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기세등등했던 여류감독들의 작품 중 하나인 ‘웨이트리스’. 감독 에이드리안 쉘리는 영화 개봉 직전 살해됐다.
존 트라볼타(왼쪽)가 뚱보 엄마로 나온 ‘헤어스프레이’. 올해는 좋은 뮤지컬들이 많이 나왔다.
뮤지컬 각광, 정치영화 철저 외면
특수효과 대작에 인디들 탈진
스타파워 시들, 흥행연결 안돼
키드만, 출연작마다 관객 외면
여류감독 맹활약, 수작도 많아
‘저속한 코미디’ 개척한 애파토 감독 돈방석
미작가노조(WGA)의 장기파업이 조기 타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할리웃의 2007년이 막을 내린다. 파업 쟁점은 영화와 TV 작품의 인터넷을 통한 배급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배분. 이는 미래 영화산업이 인터넷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경향을 나타낸다.
2007년 역시 예년처럼 메이저들이 만들어낸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대규모 영화들이 세를 떨쳤고 자본력이 약한 인디 영화들은 맥을 못 추었다. 속편과 신판(remake)들이 역시 기세등등했다.
올해 두드러진 사실은 스타 파워가 반드시 흥행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브래드 핏이 제작하고 주연한 웨스턴 ‘제시 제임스의 암살’(전미 수입 500만달러 미만)과 탐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이 공연하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하고 공연한 정치영화 ‘양들을 위한 사자들’은 비평가들의 혹평과 함께 흥행서도 달랑 1,490만달러를 버는데 그쳤다.
이 영화는 14년간 몸 담아온 패라마운트에서 쫓겨난 크루즈가 활동을 재개한 UA의 공동사장으로 취임한 뒤 내놓은 첫 영화여서 UA의 장래가 순탄치 못하리라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UA의 두번째 작으로 크루즈가 주연한 히틀러 암살 시도를 다룬 ‘발키리’의 개봉 예정일이 내년 여름에서 가을로 늦춰진 것은 대규모 전쟁신의 촬영 때문인데도 공연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가 극렬 회교도들에 의해 참수 당한 월스트릿 저널 기자 대니얼 펄의 아내로 나온 ‘위대한 마음’도 졸리의 연기만 칭찬을 받았고 흥행서 죽을 쒔다. 올해는 니콜 키드만의 최악의 해. 그녀가 주연한 ‘침입’과 ‘결혼식의 마고’ 및 황금 나침반’ 등이 모두 흥행서 실패했다.
올해 또 두드러진 현상은 미국인들이 아직 이라크 문제를 비롯한 정치 영화들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대로 한 회교도 테러리스트들의 미국인 학살에 대한 CIA의 보복을 다룬 ‘왕국’은 비교적 흥행 보증수표인 제이미 팍스가 나온 액션 스릴러인데도 흥행서 참패했다(제작비 7,000만달러에 수입은 4,400만달러).
지독히 진보적이요 설교조인 ‘양들을 위한 사자들’은 제작비 3,500만달러에 고작 1,490만달러의 수입을 냈다. ‘위대한 마음’외에도 수퍼스타 리스 위더스푼이 나오고 메릴 스트립이 조연한 ‘범인 인도’와 타미 리 존스, 수전 서랜든 및 샬리즈 테론 등 빅스타들이 나온 이라크 전 후유증을 그린 ‘엘라의 계곡에서’ 등도 모두 외면을 당했다.
이런 중에 소련 침공군에 저항하는 아프간 전사들에게 비공개적으로 군자금을 대는데 기여한 미연방 하원의원과 그의 연인이자 사교계 여성 그리고 CIA 요원의 정치성 코미디 드라마 ‘찰리 윌슨의 전쟁’이 성인 팬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경사스런 일. 탐 행스, 줄리아 로버츠 및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라는 수퍼스타의 힘과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무거운 주제를 말쑥한 코미디로 다룬 솜씨 탓이다. 이 영화는 지난 21일에 개봉돼 주말 사흘간 900여만달러를 벌었다.
또 하나 예외라 할 것은 늘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기록영화 감독 마이클 모어의 ‘시코’. 미국의 의료체제를 매섭게 꼬집고 비판한 이 영화는 2,400만달러를 버는 빅 히트를 했다.
