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가난한 부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돈이 없는 가난한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선물을 마련한다. 아내는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 줄을 사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에 어울릴 머리빗을 산다. 결국 서로에게 필요할 것 같았던 선물들이 소용없이 되어버리고 남은 것은 둘의 애잔한,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어느 때보다 훈훈하게 한 사랑이었다.
연말이 되어 모두들 선물 리스트를 뽑아 선물 샤핑을 다니는 요즘,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바로 선물은 상대방을 생각하고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에 마음이,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기본 생각 말이다.
요즘은 선물이 그냥 소비를 부추기는 판매정책으로 쓰이거나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백화점과 상점들은 세일에 세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소비자들은 때는 지금이다 싶은 마음으로 일 치르듯 선물을 산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선물이라면 이상하게도 값비싼, 어느 정도 이상의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미국에서 흔히 보이는 사소한 양초나 액자, 양말 하나 등은 선물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한다고 치자. 한국에서는 보통이 백화점 상품권이나 비싼 백화점 로고가 박힌 선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반 아이들 모두가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어떤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작은 선물 꾸러미들을, 물론 집에서 마련한 것들이겠지만, 선생님께 드린다. 비싼 물건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성의를 표한다는 생각이 정말 순수하게 통하는 것이다. 가끔 한국 엄마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선물을 드려서 선물의 기준을 높여 놓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참 답답하다. 선물을 주고받는 본연의 의미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다.
선물의 기본 단가가 높아지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밑에 온갖 선물상자들이 쌓여 있는 그림이 정말 그림의 떡이 돼버린다. 작은 것들, 사소한 것들도 선물이 되고, 그것을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 때 그림 같은 트리와 상자들이 우리 집 풍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나는 귀고리 한 쌍이 들어 있는 작은 박스를 열었을 때를 기억한다. 그것은 언젠가 시어머니와 샤핑을 나갔다가 만지작거리던 것이었는데 내가 갖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 채신 시어머니가 그 가게에 나중에 따로 가셔서 구입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온 것이었다. 작고 값싼 것이었지만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모른다는 마음이 들어 있는 선물, 크기와 값을 따지지 않는 선물로 크리스마스가 더 훈훈하고 따뜻해지면 좋겠다. 미국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는 잔뜩 쌓인 선물 꾸러미들이 이제 모든 가정의 그림이 되면 좋겠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많아질수록 연말은 정이 넘치는 시즌이 될 것이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즈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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