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팬들 앞에 서겠다는 이들의 꿈은 변하지 않는다.
가수가 되는 길은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오며 작곡가의 개인 발굴에서 콩쿠르의 변형인 가요제로 재편됐다.
90년대를 넘어서면서 또 다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번에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등장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혁명이 가세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가수의 등용문을 되짚어봤다.
#가요제=변해야 산다
최근 지자체와 영화계가 군소 영화제를 무더기로 양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10년 전에 이러한 관심과 영화를 누리던 것은 가요계였다. 각 지방마다 각종 가요제를 유치하려는 과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도 말 그대로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방송사 주최의 명망 높은 가요제도 존폐 기로에 놓인 경우가 많다.
실례로 78년부터 처음 개최돼 이선희 이상은 등을 배출한 MBC 강변가요제는 2001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더 이상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서 쇠퇴일로를 거듭한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요제의 위축은 90년대 초반부터 가요계의 헤게모니가 방송사에서 기획사로 넘어온 현실을 대변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때 이후 실력 좋은 지망생이 가요제를 기피하고 기획사의 오디션에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가요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살을 깎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인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그 선봉에 섰다.
재정난으로 2005년 개최되지 못한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였다. 싸이월드의 후원을 받고 온라인 접수를 강화했다.
1회 조규찬을 시작으로 유희열 심현보 정지찬 이한철 강현민 방시혁 키스더피아노 스윗소로우 등 뛰어난 실력파 뮤지션이 꾸준히 발굴됐다.
고(故)유재하의 20주기를 맞아 11월 3일 벌어지는 올해는 이전 수상자들의 특별공연도 예정돼 그 의미를 더한다.
이훈석 유재하장학회 이사는 “과학에도 기초과학이 중요하듯 작곡과 작사를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는 음악계의 기본 초석이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발굴한다는 대회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면서 제2의 증흥기를 맞고 있다. 최고 수준인 총 1,600만원의 장학금도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다”라고 말했다.
강변가요제와 80년대 큰 호응을 얻었던 대학가요제도 변신을 시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26회에는 이런 변화의 양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출연자가 대학생일 뿐 전세대가 공감하고 즐기는 문화제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음악을 향유하는 계층의 변화를 보여주듯이 힙합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대학가요제 역사상 최초로 럭키세븐이라는 그룹이 힙합곡 <선미랑 싸웠을 때>를 들고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게스트 역시 윤미래 CB MASS 등 힙합가수들이 나와 대학가요제가 낳은 애창곡 <나 어떡해> <내가> 등을 랩으로 재해석하는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 대학가요제를 준비 중인 MBC 강영선 PD는 “대학생이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가요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만 기존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대학가요제 취지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오디션=옥석 가리기 힘드네
가요제의 빈 자리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오디션이 채우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 제도를 90년대 초반부터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을 비롯해 적지 않은 SM소속 가수들이 이 무대를 통해 발굴됐다.
SM 관계자는 “주말 평균 100명 정도의 연예인 지망생들이 오디션에 몰리고 있다. 방학에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그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오디션열풍은 확인할 수 있다. SM은 지난 3월 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의 장점은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네티즌이 자신의 끼를 실시간으로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반응도 즉각적이라 기획사 입장에서는 지망생을 가지고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별도의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SM 관계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바람을 타고 전혀 연예인 경험이 없던 이들도 즉각적으로 인기를 얻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이들이 스타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으로 생활하기에 적합한 소양이나 품성까지 지니고 있는 것을 구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온라인 오디션을 통해 한국 가요계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네티즌의 열렬한 지지로 또 다른 스타탄생의 방식이 생겨났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가요계를 움켜쥐었던 방송사의 영향력에 대항할만한 또 하나의 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획사의 스타독점은 보다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런 추세가 가요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소속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수 지망생이 잘 짜여진 훈련 시스템 속에서 소위 팔릴만한 음악만을 하고 있다. 이는 10여년 전 가요제를 통해 상업성과 거리를 두고 데뷔한 신인들이 참신한 음악을 보여주던 모습과 대비된다. 대중 음악의 획일화가 우려되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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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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