탐 크루즈가 나온 ‘양들을 위한 사자들’은 맥 못춘 수퍼스타의 힘과 함께 팬들의 정치영화에 대한 기피증을 대표한 영화다.
올해 크게 각광을 받은 장르가 뮤지컬이다.
존 트라볼타가 여장한 ‘헤어스프레이’와 디즈니의 만화와 실제 연기를 섞은 ‘인챈티드’ 그리고 지난 21일에 개봉돼 주말 사흘간 900여만달러를 번 자니 뎁 주연의 피범벅 복수극 ‘스위니 타드’ 등이 대표적 작품들.
이밖에도 비틀즈의 노래들을 내용의 중심소재로 삼은 ‘우주를 가로 질러’와 아일랜드 영화 ‘원스’도 흥행서 성공했다. 또 영국 영화 ‘컨트롤’과 밥 딜란의 생애를 그린 ‘나는 거기에 없어’ 및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다룬 ‘장밋빛 인생’도 다 훌륭한 뮤지컬들이다. 뮤지컬 강세를 등에 업고 내년에도 대형 뮤지컬 3편이 개봉된다. 메릴 스트립과 피어스 브로스난이 주연하는 아바의 뮤지컬 ‘마마 미아!’와 뮤지컬 ‘시카고’를 연출한 롭 마샬이 만든 ‘나인’ 및 ‘선셋대로’ 등이 그것들.
올해는 또 여성 감독들이 맹활약한 해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의 연출자인 줄리 테이머는 ‘우주를 가로 질러’로 10대 소녀들의 호응을 받았고 인도계 미라 나이르는 인디영화 ‘같은 이름’을 만들어 세대와 피부색깔을 초월한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캐나다 태생의 배우 새라 폴리는 치매를 앓는 여인(줄리 크리스티)의 드라마 ‘그녀로부터 멀리 떠나’로 호평을 받았고 각본가 로빈 스위코드는 여성 앙상블 캐스트 드라마 ‘제인 오스틴 독서 클럽’을 감독, 역시 여성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호평 속에 상영중인 ‘새비지 가족’도 여류 타마라 젠킨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현재 상영중인 이 영화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두 남매로 나온 필립 시모어 하프만과 로라 린니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밖에도 흥행에서는 성공 못했지만 주연한 할리 베리와 베네시오 델 토로의 연기가 호평을 받은 ‘화재에서 우리가 잃은 것들’과 ‘내게 말 하세요’ 등도 각기 여류인 수전 비어와 카시 레몬스의 영화다. 올해 초 나와 뜻밖에 히트한 달콤한 코미디 드라마 ‘웨이트리스’도 배우이기도 한 에이드리안 쉘리의 감독 작품. 그런데 쉘리는 이 영화가 개봉되기 직전 살해돼 안타깝게도 재능이 활짝 피기도 전에 끝나고 말았다.
올해 배우로서 감독을 해 호평을 받은 사람들이 벤 애플렉과 션 펜과 덴젤 워싱턴. 애플렉은 동생 케이시를 기용해 만든 범죄영화 ‘곤 베이비 곤’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고, 펜은 자연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다 알래스카에서 아사한 청년의 실화를 다룬 ‘자연 속으로’로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워싱턴은 언더독 이야기인 텍사스의 한 작은 흑인 대학 토론반의 드라마 ‘위대한 토론자’들로 지난 2002년 ‘안트완 피셔’로 감독에 데뷔한 뒤 두번째 영화를 내놓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올해는 상스럽고 야하기 짝이 없으나 솔직하고 순진한 코미디를 만들어 엄청난 히트를 한 저드 애파토 감독의 해라고 해야겠다.
‘40세 총각’으로 저속 코미디의 신경지를 개척한 애파토는 먼저 뜻하지 않은 임신의 얘기인 ‘임신’을 내놓아 무려 1억4,800만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어 틴에이저들의 코미디 ‘수퍼배드’를 제작, 역시 히트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그가 공동으로 쓰고 제작한 음악 전기영화의 풍자극 ‘워크 하드’는 지난 21일에 개봉, 주말 사흘간 수입이 500만달러를 밑도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애파토의 영화들은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야하나 거의 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속편과 신판들이 기승을 떨 것이다. 이런 영화들로 ‘미라’와 ‘인디애나 존스’와 ‘스타 트렉’ 등이 개봉을 대기 중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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