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 취득 일미 스님
장성 출신…16세 때 제주 법화사로 출가
미국에 한국불교 전파하는 데 앞장
미 하버드대학에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일시 귀국한 일미 스님(37)은 14일 한국불교는 서구열강과 제국주의가 위력을 떨치던 시기에 나름의 생명력으로 어려움을 딛고 근대화를 일궈냈다면서 그러한 생명력을 되살려 이제 서구사회에 한국불교를 널리 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미 스님의 박사학위논문 ‘한일 불교 관계사’는 1877년부터 1912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불교관계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근대화 과정을 고찰한 것이다.
일본은 서구열강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근대화에 나섰습니다. 일본불교 역시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의 기독교 선교사에 의해 전통종교가 무너지고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리자 스스로 근대화와 세계화에 나서 한국, 대만, 중국은 물론 미국, 멕시코, 유럽까지 포교사를 파견했습니다.
일미 스님은 한국불교는 일본 조동종의 한국포교 관리로 임명되었던 다케다 한시(武田範之) 등 일본 승려들의 높은 사회적 위치와 정치적 힘을 이용해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서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의 근대화는 서구의 기독교 선교과정을 모방하거나 일본불교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름의 살길을 찾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박사학위 논문을 앞으로 1년간 하버드대 박사 후 과정 때 보완해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장성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때 가출해 상경했던 그는 삼촌의 손에 이끌려 16세 때 제주 법화사로 출가했다. 그의 삼촌은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한 지범 스님이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와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국내의 외환위기로 독일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 미 불광사 주지 휘광 스님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1999년 하버드대 신학대 석사과정, 2002년 박사과정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박사학위논문이 통과됐다. 그는 2003년 미국인이 운영하는 명상센터에서 만난 유대계 여성 수미 런던과 결혼해 두 살짜리 딸을 두었다. 애초 조계종에서 비구계를 받았던 그는 결혼을 계기로 대처(帶妻)를 인정하는 태고종 소속 담양 용화사로 재출가했다.
일미 스님은 어린 시절 힘들게 보냈던 경험이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면서 앞으로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명상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불교가 그곳에 뿌리내리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