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서비스가 최악인 업종은 무엇일까. 미시건대학이 지난 13년간 조사 분석해온 소비자 만족도 연구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최저점수로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한 주인공은 100점 만점의 소비자만족지수에서 63점을 받은 항공업계였다. 미국에서 고객서비스 불량의 상징으로 꼽혀온 연방 우체국도 73점을 받아 항공사들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일반석을 타고 항공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면 아무도 이 조사결과에 반대를 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엉망인 서비스엔 아랑곳없이 만족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항공사 주주들이다. 지난 주 발표된 항공사들의 3·4분기 순이익은 지난 6년내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봄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비행편 연발로 9시간째 속수무책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만약 운항이 취소되어 호텔에 투숙할 경우 기계고장이면 항공사가 숙박료를 부담하지만 날씨탓이면 승객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전체업종 중 소비자만족지수는 최저·올여름 순익은 6년내 최고
‘서비스 투자는 이익 증가에 도움 안돼’개선 여지도 안보여
올 여름 미 항공기들의 정시 도착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공항마다, 제시간에 비행기를 못타고 주저앉은 승객들로 초만원을 이루었고, 수하물 분실도 지난 몇 년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지난 몇 년 그 어느 때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
순익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두가지다 - 승객 증가와 경비 절감. 국내항공편수는 95년 360만에서 올해 500만으로 40%나 늘어났다. 큰 항공사들의 탑승률은 80~90%에 달했다. 주말등 인기있는 플라이트 대부분은 오버부킹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9.11이후 침체와 함께 구조조정에서부터 식사제공 중단에 이르기까지 긴축경영의 방침은 그대로다. 수입은 늘어났는데 들어가는 경비는 줄어드니 순익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실종 내지 희생된 것이 바로 서비스다. 항공사 투자자들은 미소짓지만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더 작은 비행기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우느라 좌석은 점점 더 좁아지고 식사는 물론 베개나 담요에도 사용료를 부과하는가 하면, 인원 줄고 봉급 깎여 불평 가득한 항공사 직원들은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
그중에서도 승객들을 가장 난감하게, 그래서 분개하게 하는 것이 연착, 연발, 취소등 항공기 정시운항이 차질을 빚을 때다. 항공사 측의 친절하고 상세한 가이드는 기대하기 힘들고 우왕좌왕하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놓쳐도 하소연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6월말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디트로이트행 델타항공을 타려던 미시건의 한 승객이 이 상황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다. 항공기에 탑승을 마쳤던 승객들은 연발로 4시간 동안 폭염 속에서 아무런 식사제공도 못받은 채 속수무책 기다려야 했다. 더위에 지친 한 승객이 구토를 일으키며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나가고 갓난아기가 그칠 줄 모르고 울어댔다. 공항의 모든 고객서비스 관련 종업원들이 퇴근한 후 이 비행편도 결국 취소되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식사도 못하고 텅 빈 터미널에서 쪼그린 채 잠을 청했다. 항공사 측은 날씨 탓이라고 설명했다. 비행기가 못 뜬 것은 날씨 때문이었지만 승객들을 화나게 한 것은 회사측의 무성의였다. 델타의 고객서비스팀은 그날의 승객들에게 연락해 사과하며 보상을 제시했다지만 과연 얼마나 분노를 달랬는지는 미지수다. 그날 촬영한 비디오테입은 그후 한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같은 항공사의 서비스 실종이 앞으로 개선될 것인가. 라이스대학의 소비자관련 연구팀은 ‘별로’라고 예상한다. 고객서비스를 개선하기위한 투자가 항공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싫으면 다른 비행기를 타라”는 것이 항공사 측의 태도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별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한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쁘면 다른 회사를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항공사는 다르다. 워낙 승객은 많고 항공편은 모자라 더 나은 곳이 없으니까”라고 미시건대학의 소비자 연구팀 지도교수는 말한다.
더 나은 서비스를 자의반타의반으로 아예 포기한 소비자들도 있다. 연발착을 예방하기 위해 비행편수를 줄이거나 서비스 향상을 위해 요금을 올리는 것을 우려하는 승객들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차라리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값싼 요금 쪽을 선택하겠다고 ‘힘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말한다.
갈아타는 비행기 놓치지 않으려면
항공기 여행객에게 가장 난감한 일 중 하나는 타고 온 비행기의 연착으로 갈아타는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다. 아래 몇 가지를 기억해두면 그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능한 이른 시간의 비행편을 이용하라. 이른 시간의 연발착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혹 놓친다해도 시간이 넌넉해 당일에 갈아탈 비행편이 상대적으로 많다.
-시간에 꼭 맞추어 갈 일이 있으면 항공사 예약 전화번호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 준비해 갈 것.
-항공사에 자신의 이메일주소와 셀폰번호등을 미리 알려 리부킹을 할 때 연락이 빠르도록 선처해 둘 것. 카운터 긴 줄 앞에 서지 않아도 된다.
-긴 줄 뒤에 서야할 경우 항공사 예약부서에 셀폰으로 전화할 것.
-갈아타는 시간이 촉박하면 공항의 구조를 사전에 체크해 빠르게 다음 항공으로 이동하는 길을 미리 알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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