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기아나 캠프 주츠, 열대우림 정글 외인부대 훈련장엔 긴장이 감돈다. 정글 전쟁코스 투입 1주째인 미국인 스티븐 베어드(30)는 거의 아사직전의 모습이다. 지난 사흘간 들쥐 몇 마리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타잔처럼 로프를 타고 날라야하는 장애물 코스는 그의 스태미나를 바닥나게 했으며 동트기 전 악어가 우굴 대는 강에서의 수영에 신경이 곤두서고 오물에 가까운 강물을 마시자니 속이 뒤집힌다. 이제 막 익힌 프랑스어로 “지쳤어요, 지쳤어”를 연발하던 베어드는 그러나 1년 전 프랑스 외인부대에 지원한 것은 버지니아에서의 지루한 트럭운전사 생활을 접고 ‘세상구경도 하고 프랑스어도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땐 눈이 반짝인다. 빨리 정글 구보에 합류하라는 러시아인 교관 세르게이 프로폴스키 상사의 고함이 베어드에게 떨어진다.
랑스 외인부대는 140개국의 지원병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10여개의 영화, 100여권의 책의 소재가 될 만큼 전설적 이야기로 가득 찬 170여년 역사의 프랑스 외인부대의 인기는 높다. 전력이나 국적을 개의치 않기 때문에 과거를 묻어버리기 원하는 사람들도 모여든다. “그러나 우린 살인이나 강간 등의 중범자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캠프 주츠의 사령관 사미르 베니크레레프 대위는 설명한다. 인터폴이 무자격자 솎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브라질과 수리남 사이 프랑스령 기아나에서의 외인부대 주임무는 캠프에서 북서쪽 110마일 지점 쿠루에 위치한 프랑스우주센터의 경비로 이곳에선 매년 전세계 상업용 위성의 절반정도가 발사된다.
자랑스런 상징인 하얀 군모 ‘케피 블랑’을 쓴 외인부대가 울창한 바오밥나무 그늘에서도 90도를 치솟는 습한 무더위 속에서 인구 2만의 조용한 도시 쿠루를 순찰하는 것은 언제 어떻게 우주기지를 공격할지 모르는 테러리스트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즐거운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엔 마을의 스포츠바가 북적댄다. 빳빳한 군복 차림의 부대원들과 반라의 브라질 미인들이 가득찬 이곳에선 장교들의 와인 잔이 부딪치고 사병들의 위스키 잔이 테이블을 오간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지옥훈련의 고통을 한 순간 잊어버릴 수 있는 곳이다.
정글전과 생존을 위한 가장 혹독한 코스로 유명한 이곳 캠프는 미국의 네이비 실 등 전세계 특수부대들이 훈련받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주목적은 채드와 지부티, 아이보리코스트 등에 프랑스의 군사개입 필요할 때에 대비한 외인부대 훈련이다. “우린 마치 새디스트 손에 고통당하는 보병인 셈이죠”라고 훈련중 갈비뼈가 부러진 후 강제 퇴소당하는 한 동구권 청년은 말한다.
2차대전 후 패전국 독일인 지원자로 넘쳐나면서 오랫동안 독일계가 절대 다수였던 외인부대는 이젠 7,700명 전 대원 중 소련연방 출신이 가장 많다. 아직 여성의 입대는 허용안하며 미국인은 전체의 1% 정도, 요즘은 콜럼비아와 브라질 등 남미계가 부쩍 증가세를 보인다.
외인부대 내에도 세대의 차이는 존재한다. 한쪽에서 맥주를 마시며 휴식하던 노장파들은 “우린 신입들을 플레이스테이션 세대라고 부르죠. 걔네들은 ‘소프트’거든요”라고 말한다. 외인부대도 예전같지 않아 기개가 약해졌다는 이들은 그래도 입대 15년이 지나면 프랑스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버틸 가치가 충분하다고 이구동성이다.
브라질의 북동부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했다는 29세의 로베르토 루이스는 고향에선 월 384달러를 벌었으나 이곳에선 4배쯤 벌고 또 프랑스국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신구세대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할 규정이 있다. 1분에 88보 속도로 행진해야 한다는 것. 프랑스 정규군은 이보다 빨리 1분 120보 속도로 움직인다.
<뉴욕타임스- 본보특약>
■외인부대의 유래
외인부대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알제리 주둔 외인부대는 1831년 프랑스의 루이 필립이 식민지 알제리의 효율적 통치를 위해 창설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유럽각국에서 내란 등으로 망명객들이 몰려들면서 불안했고 식민지 알제리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때 왕의 한 측근의 아이디어로 망명자, 도피자, 부랑자들을 모아 전투부대를 만들어 알제리로 보낸 것이 전설적 외인부대의 모태가 되었다. 처음엔 전투보다는 공병임무에 투입되었으나 알제리의 반란사태가 심화되면서 외인부대가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 진압에 선봉이 되면서 알제리에 정식부대로 주둔하게 되었다.
“훈련은 고되게, 전투는 쉽게”가 모토이며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보다는 부대에 대한 충성이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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