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잡는 점수
3월부터 실시되는 SAT ‘스코어초이스’를 두고 학생들이 혼동에 빠졌다. 대학 진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를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지난 연말 칼리지보드가 제시한 방침을 일부 대학들이 퇴짜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유펜, USC, 포모나, 클레어몬 매키나, 코넬, 스탠포드로 시작하여 최근의 예일대학 발표에 이르기까지, 이들 대학은 예전처럼 지원자에게 모든 SAT 점수를 제출하라고 나섰다.
스코어초이스를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보험자의 운전경력을 살필 때 기록이 좋았던 특정 연도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3년 또는 5년 전의 모든 기록을 거슬러가는 것과 같다.
즉, 지원자의 SAT 점수도 치를 때마다 달라졌다면 그 패턴을 살펴보며 총체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점수를 올리려고 SAT시험에만 매달리는 학생을 가려내겠다는 현명한 처사다.
대학의 거부권 행사를 예측하지 못했던 칼리지보드, 애초에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대학지원자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친절을 베풀며 SAT응시자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을까.
표준시험 시장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위세를 보이다가 2005년, 무려 4000명 학생의 시험지 채점착오로 2백85만 달러를 물어내는 고역을 치르며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점수선택 제출을 허용하여 표준시험 시장을 잠식해온 ACT를 견제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사실, 칼리지보드는 1993~2002년 사이에 스코어초이스를 SAT II (과목별 시험)에 적용했었다. 그 당시 정책을 접은 이유는 저소득층 학생과 소수민족학생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양심선언에 근거했었다. 최근 들어 마음이 바뀐 것은 비영리단체로써 올리는 년간30억 달러 수입이 불만족하여 돈이 눈에 아른거려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칼리지보드는 시험비용 또는 과외비를 걱정 없는 학생층을 다시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코어초이스 정책에 학생들은 “마음 놓고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좋다”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때가 아니다. 세 번째 시험 이후로는 SAT 점수에 거의 변동이 없다는 통계를 감추고 말하지 않는 마키아벨리주의적인 칼리지보드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경쟁이 심한 대학에서 고득점자 지원자들을 수두룩하게 떨어뜨리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30년 후를 내다보아야 한다. 한 예로, 80년대 초, 뉴욕의 브롱스 과학고등학교 졸업생 중 SAT 최고득점자 4명은 의사, 실험실 기술자, 책 표지 디자이너, 그리고 무직자가 되었고, 중간점수를 받은 학생 2명은 변호사,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주립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부모는 칼리지보드가 자녀의 인생을 결정해주는 기관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하나의 해답이 있는 사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한 자녀가, 경제침체, 이라크 철군, 또는 중동전쟁처럼 해답 없는 실제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자녀의 손이 올라가지 않고, 사교모임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칼리지보드는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같은 소비자 경고를 모든 표준시험에 이렇게 표기해야 한다. “사지선다형 시험은 사회생활에 가장 필요한 창의력과 의사 소통력을 측정하지 못하고, 수험생의 한쪽 면만 보여준다.”
콜럼비아 대학의 저널리즘 교수 니콜라스 레만은 ‘표준시험: 미국 사회의 비밀역사’에서 “표준시험에 모든 정신이 팔려있는 사회는 소름을 끼치게 하고 병들어 있는 사회다”라고 외쳤다. 숫자에만 혈안이 된 사회에는 지옥이 따로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