사회에 적지 않은 구제, 봉사단체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불쌍한 이웃들에게는 잘 눈길을 주지 못합니다. 저 멀리 있는 선교지, 혹은 가난한 자들만 섬겨야 한다는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훼어팩스 카운티는 전국서 몇 번째 되는 부자 카운티입니다만 이 지역에도 1,000여명의 노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디렉터를 맡고 있는 밥 와이어트 목사가 “램 센터가 겨울에는 하루에 80명 이상, 여름에는 65명 정도의 노숙자, 빈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거들었다. 75개의 주변 교회들이 협력하고 있고 이중 한인교회도 몇 개 있다.
사람들은 노숙자들을 약물에 중독됐거나 정신적으로 병이 있는 사람 취급하며 도와줘 봐야 갱생의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만 와이어트 목사와 나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틀린 말은 아닐지 몰라도 이들 역시 ‘영적으로 병이 든’ 하나님의 자녀들이고 누군가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숙자를 대하는 나 목사의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도 젊을 때 인생을 비관하며 알콜 중독자로 보낸 적이 있고 자살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와이어트 목사의 노숙자 봉사는 40년이 넘는다. ‘램 센터’에서는 4년 째. 그는 “어느 봉사단체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산과 인력이 늘 부족하다”며 한인들의 협력과 관심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직접 나와서 돕는 것도 좋고 물질적인 지원도 좋다.
나 목사는 “특별히 한인교회들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이들을 돌볼 것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도 커뮤니티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목회는 한인교회들이 새롭게 눈떠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자원 봉사 차원이지만 앞으로 와이어트 목사와 협의해 한인들만이 할 수 있는 사역들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과 점심을 공급하고 노숙자들에게 교회를 개방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사역, 옷가지나 생필품을 나눠주는 봉사는 나 목사에게 전화하면 언제든지 방법을 알려준다.
문의 (703)864-0294 나운주 목사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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