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만의 정책 변화… 공급증대·가격안정 위한 고육지책
현 8만7,000에이커에 40개 마을 추가
시행시 연간 생산량 4억3,000만병으로
프랑스 마그노에서 3대째 비트농사를 짓고 있는 장 미셀 쁘티는 비트를 샴페인 기포와 바꿀 생각에 들떠 있다. 그는 “심을 수 있는 한 최대로 포도나무를 심을 생각”이라며 프랑스 북동부 지역 백악질 토양 위에 가지런히 심어질 피노 느와르 포도를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는다.
쁘티를 비롯한 마그노의 200여주민들은 연 70억달러에 달하는 샴페인 산업에 진입하려 애쓰는 아웃사이더들의 일부이다. 거의 80년 동안 프랑스 정부에 의해 시행돼 왔던 공식적인 샴페인 지역 지정제가 새로운 지역을 추가하는 쪽으로 개정되고 있다. 쁘티 같은 농부들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인증제인 ‘아펠라시옹 오리진 콩트롤레’(A.O.C.)에 의해 새롭게 샴페인용 포도를 재배해 판매할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샴페인용 포도는 오직 샴페인 지역에서만 재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 발포성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수요는 제한되자 프랑스 정부는 샴페인 지역을 근 1세기만에 처음으로 크게 확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연간 샴페인 생산량은 지금보다 1억병이 늘어 4억3,000만병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샴페인 제조사들은 이런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재배 면적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고객들이 치솟는 샴페인 가격에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재 넌빈티지 ‘모에&샹동’ 1병은 35달러이며 ‘뵈브 클리코’는 1병에 40달러나 한다. 경기 침체와 달러 약세로 이미 미국 내의 샴페인 판매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행 샴페인 선적은 2,170만병으로 6% 이상 줄었으며 올해에도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샴페인 메이커인 볼링저의 이임하는 대표이자 샴페인 제조사 연합의 회장인 기슬랭 드 몽골피에는 “유로 절상과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포도 값이 올해에도 계속 오른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샴페인 제조사들 사이에는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을 줄이고 화폐가 강세인 다른 국가들로의 수출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고객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샴페인 업계 동향을 조사하는 주앙 바낙은 달러가 워낙 약세인데다 제한된 공급에 포도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 샴페인 생산자들이 이런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고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마켓들이 떠오르면서 미국 내 수요 감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표정들이다.
새로운 시장은 부유한 중산층이 뜨고 있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인데 이런 나라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43%나 늘어난 100만병의 샴페인을 수입해 갔다. 부아젤 샤누안 샴페인은 뉴욕에 세웠던 지사를 폐쇄했다. 관계자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모는 작지만 고급 샴페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비즈니스가 잘 됨에 따라 최신 빈티지 주문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5대째 샴페인을 만들어 오고 있는 자니송 바라동 에 피스는 지난해 생산량을 전해보다 17% 증가한 9만5,000병으로 늘렸다. 그런데도 곧 바닥이 났으며 주문은 밀려 있는 상태이다.
자니송 가문은 오크 배럴을 이용한 전통적 방식으로 샴페인을 만든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블로거인 주인 자니송은 컴퓨터 키보드 클릭으로 전 세계 주요 고객들과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현재의 샴페인 지정구역은 총 319개 마을의 총 8만7,000에이커를 아우른다. 지난 3월 프랑스 정부에 의해 임명된 전문가 팀은 새롭게 40개 이상 커뮤니티를 샴페인 지역에 추가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에 대한 마지막 항소과정이 진행 중이다.
확대 지정에 대비해 그동안 독립 재배자들로부터 포도를 구입해 온 몇몇 주요 샴페인 생산자들은 조용히 새로운 땅을 탐문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생산자들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샴페인 지역의 대표적 생산자이자 지역 1만5,000여재배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포도를 사들이고 있는 모에&샹동 대변인은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에 의해 제외된 지역들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마을인 마그노가 대표적인 곳. 이 마을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새로운 지역에 포함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웃 마을은 지정됐는데 마그노는 제외되자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 마을의 시장인 실뱅 뒤키는 “우리 마을은 노동자들의 마을이다. 우리는 샴페인이 다른 마을들에 가져다 줄 부를 같이 나누기 원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 -본사 특약>
샴페인지역으로 새롭게 추가될 것이 확실한 핌므의 한 바에서 고객들이 샴페인을 즐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
1헥타르에 100만유로
샴페인 지역 땅값 폭등
샴페인 지역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은 일순간에 부자마을이 된다. 일단 지정이 되면 샴페인 마켓이 호황일 경우 땅값은 1헥타르(약 2.5에이커)당 100만유로 가까이로 뛰어 오른다. 현재 거래 가격은 헤타르 당 6만유로에서 10만유로 미만 정도. 그러니 샴페인 지역으로 지정되느냐 여부에 대상 마을 주민들은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마을들은 전문 인력을 고용해 샴페인용 포도 재배지로서의 토양 적합성과 과거 경작 기록 등 관련 자료들을 마련하는데 진력을 쏟고 있다. 현재 새로운 샴페인 지역으로 지정될 것이 확실한 지역 주민들은 표정 관리에 열심이다. 환호 하거나 샴페인을 터트리는 일은 자제하고 있다.
너무 일찍 자축했다가는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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