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식당 셰프 등극한 조기유학 원조 레이첼 양씨
2007년에 건다
명문 브라운대 거쳐 뉴욕 조리 대학 진학한 열성파
‘백인남자 전유물’타부 깨고 반찬개념 도입 추진도
한국에서 몰려오는 조기 유학생들이 영어습득이라는 근시안적 목표를 넘어 본바닥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배가 있다.
조기 유학파의 원조격인 레이첼 양(28)씨는 미국 내 프랑스 식당업계를 석권하고 있는 백인 셰프(주방장)들이 주목하는 홍일점 동양여인으로 2007년을 시애틀에서 기반 잡는 해로 삼고 열심히 뛰고 있다.
조기유학으로는 늦은 편인 15살에 미국에 건너 온 양씨는 짧지만 고된 6년 간의 교육과 훈련을 마치고 시애틀 외곽 메드로나의‘큐파지(Coupage)’식당에 지난해 말 셰프로 영입돼 프랑스 요리에 한식을 접목한 퓨전 스타일을 미국인 식도락가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양씨는 뉴욕의 명문 조리대학인 ICE을 나온 뒤 알레인 두카스, 대니얼 부, 토마스 겔러 등 거장 셰프들 밑에서 도제로 일하는 한편 뉴욕의 유명 퓨전 레스토랑인‘도라 안’에서 주방을 이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녀는 뉴욕 이모 댁에 기거하며 고등학교를 나와 아이비리그인 브라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도 요리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왠지 평범한 학교공부와 직장생활보다는 창조적인 일, 열정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에 매달리고 싶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천직’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취미인 요리를 배우기 위해 ICE에 입학한 그녀는 그 길이 자신의 길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길은 시작부터 가시밭이었다. 프랑스 요리 자체가 백인남자들의 영역이어서 여자, 특히 동양여자인 양씨를 대하는 시선이 냉담했다.
하지만 양씨는 남의 땅에서 홀로 공부한 조기 유학파의 근성을 살려‘얼마나 갈까…’라는 주위의 비아냥을 참아내며 양파, 감자 까기부터 재빠른 손놀림과 감각을 발휘, 곧 부 셰프까지 승진하게 됐다.
뉴욕의‘도라 안’식당에서 일할 때는 프랑스 요리에 한식을 가미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이 사실이 인기잡지인 뉴요커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녀가 시애틀에 오게된 것은 뉴욕에서부터 그녀의 실력을 눈 여겨 봐온 저명 레스토랑 업주가 시애틀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자신이 셰프로 성공하기까지는 식당 주인 등 많은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며 겸손해했다. 지인들 가운데는 자신의 보조 셰프이자 협력자인 약혼자도 포함된다며 웃었다.
그녀의 조리철학은 간단하다.‘손님이 맛있게 먹고 배부르면 좋은 요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획일적인 조리방식보다는 재료에 따라 맛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열쇠란다.
양씨의 음식은 정통 한식과는 거리가 멀다.‘한국인의 손맛이 약간 들어간 프랑스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녀는 앞으로 약간 모험일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이 특히 관심 있어 하는 반찬개념의 도입 등, 좀 더 한국적인 퓨전 음식을 과감하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양씨는 자신의 요리와 식당을 한인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많은 한인들이 자기처럼 미국인 대상의 전문식당 분야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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