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부모 재산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날이 이미 왔거나 다가오고 있다. 요즘 같이 주식과 주택 시장이 가라앉고 미래 경제 형편이 불확실할 때 유산에 관한 논의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는 재산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자녀들은 이를 꺼내 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이 문제를 가급적 뒤로 미루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도 있다. 결정을 미뤘다 유언장에 의외의 내용을 담을 경우 형제간의 갈등을 악화시키고 가족의 화목을 깰 수도 있다. 이혼이나 아내가 죽은 후 재혼해 가족관계가 복잡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다수 자녀들은 유산을 똑같이 나눠 갖기 원해
유언장에 뜻밖의 내용 담을 경우 친목 깨질 위험
상속은 사유 재산만큼 오래 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상속 계획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뉴욕 로체스터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인 에릭 젤러는 다섯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유언장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말해줬다. 젤러는 “아이들이 부모 돈을 물려받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그의 가치와 의도를 자녀들에게 설명해줬다.
부모가 돈이 있는 것을 아는 장성한 자녀들은 보통 이를 똑같이 나눠 갖고 싶어 한다고 이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부모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자식은 돈이 충분히 있고 다른 자식은 낭비벽이 있어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줘야 하며 장애아인 자식에게는 특별대우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자식에게 돈을 거의 혹은 전혀 남겨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뉴욕 호프스트라 대학의 미첼 갠스는 부모가 유언장을 작성한 후 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지 않거나 다른 자녀보다 덜 준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할 용기가 있으면 사후 법정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사전에 통고하는 것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올바른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알리는 것이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녀들이 돈을 못 받은데 대해 분노 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혜택을 받은 형제가 아니라 부모가 된다”고 말했다. 왜 다른 자녀가 형제 분노의 표적이 돼야 하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정직하지 않을 때 사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된다고 갠스는 말했다. 그 거짓말은 나중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똑같이 나눠주지 않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을지 몰라도 자녀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정 자녀가 늙은 부모에게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변호사만 좋은 일을 시켜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블랙 마운틴의 가정 문제 상담가인 제럴드 르밴은 자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송 사태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부모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묻고 자녀들이 부모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최소한 자신들을 어른으로 대접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법 전문 변호사로 25년간 일하다 상속 문제 전문 상담가로 직업을 바꿨다.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변호사들이 고객 하고만 이야기 하고 상속인과는 이를 상의하지 않는 관행 때문이다. 상담가는 부모와 자녀와 함께 이야기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는 지난 26년간 상속 때문에 법정에 간 케이스는 단 둘 뿐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중요한 관건은 얼마를 자녀에게 준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젤러의 경우 돈이 많아지면서 이것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한 고민도 커졌다. 그는 아버지가 세운 젤러 일렉트릭에서 일하다 1986년 아버지로부터 비즈니스를 샀다.
그 후 15년 동안 그는 비즈니스를 종업원 수 명에서 80명 규모로 키웠다. 그는 자녀가 10대가 되자마자 스스로 돈을 벌도록 했다.
그는 7년 전 비즈니스를 좋은 가격에 팔았다. 그는 오래 전에 돈을 자녀에게 주지 않기로 결심하고 자녀들에게도 스스로 독립하라고 말해왔다. 그는 두 가지 경험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다고 말한다. 50년 전 그가 버팔로의 중학생이었을 때 그는 가난했고 가난의 고통을 체험했다. 그의 부모는 돈을 빌려 생활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경제적 자립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또 하나는 아버지 비즈니스가 잘 돼 로체스터 상류 사회로 이주하면서 겪은 경험이다. 아버지 친구들이 자녀들에게 돈을 퍼줘 성공하겠다는 의욕을 꺾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는 “그들은 像楣敾?앞날을 망쳤다”며 “독립심을 키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달라는 것 외에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젤러는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자신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 생각을 하도록 했다. 그는 대학 교육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일을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젤러의 유산은 로체스터 지역 50명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매년 학비와 용돈을 포함한 장학금을 주게 될 예정이다. 이런 결정은 돈을 받으리라고 기대하는 자녀들로 하여금 소송을 하게 만들기 십상이지만 젤러 자녀는 이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수락했기 때문에 그럴 걱정이 없다.
로체스터의 가정 주부인 젤러의 딸 에이프릴 딥스는 “일찍부터 유산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자라왔다”며 “좋은 집에서 여행도 다니며 여유 있게 자라왔지만 다른 집 아이들처럼 옷이 많지는 않았고 독립하기 위해 최대한 일찍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젤러가 자녀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교육만은 시켜주겠다고 말했다”며 “저소득층 자녀는 교육시키면서 자기 자식은 공부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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