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55)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한 부시와 매케인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칼럼에 대해서는 열렬한 지지자도 많고 적극적인 비판자도 많다. 그러나 이번 상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칼럼니스트가 되기 전 쓴 학술적 논문에 대해 내려진 평가 덕이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날을 기다리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정신 건강상 좋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에 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고 그는 밝혔다.
복잡한 이론 명쾌하게 설명하는 경제학자
벤 버냉키 FRB의장과 동문수학한 사이
그는 1979년부터 국가 간 교역 패턴과 어떤 상품이 어디서 왜 생산되는가에 관한 연구를 해왔는데 노벨상 위원회는 이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종래 이론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잘 만들 수 있는 물건도 다르며 따라서 자기 나라가 우위에 있는 물건만 교역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프랑스 와인이나 중국 쌀 같은 것이 그 예다.
그러나 19세기 초 데이빗 리카르도의 이론에 기초한 이 모델은 크루그먼이 실제 목격한 교역 패턴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그는 왜 세계 무역이 서로 비슷한 소수 나라에 의해 주도되는가와 왜 특정 국가가 자기가 수출하는 것과 비슷한 물건을 수입하는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약간밖에 차이가 없는 비슷한 물건을 팔고 있다. 이들 기업은 판매량이 늘수록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며 따라서 더욱 성장한다. 소비자들은 다양성을 좋아하며 다른 나라 여러 기업들이 생산한 물건 중에서 선택한다. 미국인들은 폴크스바겐을 사고 독일인들은 포드를 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이 이론을 더 발전시켜 사람들이 사는 곳과 운송비용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의 모델은 어떤 조건 하에서 사람들이나 기업이 특정 장소로 이주하는가를 설명했다. 그의 연구는 간단하면서도 실용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학자들은 간단함과 실용성을 무시한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크루그먼과 국제 경제에 관한 교과서를 같이 쓴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인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사람들은 복잡한 것 속에 깊은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며 “크루그먼의 강점은 간단한 것을 이용해 새롭고 깊이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복잡한 이론을 명쾌하고 재미있는 산문으로 만드는 재주를 그가 2000년부터 시작한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십분 발휘했다. 최근 그의 칼럼과 자신의 블록을 통해 크루그먼은 의료 정책에서 이라크와 일반적인 무능에 이르기까지 부시 행정부의 모든 면을 조롱했다.
그로 인해 그는 경제학자와 일반 독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올해 크루그먼 칼럼에 대한 종합적인 비판을 쓴 조지 메이슨대의 대니얼 클라인 경제학 교수는 “대중을 상대로 한 그의 글 중 많은 부분은 수준 이하”라며 “그는 민주당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은 결론이 나는 주요 경제 이슈들은 아예 거론하지 않는다. 그의 민주당 편애 경향은 컬럼을 쓰면서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열렬한 팬들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이미 수상한바 있는 폴 새뮤얼슨은 “이번 상은 정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퓰리처상도 이미 두어 번은 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루그먼이야말로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제대로 맞춘 미국 유일의 칼럼니스트”라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이번 상이 동료와 독자들이 자신을 평가하는데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제학자들에게 이번 상은 확인이지 뉴스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 독자들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세심히 읽거나 지루한 이야기를 해도 좀 더 참을성 있게 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예를 들며 이번 상이 비판자들을 조용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형태의 세계화가 과연 좋은 것인지에 관해 글을 썼다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그가 편한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며 “사람들은 ‘그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번 일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 경우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포춘과 슬레이트에 경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자유 무역에 관한 논쟁에 자주 끼어들었다. 슬레이트 잡지를 창간하고 그를 채용한 마이클 킨즐리는 “그는 자기가 만든 괴물에 대해 경악했다”며 “그는 어째서 자유 무역이 어떨 때는 최선의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이론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자유 무역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는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게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그의 대중적 저술은 정치에, 연구는 국제 금융에 치중돼 있지만 때로는 무역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작년 그는 자유 무역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칼럼과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가 브루킹스 연구소를 통해 쓴 논문에서는 가난한 나라와 무역을 하는 것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빈부격차를 늘리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1년 그는 40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주는 존 베이츠 클락 상을 받은 바 있다. 스티글리츠와 새뮤얼슨도 이 상을 먼저 받았다.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크루그먼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0년 이후 프린스턴에서 가르쳤다. 이번 학기 그는 국제 통화 이론과 정책에 관한 대학원 과정을 맡고 있다. 그는 종종 경제에 관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주관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지만 같은 프린스턴 대 경제학자와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바로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벤 버냉키다. 그에게 프린스턴 대 교수 자리를 준 사람도 버냉키였다.
버냉키와 그는 70년대 MIT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다. 이 때 같이 공부한 사람 중에는 올리비에 블랭샤드와 케네스 로고프 IMF 전직 및 현직 총재와 같은 우수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6개의 노벨상 중 마지막에 수여되는 경제학상은 원래 노벨이 의도한 것은 아니며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을 기념해 만든 것이다. 크루그먼은 올해 이를 단독으로 받아 140만달러의 상금을 쥐게 됐다.
그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그와 경쟁을 벌였던 동료들이 축하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크루그먼의 논문 발표를 도와준 컬럼비아 경제학 교수인 작디시 바그와티는 “사람들이 ‘당신은 왜 상을 받지 못했나’라고 묻는다”며 “내가 상을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는 두 번째로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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