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소, 2-3가지 선례 등 김정일 복심 분석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에 호의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북한이 연내 구체적인 핵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싱턴 정보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정부 부처나 헤리티지재단 등 싱크탱크들은 ‘행동 대(對) 행동’ 원칙에 따라 모든 의혹을 다 밝힐 것으로 기대됐던 북한이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는 원인을 파악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당초 약속한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북측이 최대 관심사인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의혹과 북측의 대(對) 시리아 핵이전설 등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거부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찾아냈거나 구체적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말 못할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핵포기에 관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이나 결심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공감대가 이뤄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불충분한 신고를 하는 것보다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김 위원장의 결심을 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마다 의견에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2-3가지 원인으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이 과거 솔직한 고백을 통해 상대방의 환심을 사거나 결정적 양보를 꾀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차게 되는 우를 범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통 큰 정치’ ‘광폭 정치’로 대변되는 자신의 선굵은 제안이나 고백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켜 온 선례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 9월 자신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 총리 사이에 이뤄진 `평양선언’에서 일본인 납북을 시인한 이후 북일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 차라리 고백하지 않은 것만 못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해 감정 결과를 놓고 일본과 충돌했고, 전세계의 대북 여론 악화는 물론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의 빌미를 제공했던 점을 뼈아픈 실책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2002년 제2차 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우라늄 핵무기 개발계획 추진’ 선언 논란이 그후 두고 두고 북한을 괴롭히는 멍에가 됐다는 사실이 김 위원장의 결심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당시 군용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거쳐 평양에 도착한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HEUP)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지원책 중단을 선언하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이에 반발, 핵보다 더 한 것도 있다며 HEUP 계획을 시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돌출 발언’ 때문에 예상치 못한 큰 홍역을 치렀다. 어찌보면 지금까지도 그 발언 하나로 인해 피곤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북한은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이 요구하는 대로 의혹을 시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계기로 김 위원장 통치자금의 내역과 노동당 39호실 등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도 북한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 같다면서 이것도 북한의 핵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전략적 위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개인 재산이 4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따라서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보유 의혹, 시리아와의 핵커넥션 의혹에 대해 고백했을 때 그 득실과 파장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난 5일 부시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성실 신고를 촉구하는 친서를 보낸 것도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한이 UEP 문제와 대(對) 시리아 핵확산 의혹을 시인했다가 자칫 미국의 추가 압박에 직면하고, 나아가 핵탄두 보유와 미사일 문제로 논점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보수성향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가 집권하면서 대북 정책에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좀 더 두고 보자는 판단을 김 위원장이 내렸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조속한 핵신고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에게 영원한 적은 없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제스처라는 해석도 있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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