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남녀주연
5일 개봉된 앙리 감독의 멜로드라마 ‘색, 계’(Lust, Caution)의 두 주인공 토니 륭과 탕 웨이를 지난 달 토론토영화제 기간에 토론토의 포시즌 호텔서 만났다. 일본 점령지 상하이의 반역자인 중국인 정보부장을 암살하기 위해 그의 애인이 된 여대생의 숙명적인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NC-17등급을 받은 두 남녀의 전투를 하는 것과도 같은 극사실적인 섹스신 때문에 화제가 된 작품. 그래서 질문도 그 장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실제같은 섹스신 첫 경험”
리허설 때 세밀한 동작 만들어
본격 촬영 땐 부끄러움 안느껴
- 토니 당신은 일단 극중 인물 속으로 들어가면 부끄러움을 안 느낀다고 말했는데 그것에 대해 보다 자세히 말해 달라.
▲ 토니: 러브신 촬영 전에 탕 웨이와 앙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러브신에 관해 많은 토론을 했다. 처음에 앙은 그 장면에 대해 그렇게 많이 얘기하질 않았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잘 몰랐는데 후에 리허설을 통해서 그 장면에 대한 개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리허설 후에도 우리는 자의식 때문에 편치가 않았다. 그러나 난 이 직업에 25년간이나 종사해 왔기 때문에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마법처럼 작중인물이 돼 부끄러움을 전연 느끼지 않게 된다. 오로지 작중인물의 감정과 내적 액센트를 반영하려고 애쓰게 된다.
▲ 탕: 그렇게 막중한 감정 묘사를 표현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가 굉장히 힘든 러브신이어서 신경이 무척 쓰였다. 모두들 조금은 부끄러워했다고 생각한다. 세트에는 토니와 나와 앙과 촬영감독등 4명만 있었는데 철저히 직업적 분위기였다. 리허설이 매우 중요했는데 그 걸 할 때 편안함을 느꼈었다. 나는 나를 열려고 노력했다. 토니는 늘 내 긴장을 풀어줘 난 그저 그를 따랐을 뿐이다.
- 실제로 영화에 나오기로 결정했을 때야 비로소 섹스신이 사도-마조키스틱한 성질을 갖고 있고 또 그 행위가 마치 체조를 하는 것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가. 그 장면을 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진 않았는가.
▲ 토니: 맨 처음에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몰랐다. 난 연기에 한계를 두진 않는다. 앙은 그 장면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처음부터 자세히 말했더라면 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몇 달 함께 일한 뒤여서 우리는 상호 신뢰감을 쌓게 됐다. 그 장면이 영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난 배우로서 앙을 신뢰했다. 난 그 러브신이 앙에게도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연기와 감독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를 탐구하려 했다.
▲ 탕: 앙은 내 마지막 오디션에서 그 장면에 대해 내게 얘기했다. 그는 결코 그것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신도 처음엔 그렇게 세밀한 것까지 생각했다고 믿지 않는다. 후에 우리가 리허설 할 때 상의했고 그러면서 섹스의 세밀한 동작들을 만들어 냈다.
- 토니, 당신의 역은 증오 받을 만한 것으로 당신은 아내를 속이고 조국을 배신했는데 그런 인간이 동정 받을 수 있는가.
▲ 그는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준 경우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자립해야 했고 또 감정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가 아직도 다소 순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 탕 당신은 몇 살인가.
▲ 영화를 찍을 때 26세였다.
- 앙리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토니: 나는 그의 영화를 많이 봤고 그의 일을 존경한다. 그는 매우 엄격하고 매일같이 최고의 목표를 설정한 뒤 그 것을 이루도록 요구했다. 압력이 셌지만 즐거웠고 재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배우들을 사랑하는 감독이다.
▲ 탕: 영화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가족과도 같았다. 그 가족의 영혼이 앙이었다.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그는 모두에게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에누리 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얘기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요구하는 것을 많이 주고 싶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질 않는 사람이다.
▲ 토니: 그리고 그의 각본에 있는 단어는 단 한자도 못 고친다. 난 칸토니즈를 써 만다린에는 서툰데 그래서 만다린 대사를 암기해야 했다. 각본 수정이 없는 것이 내겐 오히려 도움이 됐다.
- ‘디파티드’와 그 것의 원작인 ‘무간도’를 비교해 봤는가.
▲ 토니: 나는 마틴 스코르세지의 큰 팬이다. ‘디파티드’는 매우 확고한 작품으로 작중 인물들의 배경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 것이 ‘무간도’와 다른 점이다. 홍콩영화는 돈이 많이 드는 결투액션 장면을 많이 찍을 수가 없어 자연 스타일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 탕, 영화에서 당신은 자살용 독약캡슐을 갖고 다니는데 실제로 그 것을 써야 할 경우를 만나면 쓸 용의가 있는가.
▲ 나는 내 자신이 내 삶을 다루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 걸 쓸 것이다.
- 탕, 당신은 영화에서 많은 비밀을 지닌 여자로 나오는데 섹스신 외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 대학생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할 때였다. 시간 흐르는 순서대로 촬영을 하지 않아 계속해 번갈아가며 두 여자로 변신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압력을 좋아한다.
- 당신 둘은 영화에서 정말로 섹스를 했는가.
▲ 물론 아니다. 우리는 그 장면에 가급적 사실에 가깝도록 직업인으로 최선을 다했다.
- 탕, 당신은 이 역으로 앞으로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미국영화사에서 출연 제의가 왔는가.
▲ 난 지금 매일을 즐기고 있다. 이런 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난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더 연습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토니, 당신은 어떤가.
▲ 몇 편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각본이 마음에 안 들어 아직 중국영화에만 나온다.
- 중국은 초강대국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검열제가 있는데 당신은 영화에 나올 때 이 문제를 생각하는가.
▲ 토니: 결코 생각 안한다. 난 단지 배우 노릇을 즐길뿐이다. 난 언제나 도전을 받아들이길 좋아한다.
▲ 탕: 나도 그것에 대해 생각 안한다. 난 단지 좋은 제작진과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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