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하늘을 나르는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멕시코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우선 멕시코의 유적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카보는 멕시코의 땅이지만 미국 바하 칼리포니아의 연장으로 유적이 없다고 해서 저는 무척 실망하였습니다. 그저 비치밖에 없는 것이 섭섭했지만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달라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갔습니다.
우리 호텔은 까싸 델마르(Casa del Mar·스페인어로 카싸를 쎄게 발음합니다)라는 호텔이었습니다. 4층 밖에 안 되는 여유있게 지어진 건물에 정원이 널찍하고 앞쪽으로는 바다를 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딸을 포함해서 세 명이기 때문에 메인 빌딩에 묵지 않고 옆 건물에 있는 리빙룸이 딸려 있는 스위트를 얻었었습니다. 호텔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넓직한 땅에 건물이 흩어져 있고 수영장이 둘, 야자수와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 둘러쌓여 있고 건물은 우리가 좋아하는 스페인식의 현대적인 감각이 어울리게 지어놓은 곳 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옆에 있는 라스 벤타나(Las Ventana)라는 더 고급 호텔이 있다고 해서 구경가기로 하였습니다. 차를 탈 필요없이 산보 겸 해변으로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과연 고급 호텔답게 방이며 풀의 디자인이 너무나 멋있더군요.어, 우리 호텔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제가 말했습니다.
돈이 있으면 정말 묵어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왕 구경 온 김에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좀 이른 시간이라 우리와 또 하나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의 손님은 컴퓨터 사업으로 너무나 유명한 빌게이츠, 그의 부인과 동행한 2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니 호기심이 났지만 실례가 되지 않기 위하여 가능하면 쳐다보지 않도록 주의를 하였습니다. 알려진 얼굴이라 누구나 쳐다 볼 텐데 얼마나 귀찮겠어요? 이런 데 와서 그런 사람을 보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카보의 좋은 점은 멕시코 본토에서와는 달리 물을 그냥 마셔도 되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양치질도 병에든 물로 해야 하고 샐러드 같이 익히지 않고 그냥 씻은 것은 먹지 말아야 하니까요. 본토에서는 잘못하면 배탈이 심하기 때문에 무척 주의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플로리다와 같이 개미가 많은 것도 아니고 모기가 별로 없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해변가에서 망고를 들고 다니며 파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주황색이 도는 짙은 노란색이 유난히 맛이 있어 보이는 색이라 잘 익었을 것 같았습니다. 잘라주는 넙적한 토막을 입을 크게 벌려 질근 깨물으니 달고 말랑 거리는 망고가 문드러지면서 주스가 턱으로 흘러 내렸습니다. 거기다가 향긋한 향기까지 코를 스쳤습니다. 그렇게 맛이 있는 망고는 단연 처음이었지요. 익은 것을 따면 그렇게 맛이 있는 것을! 여태까지 먹어 본 겨우 무른 망고, 아니면 너무 물러 거무충충해진 망고에서는 향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망고가 그렇게까지 맛이 있을 수 있는 것을 정말 몰랐지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그 때의 망고 맛과 비교할 만한 것을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풀가에서 서브하는 과카몰도 잘 익은 아보카도와 토마토 때문에 그렇게 맛이 있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바삭거리는 옥수수 칩(납작하게 튀긴 것)으로 듬뿍 과카몰을 밀어 올려서 입에 넣으면 아보카도와 토마토에 푸른 세라노라는 고추의 매운 맛이 강열하게 식욕을 돋굽니다. 간식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한잔 들이킨 맥주 때문인지 작열하는 태양에 그을린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이 벌겋게 된 얼굴을 진정시키느라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오후 반나절을 책을 읽으며 노닥거리다가 옆에 있는 여자에게 카보를 아시면 괜찮은 레스토랑을 좀 소개 해 주세요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서부 덴버에서 온 그 부부는 까싸 델마르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하게 되었고 결국은 하던 얘기를 계속하기 위하여 저녁을 같이 먹으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그 사람들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바닷가의 돌 언덕 위에 지은 레스토랑이었습니다.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우리 다섯은 깔깔대며 재미나게 얘기를 계속 하느라고 좀더 낮은 지역에 설치해 놓은 바쪽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행히 우리 딸을 붙들고 미성년은 안돼요라고 막지 않았습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매일 테드, 노라와 함께 저녁을 함께 먹으러 다녔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테드와 노라가 우리에게 그 주위를 샅샅이 안내하였고 좋은 레스토랑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시식하도록 하였습니다.
프랑스 남자와 벨기에 여자 부부가 새로 지은 ‘까싸 나탈리아’(나탈리아네 집)를 찾아가 우리를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그날 거기서 저녁을 먹으며 내부를 구경하였습니다. 좁고 기다란 땅의 한쪽은 키가 유난히 큰 야자수를 구불구불하게 선을 그리며 줄지어 심었고 수영장을 멋있게 조화
시켜 지어 놓았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공간을 어쩌면 이렇게 잘 이용하였을까! 방의 디자인도 멕시코의 감각을 살려 아담하게 디자인 하였더군요.
이층에는 큰 방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넓직한 테라스에는 큼직한 욕탕이 있어 별이 총총한 하늘을 쳐다보며 몸을 담글 수 있었습니다. 까싸 나탈리아에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바다를 가기 위해 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을 너무나 멋있게 해 놓아 그 아쉬운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하도록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실내 장식 얘기를 하자면 테드와 노라의 작은 아파트도 깜찍하리만큼 잘 해 놓았더군요. 바다와 어울리게 청색과 노랑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예쁜 노라에게 홀딱 반한 남편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길을 걸을 때나 레스토랑에 갈 때나 그녀 옆에만 붙어있으려 했고 실내 장식가가 되고도 남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니 실내 장식가를 시켜 해 놓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물론 주인 여자가 눈썰미가 있어야 골라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만요. 처음부터 혼자서 골라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지요.
저도 좀 잘 하는 것을 칭찬받고 격려받으며 살고 싶은데 왜 그렇게 자기에게는 제가 잘 못하는 것만 보이는지. 책망만 들으니 자신은 점점 없어지고. 말도 마세요. 제가 가만히 듣고만 있은 줄 아세요? 그럴 때마다 부지기수로 싸웠지만 달라지지 않더군요. 예쁜 여자는 제가 발로도 할 수 있는 별거 아닌 것 같고도 칭찬을 늘어지게 해주고. ‘내가 하는 일도 좀 그렇게 보아 달라’ 고 손짓하고 눈을 부라리고 야단 발광을 해도 그럴 때면 자기는 딴전만 부리고....
그곳에서 테드와 노라를 안 후 우리는 두 번 더 카보를 방문 했고 그들이 사는 덴버와 별장이 있는 스키 휴양지 베일(Vail 콜로라도주)을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에 남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이 멋있게 사는 다정한 두 사람에게 없는 것이 하나. 그것은 자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것이니까요.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도 많더군요. 심지어는 자식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세상 모든 일이 생각하기에 달린 것이겠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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