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덕, 강명보, 강명화, 강병일...”
남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몰라도 가족들에게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다. 어느날 갑자기 이북으로 끌려간 게 엊그제 같은데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통한의 삶을 살아온 북한 피랍자 가족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한국과 워싱턴에서 9월1일 낮 12시부터 4일까지 8만3,419명의 명단을 하나씩 부르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
나흘간 한시도 쉬지 않고 진행되는 피랍자 명단 낭독 시위를 주최하는 그룹은 피랍탈북인권연대. 6.25 참전동지회 등의 협력을 얻어 9월2일 하루 동안 열리는 한국 시위는 도희윤 대표가 맡고 있고 워싱턴 백악관 앞 시위는 배재현 이사장(사진)이 다른 탈북자 지원단체, 일본 인권단체와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2일은 5년 전 북한 장기수 63명이 돌아갔던 날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아프간 인질들이 모두 석방된다니 대단히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것은 피랍자들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했지만 이들은 아프간 인질들보다 더 딱한 처지 아닌가요? 생사 확인조차 못하고 제대로 관심을 끌지도 못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한다면 최소한의 논의라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취지로 피랍자 명단 낭독 시위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은 더 이상 관심이 없고, 북한은 시치미를 떼고, 국제사회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납북됐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시위는 어쩌면 맨 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내 동족, 내 가족의 이름을 한 번 다시 부르는 의식은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른다.
일본인 283명, 기타 여러 나라 피랍자 10명을 포함해 8만명이 넘는 명단을 부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봤더니 꼬박 나흘이 필요했다. 이름을 기계적으로 빠르게 부르는 게 아니고 애절한 염원을 담기 위해 4초씩 배당하니까 그렇게 됐다.
배 이사장은 “현재 한인 20여명, 일본인 10여명이 참여하겠다고 연락해왔으나 봉사자가 많이 부족하다”며 “당일이라도 봉사를 원하면 환영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배 이사장이 출석하는 새빛교회의 김용환 목사 부부와 성도들이 적극 돕겠다고 나서 감사할 따름이다.
2000년 피랍탈북인권연대를 조직한 배 이사장은 탈북자 구출을 위해 생사를 같이하던 김동식 목사가 사라지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 그는 2003년 도미한 후 도희윤 대표에게 단체를 맡기고 이곳워싱턴에서 간접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을 설립한 황성주 박사가 그의 사위다.
시위 참여 문의 (703)338-2388, 371-5314.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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