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아 본 2008년’ 본보 사회부 기자 방담
본보 사회부 기자들이 올 한 해 취재 뒷이야기를 나누며 2008년을 뒤돌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대용 기자, 김상목 부장대우, 구성훈 부장, 김종하 부장대우, 김동희, 이종휘 기자. <박상혁 기자>
크고 작은 숱한 일들을 뒤로 하고 또 한 해가 저문다. 2008년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 속에 한인사회도 슬픔과 충격의 뉴스가 우리를 안타깝게 했지만 기쁨과 희망을 주고 가능성을 제시하는 소식들도 많았다. 하루하루 뉴스를 쫓으며 현장을 누벼온 사회부 기자들이 모여 올 한 해 취재수첩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보며 가는 해를 정리했다.
“설마 했는데” 샌디에고 전투기 추락 참사 안타까움
산불 피해 현장과 랭캐스터 살인방화도 슬픔과 충격
이민당국 단속 심해져 불체자에 특히 힘들었던 한 해
경제 어렵지만 이웃에 따뜻한 손길 줄이어 ‘감동’도
-올해는 이민자로서 미국에 최초의 소수계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일을 지켜봤고 한국인들의 미국 무비자 방문 시대가 드디어 열리는 등 굵직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사회부 기자들도 밤늦게까지 현장을 지키며 취재와 기사 작성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였는데요.
경찰 과잉대응 의혹 제기
-2008년은 새해 벽두부터 한인 2세 마이클 조씨가 라하브라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의 충격으로 시작됐었죠. 당시 본보의 특종 보도로 사건 당시 장면을 찍은 폐쇄회로 비디오가 공개되면서 경찰의 공권력 과잉사용 의혹이 제기돼 범 커뮤니티 차원의 진실 규명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총격 경관들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렸지만 조씨의 유가족이 시와 경찰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마이클 조씨의 비극으로 가슴아파했던 한인들은 연말을 앞두고 샌디에고에서 난데없는 해병대 전투기 추락으로 한인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참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슬픔에 잠겼습니다. 처음 전투기 추락 소식을 접하고 설마 했었는데 취재를 통해 한인 가족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이 컸죠. 그러나 이 사고로 한 순간에 아내와 두 딸, 장모를 잃은 가장 윤동윤씨가 사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사고 조종사를 용서한다”고 말하는 감동적인 장면은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도 전율을 느끼게 했습니다.
-한인사회의 숙원이었던 한국인 미국 무비자 시대가 지난 11월17일 마침내 개막된 것도 올해 최대 뉴스의 하나였습니다. 본보는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 DC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의 무비자 방문 양해각서(MOU) 내용을 단독 입수해 특종 보도하기도 했죠.
LA 출신 총영사에 기대
-LA 출신 총영사 탄생도 올해 한인사회 최고의 화제 중 하나였습니다. 한인사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본국 정치와 인연을 맺었던 김재수 변호사가 LA총영사관 개관 60년 만에 총영사가 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았습니다. 부임 2년째를 맞는 김 총영사가 2009년 LA총영사관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올해는 LA한인회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 한인회장이 탄생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72세라는 고령을 극복하고 한인회장에 당선된 스칼렛 엄 회장은 34년만의 여성 한인회장이지요.
-엊그제 본보가 특종 보도한 LA한인회관 화재 사고는 LA한인사회의 사랑방인 한인회관 건물 관리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인회관을 소유·관리하는 한미동포재단은 올해가 재단 역사상 가장 힘든 한해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한인회관 이름 문제로 불거진 재단 내부 갈등으로 급기야 박형만 이사장 퇴진운동으로 번졌고, 연말에 가서야 김영태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한인회관 화재사고가 터졌죠.
-올해도 한인 관련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어김없이 남가주를 찾아온 대형 산불에 한인 가정 3곳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6월에는 랭캐스터에 거주하던 한인 남성 심재원씨와 친구 스티브 권씨가 심씨의 전처와 두 자녀·형부를 살해, 방화한 후 도주하다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현지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충격이었습니다. 재판정에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뒷걸음치며 입장하던 두 용의자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올 한해는 이민당국이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연중 내내 대규모 단속작전을 벌여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는 특히 힘든 한해였습니다. 가장 취약한 계층인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경기 침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당국의 단속까지 겹쳐 더욱 힘들었습니다. 당국의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이나 불체자 체포, 추방 등 이민관련 기사는 우울한 기사가 넘쳤습니다.
이 대통령, 한인과 스킨십
-지난 11월에는 오랜만에 한국 대통령의 LA 방문이 있었죠. 작년 대선 당시 LA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가 많았는데 대통령 당선 후 1년여만에 이 대통령이 해외 최대 한인사회인 LA를 찾은 거죠. 머문 시간이 24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동포들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고 많은 일정을 소화해 인상을 남겼습니다.
대형교회 분쟁엔 씁쓸함
-해마다 한인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교회분쟁 기사 역시 올해 빠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동양선교교회의 분쟁 모습에 한인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교회 분쟁을 기사화한다는 것이 항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역시 올해도 이 교회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보도한 후 겪은 마음고생도 잊히지 않습니다. 교회 운영주체인 당회가 해산된 것과 주차장 매입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는 이 교회의 법적 소송이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내년에는 이 교회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경제 위기로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말 나눔의 현장은 다른 어떤 곳 보다 훈훈함이 넘쳤습니다. 금전적 후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의류, 피아노 등을 기부한 한인도 있었으며 직접 반찬을 만들어 셸터를 방문한 한인도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며 “대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말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손길에서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이었습니다.
최진실 자살 우울증 관심
-마감시간 들려온 최진실씨 자살소식은 기자 자신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몇 해 전 요거트 브랜드 홍보차 LA를 방문한 최진실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가냘픈 최씨의 열정적 연기에 감탄했었습니다. 최진실씨 자살을 계기로 한인사회 우울증 실태를 조사하며 한인사회 역시 안전하진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연말 17명의 ‘울릉도 꿈나무’들이 LA에서 어학 및 문화체험을 하며 미국사회를 배우고 있는데요. 평범한 한인들이 숙소와 식사, 테마팍 입장료, 관광 등을 후원한 덕분에 이번 방문이 이뤄질 수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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