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의 슈퍼 루키를 꼽으라면 단연 장근석과 박시연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장근석은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ㆍ제작 영화사아침)에서 정진영 김상호 김윤석과 활화산 밴드를 만드는 유일한 20대로 스크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박시연은 영화 <사랑>(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진인사필름ㆍ20일 개봉)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몸으로 겪는 미주로 내면 연기를 펼쳤다. 각각 따로 만난 이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남녀 루키간의 가상 대화로 엮어봤다.
#작품 속의 나
=반가와요 근석씨. 제가 맡은 미주는 어릴 때 가족을 잃고 세상이 평범하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 여자에요. 사랑하는 이까지 얽혀 모든 것을 거는 두 남녀의 이야기에요.(박시연ㆍ이하 박)
=<즐거운 인생>은 이미 개봉이 됐으니, 내용은 아시죠? 제가 출연했지만 아저씨들이 슬픔을 머금고 아카펠라로 노래를 하는 하이라이트에서 울었어요. 순수한 결정체가 폭발하는 듯 했어요. 뒤에서 해머로 맞은 듯 했다고나 할까요. 멜로 연기는 어떠셨어요? (장근석ㆍ이하 장)
=멜로는 여배우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장르죠. 좀 더 경력이 쌓이면 꼭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 연기도 하고 싶었는데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3년쯤 뒤에 노하우가 생겼을 때 촬영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과 또 다른 맛이겠죠. 베스트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 입을 옷을 제 상황에 맞게 소화하는 것이 제 운명이라 생각해요. 그 다음에 욕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근석씨는 기타를 원래 연주할 줄 알았나요? 가수 못지 않던데. (박)
=기타는 약간 칠 줄 알았었고요. 노래는 1년전부터 배워두었어요. 손호영 형과 같은 소속사라 호영이 형이 박선주 선생님께 노래 배울 때 ‘나도 나도’라고 졸라서 곁다리로 같이 배웠어요. 영화 촬영하며 실제 밴드에게 배웠기에 손동작 등 어색하지 않은 무대 매너도 배웠고요. 사랑을 연기하려면 따로 배울 것은 없어도 내면적으로 숙성시킬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장)
=사랑은 진부하다면 진부하죠. 하지만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주제 같아요. 저는 평생 살면서 이번 영화 같은 사랑을 못 해 볼 것 같아요. 초등학교 첫사랑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이상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처럼 슬픈 사랑은 하기 싫어요. 근석씨는 어떤 점에서 감독님이 발탁했나요?(박)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님이 추천하셨다고 해요. 감독님이 제 눈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여러 눈빛을 갖고 있다고요.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를 제가 부른 녹음 CD도 들어보시고 좋았다고 해요. 시연씨는요?(장)
=근석씨의 노래 실력이 중요했듯 저도 사투리 실력이 한 몫 했죠. 부산에서 태어나서 중학교 시절까지 살았어요. 제가 보기보다 털털 맞은 면도 많고요. 사실 서울말은 뒤늦게 습득한 것이라 부산말이 더 편해요. (박)
=저는 워낙 가무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선배님들과 촬영하며 음주도 배웠어요. 기타도 무조건 연습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놓고 술 마시고 와서 다시 시작하면 잘 되기도 하고요.(장)
=저도 술 많이 늘었어요. 저는 술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명함도 못 내밀었죠. 호호. 이거 말하면 다들 기분 나빠할 텐데…. 물 섞어서 먹기도 했어요.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같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서 그랬어요. 소주는 <구미호가족> 때 주현 선생님께 처음 배웠어요. 원래는 맥주와 와인을 좋아해요. 그나저나 근석씨는 자신이 주장한 장면은 없었나요? (박)
=화장실 신이요. 감독님이 시종일관 현준이는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관객이 찾게 하라고요. 간접적으로 현준의 감정을 설명해야 했는데… 화장실에서 김상호 형님이 ‘니 아버지랑 똑같네’라고 말하죠. 현준이는 별 말이 없지만 현준이가 아버지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걸 관객에게 알리고 싶었어요.(장)
