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다 ·능력있다·아름답다”
바야흐로‘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시대다. 한인 여성이 없는 곳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오케스트라에서 회계법인, 극장까지‘여성 파워시대’를 선도하는 20대 한인 여성 3인방의 신년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 필 펀드레이징 매니저 글로리아 김
“LA필 살림은 내 손에”
“올해는 주류사회 구석구석에 더 많은 한인 2세 3세들이 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LA 필하모닉 펀드레이징 매니저 글로리아 김(27·사진)씨는 2007년 한해를 한인 2세들, 특히 여성들의 활약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한다.
김씨 자신도 한인들은 물론이고 주류사회에서까지 생소한 분야인 펀드레이징 매니저로 맹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LA필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연주가나 지휘자 정도로 생각하지만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LA필 살림이 궁핍하지 않으려면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 수는 연주자 수의 두 세배는 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라 펀드레이징(기금모금) 파트는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를 막론하고 그 조직의 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졸업하고 스물넷에 바로 매니저로 들어와 어느새 LA필 식구가 된지도 4년이 다 됐다. 현재 그는 5만달러 미만의 소액 기금담당인데 스무 살이나 나이 차가 나는 부하직원까지 포함, 총 22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어려서부터 리더십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둘을 접목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음악 경영이라는 분야를 발견했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은 아니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했던 저에게는 딱 맞는 직업입니다.”
현재 LA필 데보라 보다 회장 역시 기금마련 분야에서 성장해 최고위층까지 오른 케이스. 보다 회장 외에도 미국 내 꽤 많은 오케스트라 회장들이 바로 기금마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그만큼 오케스트라 경영에 있어 자금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가까운 장래의 꿈은 오케스트라 최고 경영자. 10세 때 미국에 와 LA에서 자란 그는 오베를린 컨서버토리 앤 칼리지를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미국 내 오케스트라 분야에선 가장 권위 있는 연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 리그 펠로십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뒤, LA필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 자리까지 왔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부에, 인턴십에 앞만 보고 달려와 숨 돌릴 틈도 없었단다. 그래도 지금 일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도 일해보고 싶어요. 예전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고 한인사회며 한국에도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피아니스트의 감성과 경영인의 예리함을 모두 가진 이 야무진 처자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몹시 궁금해진다. <이주현 기자>
★ 엠파크 4 제너럴 매니저 애나 김
“한글 자막이 들어간 미국 영화 보고 좋아하시는 한인을 보면 기뻐요.”
한인타운에 다시 한국 영화관이 들어선지 한 달여. 엠파크4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애나 김(24·사진) 제너럴 매니저는 한국 영화관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좋은 영화도 골라야 하고, 가격 협상도 해야 하고, 직원 월급도 챙겨야 한다. 그래도 영화관을 다녀간 관람객들이 “시설 참 좋다”고 말하면 노력에 열매가 맺는 것 같아 기쁘기만 하다고.
“한국 영화를 한국 영화관에서 보니깐 너무 좋다고 말들 많이 하세요. 저도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영화관 운영하니 딱 맞죠.”
그래서 김 매니저는 마지막 회 상영이 끝나고 뒷정리를 다한 다음 집에 들어간다. 영화관 한 쪽에 갤러리도 꾸며놓아 영화 관람객이 여러 가지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배려했다. 몇 차례 다녀간 관람객들은 영화관이 올 때마다 향상되는 것 같다는 덕담도 김 매니저에게 전한다고 한다.
김 매니저는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영화관을 만드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는 부부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흩어져서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동시에 볼 수 있게 작품도 고르고 있다고 한다.
“평일 낮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연세 든 분들도 찾아갈 곳이 있구나 생각할 때면 영화관 운영하기 참 잘 했다 싶어요. 앞으로도 그런 곳으로 엠파크4를 만들어가고 싶어요.”<김호성 기자>
★‘언스트 & 영’매니저 크리스틴 이
“유명 회계법인 실력파”
“얼굴도 예쁜 그녀는 프로라 더욱 아름답다.”
젊은 나이에 미국 회계법인 빅4의 하나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의 매니저로 활약하는 크리스틴 이(27·사진)씨는 누가 뭐래도 한인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당찬 여성이다.
USC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이씨는 여성·소수계·유학생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한인 여성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씨는 미국인, 특히 유학생은 들어가기 어려운 빅4에서 입사 5년만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매니저에 올랐다. CPA 자격증을 소유한 노력파이자 실력파로 ‘그 바닥’에선 잘 알려져 있다.
“회사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아 구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미련할 정도로 그 계획을 꾸준히 지켜온 것 밖에 없어요. 꼼꼼한 성격을 요구하는 회계법인은 아시안 여성이 실력을 발휘하기 좋은 곳이죠.”
성공을 입에 담기는 아직 이르다는 이씨는 지금까지 승승장구 비결은 그저 ‘교과서’ 같은 생활 방식에 있다며 겸손해 한다.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호주에서, 고등학교는 홍콩에서 보낸 이씨는 자연스럽게 세계 곳곳의 문화를 익혔지만 늘 자신이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는단다.
이씨는 “주류사회에서도 한인 여성들이 서로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강력한 네트웍을 형성하길 바란다”며 한인 여성들의 도약을 기대했다.
<홍지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