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게 살해당한 약혼자 루이스 라미레즈의 사진을 끌어안은채 깊은 슬픔에 빠진 크리스탈 딜먼은 과연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다. 4명의 청소년이 체포되었고 연방법무부 인권국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으며 마을 사람들도 끔찍한 범죄라고 분개하고 있지만 그녀는 믿기가 힘든 것이다. “그애들은 빠져나갈 거예요. 루이스는 불법체류 멕시칸이고 그애들은 성적도 좋다는 ‘올 아메리칸 보이’들 이니까. 사람들은 그애들을 빼낼 방법을 생각해내겠지요” 라미레즈 케이스는 미 전국의 라티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고교 인기 풋볼선수들, 25세 라티노청년 살해혐의로 체포
PA주 셰난도마을 5,600명 주민 양편으로 갈려 감정 대결
“많은 라티노들이 이번 케이스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라고 멕시칸아메리칸 법률방어 및 교육기금의 담당 변호사 글래디스 라이몬은 말한다. “이 케이스는 불체자 뿐 아니라 라티노로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더 큰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으로 6년전부터 미국에 불법체류해온 라미레즈(25)는 지난 7월14일 펜실베니아주 셰난도의 한 거리에서 몰매를 맞은 후 머리 부상으로 숨졌다. 농장과 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백인인 딜먼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수사관들은 라미레즈가 거리에서 한떼의 청소년들과 싸움에 휩쓸렸다고 말한다. 청소년들 대부분은 인기 높은 셰난도밸리 하이스쿨 풋볼팀 ‘블루 데블스’의 선수들이었다. 정확한 사건발생 경위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다. 셰난도의 인터넷 메시지보드에는 열띤 논쟁이 한창이다. 그저 단순한 거리 싸움이 비화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틴에이저들이 일부러 멕시칸 이민자에게 몰매를 가해 반멕시칸 정서를 과시했다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라미레즈는 수없이 많은 발길에 채여 입에서 거품을 흘린 채 주택가 거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라미레즈 피살이후 주민 5,600명의 이 마을은 완전히 두파로 갈렸다. 마을 지도자들조차 인종간 분열이 이토록 심했나에 대해 놀랄 정도다.
“사람들이 멕시칸을 증오해 아이들을 학교보내기가 겁난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내겐 충격입니다. 내가 아는 셰난도는 이런 곳이 아닙니다”라고 토마스 오닐 시장은 말한다.
검찰은 브랜든 피에카르스키(16)와 콜린 월시(17)등 2명을 살인 및 소수계 위협 등의 혐의로 성인법정에 세울 계획이다. 데릭 단책(18)과 또 다른 17세 소년은 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는 ‘블루 데블스’의 선수들로 그중 단책은 쿼터백이다.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변호사는 이들을 성인 아닌, 청소년법정에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1800년대 인근에서 다량의 무연탄 매장이 밝혀진 이후 셰난도에는 유럽에서 이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각 이민그룹들은 ‘아이리시 교회’‘이탈리안 교회’등으로 갈라져 생활했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어울렸다. 매년 각 에스닉 그룹이 공동으로 참여, 퍼레이드와 음식장터를 펼치는 8월말의 헤리티지데이는 이 마을의 가장 큰 축제이기도 하다.
리투아니아,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이민들에 더해 최근 급증한 그룹이 멕시칸이다. 히스패닉 인구비율이 2000년 2.8%에서 최근 10%로 늘어나면서 히스패닉과 타민족간 긴장은 차츰 가시화되어왔다. 게다가 과격한 반이민 시조례를 시행하려다 법원에서 패소한 헤즐턴시가 셰난도에서 불과 20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06년 헤즐턴 시조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자 멕시칸 커뮤니티는 그해 헤리티지데이 축제에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헤즐튼 시조례 논쟁으로 가열된 반이민정서가 이번 라미레즈 피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라미레즈 사건이후 알려지지 않았던 라티노 폭행 케이스들이 속속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이 마을 저변에 팽배한 커뮤니티 간 갈등을 어떻게 표출시킬지, 주민들은 법정으로 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멍청한 멕시칸”욕설… 목격자의 증언
이번 루이스 라미레즈 피살사건에 대해 피해자 측근과 멕시칸 커뮤니티에선 인종혐오범죄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가해자 측 뿐 아니라 경찰도 아직은 단순폭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목격자의 말을 들어본다.
▲아리엘 가르시아(셰난도밸리고교 12학년) - 우리가 라미레즈의 급한 전화를 받고 달려갔을 때 대여섯명의 남학생들이 바닥에 쓰러진 라미레즈에게 계속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라미레즈의 왼쪽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 그들은 발길질을 멈추지 않으며 “고우 백 투 멕시코” “멍청한 멕시칸”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말리려는 우리에게 “너도 그 옆에 눕고 싶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모두 우리 반 애들이었다… 앰뷸런스가 먼저 와 라미레즈를 실어갔고 5분후 경찰이 왔다. 난 경찰에게 아이들이 간 쪽을 알려주며 쫓아가 보라고 했으나 경찰은 가지 않았다.
▲아일린 버크(은퇴경찰, 사건현장 인근 거주) - 한 떼의 청소년들이 멕시칸에 대한 욕설을 퍼부으며 시끄럽게 떠들어 내다보았다. 셔츠를 벗어부친 아이들이 쓰러진 한 남자 주위에 몰려있는 것을 보고 911에 전화한 후 나가 보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멕시칸은 셰난도에서 떠나라’는 등의 욕설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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