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한인가정 참극 ‘충격’
다사다난했던 2006년도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간다.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은 한인사회에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제시했다.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본보 사회부 기자들이 수첩 깊숙이 담아뒀던 뒷이야기들을 꺼내 한해를 정리했다.
할머니 투신자살, 노인문제 부각
한인 2명, 오리건주 실종 안타까움
북한 핵실험 강행 한인들 경악
한인리더 양성 ‘용두사미’
-뭐니 뭐니해도 2006년 남가주 한인사회 최대뉴스는 ‘한인가정의 비극’을 부각시킨 가족간 살인사건들이 아닐까 합니다.
50대 아버지가 어린 두 자녀를 차에 강제로 태운 뒤 불을 질러 살해하고 자신은 살아남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50대 가장이 부인과 아들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등 올 상반기에 몇몇 한인가정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참극으로 무너져 내려 많은 한인들로 하여금 ‘가정의 평화’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습니다.
-정말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면 비명에 아이들의 모습만이 어른거릴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인 이민사회의 정신건강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평소 부부나 부모 또는 형제간에 깊은 대화가 없을 경우 언제든지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서로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LA다운타운 노인아파트에 거주해온 한인 할머니가 시력을 거의 잃어버린 남편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뿌린 뒤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줬는데요. 이 사건은 자식들과 떨어져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해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가족만 잘 먹고 잘 살 것이 아니라 기회있을 때 마다 주위에 있는 불쌍한 노인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봅시다.
-올 한해도 예외없이 미 전역에서 한인운영 불법 매춘업소들이 경찰단속에 줄줄이 적발돼 ‘코리안’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지요. 한인 매춘업소들은 LA,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인구가 수백여명에 불과한 시골 타운에까지 진출, 미국인들 사이에 “미국내 도시치고 한인 매춘업소 없는 곳이 없다”는 인식을 깊이 심어줘 선량한 한인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인 매춘실태는 결국 한국의 미 비자면제 혜택(VWP) 가입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오죽하면 미 정부측이 한국 여성들의 매춘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지적했을까요.
-오리건주 산악지대에서 연달아 발생한 두건의 한인관련 실종사건은 전 미국의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김씨 일가족은 실종 9일만에 김씨 부인과 두 딸은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김씨는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한인들을 안타깝게 만들었고, 지인 2명과 후드산 등정에 나섰다가 실종된 뉴욕의 한인변호사 제리 쿡씨는 기적이 없는 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지요.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의 한국 방문을 동행취재 하면서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 중 첫째는 쇼맨십 또는 열정이란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가장 좋은 예는 지난 10월16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LA디자인’ 패션쇼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에 매장을 마련해 LA 디자이너 상품 수출을 통한 LA 의류산업 활성화가 취지인 패션쇼가 쭉쭉빵빵 모델들의 워킹과 화려한 조명, 요란한 댄스 뮤직에 분위기가 고조에 다다랐을 때 청바지, 가죽 재킷으로 차려 입은 비아라이고사 시장이 한 꼬마의 손을 잡고 갑자기 무대에 나타났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국 주요 일간지의 한 기자는 “우리나라 정치인과 관료들도 세일즈 외교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비아라이고사 시장처럼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며 “가슴에 와 닿는 쇼맨십”이라는 평가를 내렸지요.
-북한의 핵 실험도 빼놓을 수 없는 뉴스였지요. 북한 핵실험은 한국인들의 안보 불감증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대사건이었습니다. 핵실험 이후 미국에서는 마치 핵전쟁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났습니다.
한인사회 반응을 취재하려는 로컬 방송국들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이 본보에 쇄도해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핵실험 1주일 뒤 한국을 방문했는데 국민들은 전혀 불안해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기자에게 “당신 외국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LA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한 직장인은 “LA폭동 때 한국내 언론 보도를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피해가 일부 지역에 한정된 사실을 모르고 LA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고 한인들 모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았다”며 외국에서 접하던 것과 실제 한국 분위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북핵에 대해 한국인들이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인들이 흑인을 상대로 썩은 야채와 고기를 판다는 앤드류 영 전 유엔대사의 발언은 4.29 폭동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한인 사회를 크게 긴장시켰습니다. 영 전 유엔대사가 인권운동가 출신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지요.
그러나 영 전 유엔대사를 상대로 한 400만달러의 소송을 둘러싸고 한인단체들이 보여준 행태는 건전한 결론을 도출한 상호비판이기보다 비난에 가까워 큰 아쉬움을 남겨줬습니다.
4.29폭동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결집과 단결보다는 분열이 한인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난 7월 한인사회의 리더 양성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4.29 폭동 이후 너도나도 정치력을 키우자, 리더를 키우자는 구호가 난무했지만 현실은 구호뿐이었습니다.
리더를 키우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리더 양성은 유소년부터 시작해 냉혹한 현실세계에 던져진 성인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을 거쳐간 한인들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관리하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커뮤니티의 각성이 요구되는 부분이지요.
-올 한해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뜁시다.
참석자
황성락 부장직무대리, 백두현·구성훈·김경원·김상목 차장, 배형직·이석호·김연신·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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