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서 넘어온 유금란씨 타코마서 10시간 대수술
말기 자궁암 진단…한인단체와 교인들이 적극 도와
재미 탈북난민협회 김 용 회장도 LA서 위문 와
남편 신씨, “두 차례 망명신청 기각돼 항소 중”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후 서울과 멕시코와 캘리포니아를 거쳐 워싱턴주까지 올라온 유금란(45)씨가 이제는 말기 자궁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LA에서 남편 신금철(52)씨와 함께 타코마로 이주해온 유씨는 타코마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고 지난 19일 무려 10시간에 걸쳐 암종양 부위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은 후 일주일이 지난 27일 현재 중환자실에 머물며 회복중이다.
신씨 부부는 북한인권법안 통과 직후인 재작년 7월 멕시코를 통해 티와나-샌디에고 국경 검문소에서 망명을 신청했으나 밀입국자로 분류돼 샌디에고 이민국구치소에 수감됐다.
유씨의 병세가 극도로 악화된 지난 4월 병 보석으로 풀려난 이들 부부는 유씨의 6촌 고모가 있는 워싱턴주 퓨열럽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타코마 사회봉사기관 MSM(소장 마혜화)의 주선으로 다시 양로병원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유씨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미국망명 신청 후 처음으로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신씨는 타코마 대한부인회(회장 이연정)의 주선으로 워싱턴 주정부로부터 무료 의료보험 카드를 발급 받아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고 드디어 지난주 수술까지 받게 됐다며 이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부인 유씨가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며 병 문안 오는 친지들도 소독 가운과 장갑을 끼어야만 병실 출입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수술 후 일주일째 링거 주사를 맞으며 뛰어난 체력과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고통이 너무 심할 때는 손에 쥐어진 스위치로 직접 진통제 주사를 투입하고 있다.
유씨는 “큰 출혈 없이 수술이 무사히 끝난 것은 하나님이 지켜주신 덕분”이라며 기도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에 정착한 후 순복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유씨를 위해 타코마 순복음 제일교회 교인들인 번갈아 병 문안을 오고 통역도 해주고 있다.
신씨 부부의 딱한 처지를 안 타코마 순복음교회는 신씨를 이 교회의 사찰집사로 임명, 이들이 교회사택에 거주하며 청소, 운전 등 교회 관리업무를 맡도록 했다. 자신도 재작년 초 한국에서 간경화 증세로 진단을 받고 까칠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신씨는 약은 먹고 있지만 아직 부인의 병간호 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망명신청을 두 번이나 거절당한 신씨 부부는 다시 항소를 제기, 현재 케이스가 LA 이민법원에 계류중이다. 이들은 일단 병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으나 한 달에 한번 씩 시애틀 이민국 사무소에 출두, 거주여부를 확인 받아야하며 규정상 워싱턴주 경계를 벗어날 경우에도 48시간 이내에 돌아와야 하는 처지다.
유씨는 LA에서 신청한 노동 허가서를 지난 6월 소셜 시큐리티 번호와 함께 발급 받아 취업이 가능한 신분이지만 그 동안 병 치료로 일을 할 수 없었다. 부인과 함께 노동허가를 신청한 남편 신씨는 거부돼 이 달 초 워싱턴주 노동부에 재 신청했다.
함경북도 함흥에 거주했던 신씨 부부는 지난 97년 탈북, 중국에서 3년 간 숨어 지내다 2000년 남한으로 들어왔다. 유씨는 한국에서 탈북자 모임인 ‘숭의회’ 총무 직을 맡으며 남한 내 탈북자들의 권익신장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으로 탈출해 지내면서 다섯 자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판단, 이번에는 부부만 미국망명을 결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씨 부부는 큰딸(23)이 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어학과에 재학하고 있고 고려대 치대를 다니는 아들도 있지만 다른 자녀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미국망명 동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변위협’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과 근거리에 있고 탈북자 리스트가 북한당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감지됐다며 탈북자들의 신변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병 문안을 위해 LA에서 급거 올라온 재미 탈북난민협회의 김 용 회장도 실제로 탈북자가 남한에서 저격당한 일이 있고 중국에 간다고 말한 후 행방이 묘연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신변위협 외에 한국에서 콜택시 운전사로 일했지만 정부가 지급한 정착금이 바닥나면서 상당한 생활고를 겪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망명이 허용될 경우 나이에 관계없이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며 워싱턴주에 정착하고 싶어 미국정부가 자신들에게 망명을 허용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