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과 다른 외교정책 개발 시도에서 비롯<뉴스위크>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게 됐을까.
지난 20년 가까이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 하며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작년 발간한 저서에서 이라크 전쟁을 석유전쟁으로 규정, 논란을 일으키는 등 지금까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배경을 둘러싼 여러 억측들이 제기돼 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월28일자 최신호에서 부시 대통령이 제41대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와는 다른 외교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시도하다가 최대 실책인 이라크전쟁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위크는 제이컵 와이즈버그가 최근 펴낸 ‘부시의 비극’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와이즈버그는 지난 1993년 아버지 부시가 쿠웨이트를 방문했을 때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를 암살하려고 했던 것을 알고 복수를 하기 위해 대통령직 임무를 수행하면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려고 했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백악관에 입성하지는 않았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이라는 가장 큰 실수를 하게 된 것은 아버지 부시와 다른 외교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더 큰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에게 외교정책의 대원칙(독트린)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외교정책을 개발해왔으며 그 부산물로 이라크 침공이란 종착역에 이르렀다는 것.
와이즈버그는 부시의 외교정책 독트린이 초강대국 미국 중심의 ‘일극현실주의(Unipolar Realism. 99년 3월7일~2001년 9월10일까지)’→ ‘동지냐, 적이냐(2001년 9월11일~2002년 5월31일)’ →’선제공격(2002년 6월1일~2003년 11월5일)’→’중동민주화(2003년 11월6일~2005년 1월19일)’ → ‘자유의 확산(2005년 1월20일~2006년 11월7일)’ → 독트린 부재(2006년 11월8일~현재) 등으로 이어졌다고 규정했다.
부시는 취임 초기 전임 클린턴 정부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외교정책을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ABM(탄도미사일감축) 조약 폐기, 대만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탈피 및 대(對) 중국 강경 노선 채택,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서명 반대, 북한과의 핵협상 파기 등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일방통행을 강행했다고 와이즈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다가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겪게 됐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비호하는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으며 국제사회에 대해 미국과 동지가 될 것인지, 적이 될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는 외교정책을 내세우게 됐다는 것.
이 때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어 탄저균 테러가 미국 곳곳에서 발생해 ‘2차 테러 공격’의 위험이 가시화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자 WMD 보유국에 대한 ‘선제공격 독트린’이 도입됐다는 것.
‘적이냐 동지냐’ 독트린이 알-카에다를 비호하는 아프간 내 탈레반을 공격하는 근거를 제기했다면 선제공격 독트린은 알-카에다 잠재적 후원자인 이라크를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고 와이즈버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체제를 전복시킨 뒤 이라크에 WMD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부시 행정부는 ‘중동 민주화’를 내세워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했다고 와이즈버그는 지적했다.
또 부시는 2004년 재선에 성공한 뒤 2005년 취임식에서 전 세계에서 폭정을 종식하고 민주화 운동과 제도를 성장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며 ‘민주주의의 확산’(Freedom Everywhere)을 새 외교정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패배, 상ㆍ하원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내주면서 아무런 외교정책 독트린도 작용하지 않는 독트린 부재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와이즈버그는 밝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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