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적대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 의지를 줄곧 천명해왔다.
이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우방과 적대국으로 철저히 나눠 적대국과 대결적 자세를 고수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외교적 접근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당선인은 여러 적대국 중 어떤 국가와 처음 대화의 물꼬를 틀까.
블룸버그 통신은 6일 베네수엘라가 첫 상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양국 간에 상호 관심사가 많을뿐더러 국제 유가 하락이 오바마 당선인에게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베스가 미국을 비판하는 지도자 중의 한 명이지만 미국에 상대적으로 더 적대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이란과 쿠바 같은 국가들에 비해서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울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를 지낸 베르나르도 알바레스는 이 통신과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오바마 당선인이 부시 행정부의 이분법적인 적군과 아군 구별 정책을 철회한다면 대화 제의를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의 일부 측근도 개인적으로 오바마에게 마약단속과 에너지, 빈곤퇴치 같은 상호 관심사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차베스에 접근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관계 개선을 통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차베스가 석유와 재정 지원을 통해 우방으로 만들어놓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니카라과, 쿠바 등 중남미권 국가들과도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폭락은 차베스 대통령의 도전적인 자세를 많이 누그러뜨렸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산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여름 배럴당 126.46달러까지 치솟은 최고가의 4분1 수준이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 생각한 유가의 절반이다.
이에 따라 차베스는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국내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는 한편 외국에 대한 원조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밀로스 알카라이 전 유엔주재 대사는 유가가 올라가면서 차베스의 말이 거칠어졌다면서 유가가 떨어지면 그의 말은 그만큼 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한 날에 축하 서한을 보냈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차베스 지지자를 포함해 대부분 국민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당 출신인 안토니오 레데즈마 카라카스 시장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차베스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그는 차베스가 장기집권 길을 열어주는 개헌 국민투표에서 친미 성향의 중산층 표를 얻으려고 미국에 접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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