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가을 뉴욕 콜렉션에 등장한 깡마른 모델들. 거식증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마른 모델 인기가 여전하다.
살 안 찌려고 거식증으로 모델들 사망하자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등 마른 모델 퇴출 주도
2월 둘째 주. 뉴욕에서는 2007년 가을 콜렉션 패션쇼가 한창이다.
오스카 들라 렌타 패션쇼에서 한 모델이 모피 조끼를 입고 등장한다. 가늘가늘하고 기다란 팔이 조끼 밖으로 마른 나뭇가지처럼 삐져나온다.
또 다른 패션쇼의 모델은 몸에 착 달라붙게 디자인 된 하이 웨스트 바지가 빙빙 돈다. 몸이 너무 말라서 바지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협할 정도도 깡마른 모델들의 몸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뉴욕 콜렉션에 등장한 모델들을 보면 ‘깡마른 모델 퇴출’ 움직임은 말뿐이다. 미국패션업계는 아직까지 이를 실천에 옮길 태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델로 성공하려면 말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모델들이 거의 먹지를 않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모델들이 거식증에 준하는 다이어트로 몸을 학대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가을 드디어 문제가 불거졌다. 브라질의 모델 아나 카롤리나 레스턴 마칸이 지난해 11월 거식증 합병증으로 사망하면서 모델의 체중 문제가 전 세계 패션계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마칸의 죽음은 우루과이 모델 루이젤 라모스가 같은 이유로 사망한 직후여서 패션계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결과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은 말라깽이 모델을 퇴출시키고 보다 건강한 이미지의 모델을 기용하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키에 대한 적정체중 지표인 체질량지수(BMI)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가장 적극적이어서 체질량지수 18이상인 모델에게만 무대 출연을 허용기로 결정했다. BMI 18이란 키가 5피트10인치인 경우 몸무게가 125파운드 정도 되는 체격이다.
스페인은 말라깽이 모델 뿐아니라 진열대에서 말라깽이 마네킹도 퇴출시키고 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 마네킹은 지나친 살빼기 풍조를 조성,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CFDA)도 이같은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CFDA는 지난 연말 패션모델들의 건강과 체중 문제에 관한 권고조항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패션계에 조항을 강요한 것은 아니고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준수하라는 식이었다.
내용도 체질량지수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모델들이 보다 건강에 신경을 쓰도록 교육하고 그에 맞는 작업환경을 조성하자는 정도였다.
그 정도로 미적지근하다보니 이번 가을 콜렉션에서도 모델들의 몸집은 전혀 바뀌지 않고 여전히 말라깽이들이어서 깡마른 모델 논쟁이 다시 가열되었다.
모델들의 마른 몸매와 관련, 모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깡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패션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모델과 모델 지망생들은 가능한 한 몸에 살을 붙지 않게 하느라 필사적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모델로서의 성공여부가 마른 몸매에 달려있는데 어떻게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를 피할 수가 있겠는가.
캘빈 클라인, 마크 제이콥스 등의 광고에 등장했던 러시아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는 패션계의 말라깽이 선호 압력에 눌려 한때 체중을 106파운드까지 뺐다고 한다. 큰 키에 휘청거릴 정도로 살이 빠지자 20대 초반의 젊은 그에게 탈모현상이 나타났다.
의사의 도움으로 겨우 건강을 되찾자 디자이너들은 축하는커녕 몸매가 바뀌었다고 불평만 하더라고 했다. 모델로서 인기가 있었으니 그런 비판을 무시할 수가 있었지, 인기가 없었다면 자신의 커리어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고 그는 말했다.
깡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것은 디자이너들만도 아니다. 패션 비평가들, 미용전문가들도 마른 모델을 선호하고 하다못해 부틱 주인들도 사이즈 8보다 큰 옷들은 아예 들여놓지를 않는 것이 패션 풍토이다. 여성들의 건강을 생각해 깡마른 모델을 퇴출시키자는 주장은 아직은 구호에 그칠 전망이다.
■‘마른 모델’언제부터
60년대 영국의 튀기가 원조
동성애 디자이너들 영향도
<미니스커트 유행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 모델이 된 튀기>
디자이너들은 왜 깡마른 모델을 좋아할까? 너무 말라서 골반 뼈가 옷 위로 불뚝 튀어나오는 게 눈에 거슬리지도 않을까?
디자이너들도 모델들의 건강이 염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으로서의 의상을 소화시키는 데는 키 크고 마른 몸매 보다 나은 게 없다고 한다. 패션쇼 진행 및 홍보 분야에서 30년간 일해온 한 전문가는 디자이너들에게 마른 모델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루벤스에게 깡마른 여자를 그리라고 하는 것, 뉴욕시 발레단에 살찐 발레리나를 기용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깡마른 모델의 기원은 1960년대 중반 튀기이다. 나뭇가지처럼 마른 체격에 사내아이 같은 쇼트 컷, 긴 속눈썹의 튀기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면서 튀기 스타일은 전 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튀기는 패션계 최초의 수퍼 모델로 꼽힌다.
이어 1980년대 풍만한 체격이 잠깐 유행하다가 90년대부터는 다시 마른 몸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적 풍만한 몸매보다 깡마른 체격이 패션계를 주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귀띔도 있다. 패션계에 동성애 남자 디자이너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소년 같은 모습의 여성 모델을 선호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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