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왕사신기’ 방영 앞두고 기자간담회
손에 잡히지 않았던 신화를 손에 쥐어 주고 싶었습니다. 절대로 용두사미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화제작 ‘태왕사신기’의 연출자이자 이와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종학 PD가 이 드라마의 방송을 앞두고 1, 2회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PD는 6일 오후 여의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완성도만큼은 대한민국 어떤 드라마보다 낫다고 자신한다면서 ‘태왕사신기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하나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러 시도는 많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으며, 최초로 시도하고 열심히했다고 해서 박수를 받을 생각은 없다며 우리 힘으로 이런 수준의 드라마 한 번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만큼 애국심으로라도 많이 봐 달라고 덧붙였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태왕사신기’는 국내 드라마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다. 세트 건립비 포함, 4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방송 전에 이미 일본 NHK TV와 방송 계약이 체결되는 등 아시아권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 TV로 편성된 ‘태왕사신기’는 10일 인터뷰와 제작과정이 담긴 ‘스페셜’이 먼저 전파를 타고, 11~13일 1~3회가 잇달아 방송된 후 19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55분에 방송된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대작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소감은.
▲오랫동안 기획했는데 실제 첫 촬영은 작년 3월부터다. 1년 반이 지났는데 대본의 연속성이나 세트 건립 등의 문제로 실제 촬영시간은 많지가 않았다. 완벽한 사전제작을 하고 싶었는데 마무리가 잘 안돼 아쉽다. 20부까지 거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TV에 이렇게 많은 물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하나의 돌다리를 놓으면 이후에는 세계 시장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작품이 나오지 않겠나.
--영화 ‘반지의 제왕’의 컴퓨터그래픽팀과의 작업은 어떻게 마무리됐나.
▲초반에는 서로 기술 제휴를 했지만 양쪽의 시스템이 충돌했다. 그쪽은 시나리오 등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작업에 돌입해야했고, 우리는 대본 작업에 따른 순발력이 필요했다. 비용 산출에서도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컴퓨터그래픽 부분은 국내 기술로 마무리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피부에 와 닿는 우리 나름대로의 CG가 가능했을 것인데 아쉽다.
--해외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많이 찍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와 부딪히면서 중국 촬영이 무산됐다. 키르키스탄에서 말 달리는 장면 등을 찍었다. 조명이 거의 불가능한 장소라 낮에 찍은 후 CG를 이용해 밤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보일 수 있다.
--CG가 많아 1부가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페셜’ 방송 시간에 사신과 환웅, 사신과 광개토대왕 등의 관계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환웅에서 출발해서 단군 주몽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극으로 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우리의 정신세계를 풀어보고 싶었다. 유럽이나 중국의 판타지는 잘 알아도 우리는 우리의 신화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드라마로 풀어본 적이 없다. 교과서와 동화에서만 가능했던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손에 잡지 못한 이야기를 쥐어 주고 싶었다.
--배용준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광개토대왕은 칼만 휘두르는 관우나 장비 같은 맹장일까, 아니면 유비처럼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람일까를 놓고 고민했다. 우리는 부드러움 속의 카리스마를 추구했다. 그런 점을 배용준에게서 발견했다. ‘멜로의 왕’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카리스마를 느꼈다. 특히 배용준은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촬영에 임해 연출자인 내가 당황하기도 했다. 그를 통해 따뜻하고 카리스마 있는 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류를 다시 살릴 기대작으로 기대가 많다.
▲완성도만큼은 대한민국 어떤 드라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미술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인데 이 이야기가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분명하게 말 못하겠다. ‘태왕사신기’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하나의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반 화려한 전투장면 후 용두사미가 된 사극이 많다.
▲나도 그런 사극을 많이 봤고 또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태왕사신기’는 절대로 용두사미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용이 미꾸라지가 됐다는 소리는 안들을 자신이 있다.
--CG에 내러티브가 묻히는 것 같다.
▲오늘 본 것은 전체 24부 가운데 인트로일 뿐이다. 그 뒤로는 내러티브로 연결된다. 나도 연출을 하면서 내러티브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그림을 앞세워 시청자를 혼란시킨 적이 없다.
--작가와 내러티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역대 왕 가운데 왜 광개토대왕만 영토확장을 했을까라는 점을 고민했다. 우리에게 지금 어떤 지도자가 필요할까, 적어도 광개토대왕만큼 꿈꾸고 실행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하지 않겠느냐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CG는 어떤 부분에서 주로 사용됐나.
▲2부 이후에서는 광개토대왕이 신물을 만날 때 주로 사용된다. 대부분이 내러티브 중심이다. 다만 23~24부에서 벌어질 화천회 대장로인 최민수와 광개토대왕 배용준의 전투 장면에서는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1만 평의 궁궐을 10만 평으로 보이게 하는 등의 장면에 사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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