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38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침묵을 지키자 아랍권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개시한 지 닷새째가 지나도록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의 국가안보담당 대변인인 브룩 앤더슨나 차기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의 입을 통해 오바마가 가자지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만 흘러나올 뿐이다.
오바마는 현재 미국 대통령은 한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의 침묵을 변호하고 있지만, 그간 경제위기와 그 대응책과 관련해 무수한 발언을 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말을 아낀다는 논리는 다소 군색해 보인다.
더욱이 오바마는 불과 한 달 전 인도 뭄바이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도 당선인 신분으로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테러공격에 대한 비난의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가 그때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자 미 대선 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아랍권의 민심은 점차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미국에서도 오바마에게 취임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그의 휴가지인 하와이와 워싱턴의 정권인수팀 사무실 앞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바마가 침묵을 깨지 않는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침묵 그 자체가 그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침묵함으로써 그런 공격행위에 찬성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7월 하마스의 로켓탄 사정권에 있는 이스라엘의 남부 도시 스데로트를 방문했을 때 나의 두 딸이 잠든 집에 누군가가 로켓탄을 쏘아댄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고, 이스라엘도 그와 같은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그의 발언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 29일 하마스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취임하면 미국의 중동 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적지 않은 편이다.
변호사인 봅 맬론은 오바마가 부시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알-자지라 방송에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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