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하네스부르그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야했을 때 들른 케입 타운의 전경.
사파리여행(22) 지난 주에 이어
아프리카의 황혼은 그 색채가 유난히 짙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그 즉시 한 발자국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금방 캄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날 밤에 차를 타고 꽤 멀리 나갔는데 갑자기 차가 멈추었습니다. 우리 가이드가 나가 살피더니 타이어에 빵구났다는 것입니다. 주위는 아주 깜깜 절벽인데! 모두 차에서 내려야 했고 우리 가이드와 길잡이 소년이 차의 한쪽을 올리고 타이어를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구경하면서도 겁을 먹고 가끔 주위를 슬금슬금 돌아보았습니다. 언제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드디어 작업 완성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차에 올랐습니다.
차를 마악 몰기 시작했는데 어머나 앞에서 건장한 사자 무리들이 우리 쪽으로 유유히 걸어오고 있잖아요. 물론 바로 차를 세웠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똑같은 속도로 유유히 우리 차를 스치며 네, 손이 닿을 수 있는 우리 바로 옆으로 말이에요. 덩치가 큰 몸을 실룩거리며 지나갔습니
다. 타이어를 바꾸는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을 때 모두 한마디씩 지껄이며 즐거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2-3분만 늦었어도 어떤 상태에 직면했을지 모르니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자보다는 그 어마어마한 힘에 놀란 것은 코끼리였습니다. 덩치가 큰 뿐만이 아니라 나무뿌리를 먹기 위하여 커다란 나무를 코를 감아 단숨에 뽑아내는 것을 보고 놀래서 입을 벌렸습니다. 여기저기 내동댕이쳐진 나무가 흩어진 것을 보고 코끼리가 매일 망가뜨리는 나무의 수도 상당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표범이나 사자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코끼리는 식물성만 먹고 자라는데도 그렇게나 힘이 세니 참 신기하지요. 서로 잡아먹지 않는 동물끼리 같은 벌판에 함께 어울려서 있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긴장감이 은근히 도사렸고 잘못하면 눈 깜짝 할 사이에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게 되지요.
그 사파리 여행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었습니다. 보통 때라도 플라스틱 봉지는 가능하면 아껴 쓰고 버릴 때도 조심 하지만요, 그 여행 후에는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하여 더욱 더 신경이 쓰이게 되더군요. 생각해 보셔요!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쓰레기가
쓰레기장(자연 인데)을 메꾸고 플라스틱 봉지가 버려진 곳은 풀도 안나지 않습니까? 정말 북적거리는 문명 세계를 떠나니 싸우는 나라의 위기에 대한 뉴스도 듣지 않고, 사회적인 허식도 없고, 평화로운 자연, 대자연과 우리뿐이었습니다.
요하네스부르그(23)
유럽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요하네스부르그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거기서 기다려야 하는 그 몇 시간을 공항에서만 보내기가 아까웠습니다. 마침 케입 타운에서 같은 비행기를 탄 부부가 자기네가 안내원을 앞세우고 시내 구경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잘됐구나. 우리도 좀 붙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기회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흑인 안내원이 모는 미니밴에 올라 우선 시내로 들어가 중심가부터 돌기로 했습니다. 백인 정권이 물러난 후부터는 많은 변화를 겪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너무나 범죄가 많아 보통 사람들이 갈 생각도 못하는 곳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신문에 난 기사를 보는 것은 글을 쓴 한 사람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서만 알 수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천천히 차를 시내로 몰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런데 즐비한 빌딩이 늘어선 시가지가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지어 놓은 것 같이 을씨년스럽게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큰 빌딩, 호텔 건물을 지나는데 굵직한 쇠줄로 입구를 막아 놓았더군요. 범죄가 너무나 심해서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까지...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 풍경은 너무나, 정말 너무나 가슴 저리게 슬퍼보였습니다. 내 나라가 아닌데도 그렇게 느끼니 생각있는 이곳 사람들이야 오죽할까요? 케입 타운의 호텔로
우리를 만나러 왔던 남편의 먼 친척에게 앞으로 남아연방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제가 했을 때 그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위로를 하느라 손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오히려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움츠려 버렸습니다. 저는 그를 생각하며 그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것 같아 가슴이 뭉클 하였습니다.
하나 놀랜 것은 흑인들이 북적거리는 한 큰 빌딩 근처에는 주위에 쓰레기가 그냥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빌딩을 관리하는 측에서 치우는 사람을 하나 둘 두고 매일 일하게 하면 될 것을. 간혹 고급 주택을 보아도 그 주위는 마찬가지더라구요. “아니, 이럴 수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생이며 환경미화 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하고 사는 것 같더라 구요. 백인은 씨도 없어 다 어디를 갔느냐고 하였더니 그 사람들은 다른 특정한 지역에 따로 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안내원이 이끄는 대로 조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옆에 앉은 젊은 남녀가 영어를 좀 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마실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여행 시에 미개국에 다닐 때는요 특히 물은 아주 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병에 든 것을 마셔야 하는 것 아시지요?
물론 남아연방은 선진국이지만 그렇게 흑인 촌에 와 있으니 선진국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메뉴를 보니 음식은 이름이 생소하고, 하나도 알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고급 호텔도 아니고 우리가 먹는 음식은 찾아 볼 수도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생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 곳 특유의 음식이라는 것을 시켰습니다.조금 있다가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접시에 담은 음식을 들고 왔습니다. 코끝으로 야릇한 향
이 스치고 지나갔고 정체 모를 내용물에 누르끼리한 소스가 덮혀 있었습니다.(아이구, 이거 죽었구나!)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슬그머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 것을 먹고 사는 옆에 앉은 본토배기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수저 한 귀퉁이에 보이지도 않는 양을 떠서 혀끝에 대었습니다. 한 덩어리 입에 넣어도 도저히 목을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맛이 없으면 목으로 넘기지 못하는 유별난 아이였습니다. 몸에 좋은 것이니 먹으라고 야단을 맞아도 넘기지 못하는 매맞을 짓을 하는
아이였습니다. 조개는 깍지 속에 들어온 커다란 돌을 아프지 않으려고 찐득한 침을 자꾸 발라 진주라는 아름다운 보석을 만든다고 하는데! 진주를 만들기는커녕, 저는 입안에서 굴려 풀어진 파처럼 되어버린 것을 울면서도 넘기지 못했으니.... 그 날 요하네스부르그에서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번 찝쩍거리다가 결국은 염치 불구하고 수저를 놓았습니다.
뭐,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또 음식 투정이야?’를 대신해서 째려보는 남편의 시선을 의식하며 모르는 척 옆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남편은 필요하면 두 끼를 먹어 둘 수 있는 고무로 된 배를 가진 것 뿐 아니라 원기가 살짝 가셔 버린 음식을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강철 같은 위를 가졌습니다. 저와 같이 비위가 약한 사람을 이해해 줄 리가 없지요. 자기의 용맹스런 위를 한없이, 정말 한없이 부러워하였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