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팰리스 요리팀의 팀장인 스티브 제이코사가 앞치마를 벗고 저녁을 즐기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이 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 팀이 만든 몽고 소고기 요리가 경합에서 졌다는 것이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웍 스타즈 요리팀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단 콩, 칠리 고추로 양념을 한 스테이크가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문 요리사들이 아니다. 재정자문회사 UBS의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팀을 이뤄 요리 대회를 연 것이다. 업무가 바쁘지만 팀웍을 기르기 위해 가진 행사였다.
지위 고하 막론 평등하게 팀짜서 요리 경합
직원들 흥겹게 하나되고 동료의식 키워
“골프·밧줄등반·보트타기보다 더 효과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도 종종 행사
<재정자문회사인 UBS의 샌프란시스코 지점 직원들이‘서 라 테이블’주방에서 팀웍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골프, 산악등반 등처럼 자연을 벗 삼아 팀웍을 기르는 종목은 아니지만 요리는 요즘 회사 직원들의 팀웍 향상을 위해 뜨고 있는 ‘종목’에 속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요리전문회사인 ‘Hands on Gourmet’는 이들 회사 직원의 행사를 돕기 위해 지난해 32명의 요리사를 대기시켜 놓았었다. 한 달 평균 행사 건수가 12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또 뉴욕의 ‘Cooking by the Book’은 178건의 팀웍 요리 행사를 도왔다. 2005년에 비해 24% 증가한 수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들이 직원교육 차원에서 요리경합을 시키고 있다. 직원들은 요리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 처음엔 함께 느슨하게 음식을 즐기다가 이내 경합이 시작되면 삼삼오오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요리에 열중하게 된다. 이러한 풍속은 레이첼 레이의 ‘아이언 셰프’(Iron Chef) ‘탑 셰프’(Top Chef)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Hands on Gourmet’의 공동오너인 스티븐 깁스는 “요리를 할 때는 모두가 평등하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성실하게 해야 팀웍이 형성되고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고 했다. 에메랄드 팰리스 요리팀의 팀장인 스티브 제이코사는 UBS의 수석부사장이다. 그러나 요리를 할 때는 계급장을 떼놓아야 한다. 일심동체로 재료를 썰고 자르고 끓여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티브의 팀은 꼴찌를 했다. 그러나 세 팀 가운데 3등을 했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이 행사로 직원들 간 친목이 한층 강화됐다. 각개격파 식으로 운영되는 재정자문회사 직원들이 모처럼 동료의식을 갖게 됐고 사기앙양이라는 시너지 효과까지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회사들은 직원 동료의식 함양과 사기 진작을 위해 사냥, 보트타기, 골프대회, 리얼리티 게임 쇼, 밧줄타기 등을 고안했다. 하지만 요리는 이들 종목과 다르다. 우선 요리는 다른 종목에 비해 특별한 재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요리도 잘 하는 사람이 있지만 못해도 별로 상관없다.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요리는 어떤 면에서 UBS 업무와 비슷하다. 정해진 마감시간이 있다. 제한된 자료를 갖고 일한다. 요리도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또 협동이 필요하다. 재정자문도 서로 전문분야별로 협조해야 회사의 이미지를 올리고 실적을 낼 수 있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요리와 재정자문은 유사하다. 유익한 실습이 아닐 수 없다.
요리는 재정자문보다 더 긴박하게 돌아간다. 재정자문은 보통 1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연간 실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어찌 보면 다소 느긋하다. 그러나 요리는 1시간 후면 솜씨가 결판난다. 그런 점에서 요리가 더 다이내믹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저 친목도모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요리 만들기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면서 동료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요리는 그동안 직장에서 얼굴 한번 마주치치 않거나 대화 한번 나누지 않던 동료들을 하나로 묶는 동아줄 역할도 한다. 흥겹게 요리하면서 서로 물어보고 대화를 나눈다. 이보다 더 좋은 친목의 길도 드물다.
매서추세츠 주 월트햄에 있는 실험도구 제작사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1년 내내 전 세계의 매니저들을 순차적으로 불러들여 1주간 리더십 훈련을 시킨다. 지난 2년 간 1주간 훈련의 첫 시간이 바로 요리 코스다. 영어를 잘 못하는 중국 매니저와 일본 매니저가 함께 어울려 요리한다. 열심히 하는 동안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어느새 동료의식이 움튼다.
1주간 훈련이 끝난 뒤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훈련 코스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인상적이며 효과적이었느냐 하는 물음이다. 이에 매니저들은 요리 코스를 으뜸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