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게 올해 3월 1일인데, 벌써 세계일주를 마치고 지난 10월 19일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독도문제를 세계 시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과연 얼마나 독도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저희들 모두가 무사히 모터싸이클 세계횡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희들이지만 저희의 능력이 허락하는대로 온 몸을 바쳐서 독도문제를 전세계에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독도세미나, 사물놀이를 통한 길거리 홍보,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독도가 한국땅임을 홍보해왔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시련도 많았지만 저희는 그 누구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매순간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논다는 말은 어느덧 옛말이 되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얼마나 야물찬지 모릅니다. 시험때가 아니여도 도서관은 붐빕니다. 술집을 가득 메운 신입생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들 학점관리도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시간을 빌리는 신용카드라도 있는 건지 그 바쁜 새에 연애도 참 잘합니다.
그럼에도 자기 앞가림 잘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저희 세대는 애국에 대해서 진실과 정의에 대하여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한참 유행지난 촌스러운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희 또한 그랬었습니다.
누군가 저희에게 당신은 애국자 입니까?라고 묻는 다면, 몹시도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피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험과 도전이라는 테마로 시작한 이 일을 어느새 주변 사람들은 ‘애국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생경스러웠는데, 독도를 공부하고 주변에 독도에 대해서 바로 알리는 활동을 해 갈 수록 이런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 바로 애국하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월1일 출정식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각오를 말하였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한명 한명 흩어져 갈 때 이름을 모르는 한 아주머니께서 참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며 쵸코렛 한 상자를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아주 평범한 쵸코렛이었는데 그 맛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유럽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하루에 4시간씩 새우잠을 자면서 강행군을 하여 독일을 돌았습니다. 축제의 중심에서 저희들은 ‘독도’를 외쳤지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여 관심을 모읍니다. 공연이 끝나면 주변에는 어느새 구름떼 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이 사람들에게 짧은 연설을 한 뒤 독도엽서와 지도, 그리고 한국을 홍보하는 팜플렛을 나누어 줍니다.
저는 장구를 맡았었는데, 여행 떠나기 전에 급조해서 배운 탓에 칠 때면 꼭 물집이 생깁니다. 그러다 흥에 겨워 계속 치다보면 물집이 터지고 속살마저 찢어져 피가 나기 일쑤입니다. 밴드를 손가락에 두 겹씩 감아 보아도 휘몰이를 한번 신명나게 치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하지만 독도는 한국 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내세우고는 서명을 해주는 피부색이 다른 그들을 보면 아픈 손도 잊은 채 마음이 뿌듯합니다.
분명 모터 싸이클이 좋아서, 여행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역경을 거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온 것은 가슴속에 사명감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항상 빠듯한 경비에 아침은 라면 아니면 시리얼이고 누군가 저녁밥을 사주신다고 하는 날은 영락없이 점심을 굶었지요. 유럽에서는 물가가 너무 비싸 전기 밥솥을 모터 싸이클에 싣고 다니며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항상 침낭을 넣고 다니며 어느 곳에서나 얻어 잘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이곳에 놓여져 있는 유일한 도로인 카라코롬 하이웨이는 높은 곳은 해발고도 4천 8백미터에 이릅니다.
주변에는 눈이 쌓여 있고 찬 바람을 마주하며 달릴때면 손에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쉬기가 어렵고, 제대로 연소조차 되지 않아 언덕을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으며 곳곳에는 산에서 내린 토사로 인해 저희는 이곳에서 여러 번 구르고 넘어지기도 하였지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즐거움을 위해 혼자 떠난 여행 이었다면 저희는 분명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건내주신 따뜻한 도움의 손길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옳다는 신념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저희가 위험을 무릎쓰고 세계를 돌며 독도를 홍보 하였다고 하여서 일본이 태도를 바꾸어 독도는 분명 한국의 고유한 영토입니다 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희들이 한 일은 여행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신문지상을 통해서 저희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심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씨앗에서 싹이 돋을 것이고 싹은 어느새 나무가 될 것이고, 언젠가 그 나무들이 모여서 독도를 지키는 숲이 되리라 믿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일년 전만 해도 독도 수호 모터 싸이클 세계횡단은 저희에게 꿈일 뿐이었습니다. 만일 그때 저희에게 해 주신 따뜻한 격려와 도움이 아니였다면 그것은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 저희는 각자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홍승일은 군에 입대하여 지금쯤 열심히 훈련받고 있을 것입니다. 김상균, 김영빈, 이강석은 내년 봄에 복학을 하여 학교로 돌아갑니다. 복학을 하기 전까지는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 동안 고마웠던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도 드리고, 언론매체와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저희의 여행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려고 합니다.
무사히 한국에 돌아온 지금, 저희 가슴속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것은 광대한 벌판도, 쏟아지는듯한 별빛도, 어마어마한 산맥도 아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뜻깊은 활동을 하고 이렇게 몸 건강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시 만나뵐 때까지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독도라이더 김영빈 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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