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의 나이에 마음을 좇아 문인의 길에 들어선 김일홍씨는 늦게나마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화제 인물-라팔마 거주 김일홍씨
한국의 신문사 주최
‘넌픽션 공모전’과
미주 ‘아동문학전’서
동시에 입선 꿈 이뤄
간첩을 잡던 정보요원이 넌픽션과 동화작가로 변신해 화제다.
주인공은 라팔마에 살고 있는 김일홍(70)씨로 최근 한국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제43회 2,000만원 고료 넌픽션 공모전‘과 미주아동문학가협회(회장 정해정)가 제정한 ‘제1회 미주 아동문학 신인상’에서 각각 우수작과 가작으로 입선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등단한 김일홍씨는 미국에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국가 정보기관에 근무했었다. 중앙정보부 시절이던 1968년부터 이민 직전인 1993년까지 25년 동안 국가 정보원에 몸 담으며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넌픽션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 ‘판문점’도 70년대 남북 군사정전회담과 남북 적십자회담 당시 언론사 기자로 위장한 채 정보 입수를 위해 북측 기자와 접촉하면서 겪은 경험과 치열한 신경전, 우정 등을 그렸다.
김씨는 “당시 북한 노동신문 기자를 가장한 내 카운터파트 역시 노동당 조사부 공작요원이었다”며 “여러 번 만나면서 가정사를 이야기 할 정도로 친해졌지만, 결국 우리 모두 이데올로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 정보원 출신으로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식 등단한 첫 번째 문인이 된 김씨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글쟁이가 꿈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뒤에는 서울신문을 거쳐 여성지 여원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했다. 글과 사진에 모두 능숙했던 그는 당시 북한의 삐라 공세에 대응할 삐라를 제작할 심리전 요원을 찾던 정보부 관계자들에게 발탁돼 현대사의 회오리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93년 미국에 건너온 뒤 젊은 시절의 꿈이었던 글쓰기에 도전하려 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에 빠져 살다보니 15년 만에야 꿈을 이루게 됐다. 올 1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6개월 동안 펜과 종이와 씨름한 끝에 판문점을 탈고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살해사건, 통일혁명단 간첩사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그는 “통일혁명단 사건 당시 천재인 신영복 교수를 감옥에 보내는 게 너무 아까웠고, 김형욱 부장은 나이지리아 암살범을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은퇴 후에도 비밀을 지키는 것이 정보요원의 명예”라며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씨는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과거 진실규명 및 화해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일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며 “다음 작품에는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산 많은 선후배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직접 겪은 통일혁명당 사건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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