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달구벌 정기’미주에 떨쳐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은 청소년 시절의 즐거운 한때를
떠올리게 하는 청량제다. 그래서 한인들은 동문회를 통해 생각만하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그때 추억을 되새긴다. 오랜만에 만나 술 한 잔씩을 기울이며 세상사는 이야기로 회포를 풀며 선후배 및 동기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간다.
100여명 선후배‘끈끈한 만남’
골프대회 상 휩쓸며 단합 과시
“은사에 보은”해마다 초청행사
‘달구벌의 정기’를 이어 받은 남가주 대륜동문회(회장 서재두)는 이런 정서가 유난히 강한 단체다.
지난 11월28일 오후. 동창회 시리즈 취재를 위해 급하게 주선된 만남이었지만 다양한 연령의 많은 동문들이 참석했다. 평소에도 회원들 간 대화와 만남이 잦다는 증거다.
자주 만나고, 자주 대화하다 보니 100여명의 등록 회원들이 매년 감당하는 행사는 1,000명 회원을 가진 동문회 못지않다.
한인사회에서 동문회 골프대회가 있을 때마다 상을 휩쓸고 있고, 특히 이돈 13대 회장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해마다 모교 은사들을 초청해 미국 여행을 시키는 것은 총동창회에서도 화젯거리다. 모교 재학생들 중 추천된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서재두 회장은 먹고 살기 바쁜 이민 생활 중에서도 활발한 동문회 활동이 가능한 이유로 “샛별 대륜인의 자긍심”을 들었다.
대륜인의 자긍심 중심에는 민족정신과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는 교훈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사립고등학교인 대륜고등학교의 역사는 일제의 서슬이 시퍼렇던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영남 유지 3명이 인재양성을 통한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사설학원강습소인 교남학원을 설립했다.
현 교명이 사용된 것은 1940년 10월부터다. 1949년 중고등학교로 개편됐다. 그동안 교사는 현 위치까지 3회 이전했다. 2005년2월16일가지 총 2만7,95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륜인들은 가슴 속에‘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는 교훈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대륜고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교훈비>
■대륜이 배출한 사람들
‘월남전 영웅’이인호 소령… 서정윤 시인…
일제때 학생비밀결사 주도
민족시인 이상화 한때 교편
문학과 인연… 체육도 두각
대륜인들의 활동은 개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굴종을 강요받았던 암울했던 1920년 대 말에는 학생비밀결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에 주력했고, 영남 지역을 선두로 전국에 확대된 문자보급운동에 당시 재학생들이 많이 참가하기도 했다.
<대륜 중고 남가주 총동창회를 이끌고 있는 서재두(왼쪽) 회장과 조홍찬 총무가 대륜인의 사명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신효섭 기자>>
월남전 당시 적진으로부터 날아온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의 생명을 구하고 장렬하게 산화한 고 이인호 소령도 대륜인이다. 이 소령은 월남전에 해병대 청룡부대 정보장교로 참전, 1966년 8월 11일 베트남 투이호아 지구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적진으로부터 날아온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산화한 인물이다.
체육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광복 전까지 탁구와 권투에서 뛰어난 활동을 했고, 광복 후에는 탁구·수영·육상·축구·체조·빙상 등의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했다. 권태준 골프회장은 “남가주 동문회 골프대회에서 수상을 휩쓰는 것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륜고등학교는 개교 때부터 문학과 인연이 깊다.
“태백산이 높솟고 낙동강 내다른 곳에/오는 세기 앞잡이들 손에 손을 잡았다/높은 내 이상 굳은 나의 의지로 나가자 나가 아 나가자.”
연령, 졸업 연도에 상관없이 모든 대륜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교가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한 민족시인 이상화가 지었다.
대륜고등학교 전신인 교남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이상화 시인의 정신은 1926년 교우지 ‘교남학보’를 간행했고, 현재는 교지 ‘샛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전통답게 문사도 많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로 시작되는 홀로서기의 주인공 서정윤 시인도 대륜중학교 졸업생이다.
<지난 12월9일 열린 2006년 송년모임에 참석한 동문들이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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