=저는 촬영 전에 대화는 많이 했지만 고집을 피운 부분은 없었어요. 다만 베드신은 감독님 주진모씨 함께 이야기해서 최소한으로 그렸어요. 베드신은 ‘아름답고 슬픈 인호와 미주의 베드신’이라고만 적혀 있었어요. 감독님 인생에서 최고로 무책임한 글이었다죠. 오히려 보여지면 아름다움이 깨질 것 같아 절제했죠. (박)
#평소의 나
=저는 올해가 터닝포인트인 것 같아요. 배우 장근석과 인간 장근석을 스스로 좁혔다고나 할까요. 둘이 하나가 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사건’이라고 사건이 있었죠. 하하. 동기들이 아르바이트해서 월급받고 술도 산다 하니까 저도 ‘그걸 해 볼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소속사 매니저형을 졸랐어요. 자장면 배달이든, 커피 전문점 서빙이나 주방보조든 꼭 해 보고 싶어요.(장)
=평소에는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요. 얼마 전 서점에서 모자 쓰고 바닥에 앉아 책 보다 네티즌이 사진을 찍었잖아요. 저, 맞아요. 가끔 잠옷 차림에도 내려간 적도 있는데 사진 찍힐 줄 알았으면 더 예쁘게 하고 갈 걸 그랬어요. 책을 읽는 것은 책이 삶의 해법을 주기 때문이에요. 감정을 말하면 더욱 커져서 말을 자제하게 돼요. 저는 말하고 난 뒤 다 해결되었는데 상대방은 여전히 저를 걱정하고 있으면 부담스럽잖아요.(박)
=가끔 아역 출신인데 청소년기 질풍노도를 어떻게 견뎠냐고들 물어요.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어려서 일을 해서 책임감이 강해요. 촬영을 가야 하니까 빗나가는 사춘기라는 걸 몰랐죠. 술과 담배도 몰랐고,부모님과 사소한 언쟁으로 집을 나갔다 다음달 촬영이 걱정되어 바로 들어갔다니까요. 하하. 세상은 저를 유혹했지만 제 사춘기를 핑계삼아 그런 것과 친해질 여유가 없었어요. (장)
=근석씨도 보기와 많이 다르네요. 저도 남들이 볼 때는 도시적이나 도도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저는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놀래는 게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안에 음악을 크게 틀어넣고 하루 종일 청소를 하는 거에요. 오빠랑 동생은 밖으로 내 보내고. 필요 없는 것을 다 버리고 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더 좋은 물건으로 채워져요.(박)
=그렇게 청소를 하면 마음까지 말끔해 질 것 같아요.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을 자주 써요. 영화 DVD를 재생하고 텍스트로 옮겨보라고 이준익 감독님이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해보니까 아주 재미있던데요. (장)
=제 좌우명은 ‘초심을 잃지 말자’ ‘강한 자에게 강하게 약한 자에게 약하게’예요. 더 지혜로왔으면 좋겠어요. 근석씨 취미는 뭐에요?(박)
=차랑 음악을 좋아해요. 얼마전에는 만사 제치고 프랑스 르망에서 24시간 레이스를 보고왔어요. 사진을 많이 찍고요. 웨이크보드 제트스키 농구 등 속도가 있는 운동을 좋아해요.(장)
#과거의 나
=저는 2001년 중국에서 <봉구황> <한혈보마> <보련등>을 혼자 찍은 적이 있어요. 기획사라는 것도 모르고 나름대로 프로필을 돌렸는데 중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가방 2개 들고 가서 4개월간 무작정 있었어요. 통역하는 언니 한 분과 함께요. (박)
=와. 정말 힘드셨겠어요.(장)
=영하 20도 추위도 견뎌보고, 사막에서 모레 세례를 받기도 했죠. 그때는 고생인줄 몰랐죠. 하하. 남들은 ‘엔프라니’ CF로 ‘뿅’ 하고 나타난 줄 알지만 제 나름대로 2001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아직 그렇게 말할 실력은 못 되지만요. 조금은 열정과 의욕이 있다는 걸 봐 주셨으면 해요.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전도연 선배님 같은 분이 존경스러워요.(박)
=저는 아역으로 시작을 했어요, 어렸을 때 집을 보러 오신 분이 이쪽에 계셨는데 활동을 제안하셨고 이후에 꿈을 키웠어요. 그때는 그저 사람들이 저를 봐 주는 게 좋았는데 고3때 <논스톱> 끝나고 공백이 길었거든요. 나름의 슬럼프였는데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을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연기 잘 한다는 오만이 깨졌고,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어요.(장)
=저도 계속 연기를 할 거에요. 원래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세우지는 않지만요. ‘바르게 살아야 한다’ 정도 외엔. 결혼을 하더라도 10년이 지나더라도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요? 이번엔 여운이 많이 남아서 사무실에서 주신 시나리오를 아직 안 열어봤네요. <사랑>이 워낙 특별했어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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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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