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 작가 모건 로버트슨은 1898년 ‘타이탄 호의 침몰, 혹은 부질없음’이라는 중편소설을 집필했다. 14년 뒤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 소설 속 타이탄 호와 타이타닉호는 침몰한 달, 승객과 승무원수, 구명보트 수는 물론 빙산 충돌시의 속력까지 같았다.
뮤지컬 ‘42번가’가 개막하기 전날 밤. 주연 여배우 잔 아델은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은퇴를 앞둔 감독이 마지막 작품을 연출하지만 주연 배우가 개막 직전 발목에 부상을 입는다는 ‘42번가’의 줄거리와 일치한다.
영국 BBC 라디오의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킹과 방송인 마틴 플리머가 함께 펴낸 ‘우연의 일치, 신의 비밀인가 인간의 확률인가(수희재)’는 거짓말같은 우연의 일치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우연의 일치’는 문학, 종교, 과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우연의 일치를 살피고 2부 ‘사방에서 출몰하는 우연의 일치’에서는 다양한 우연의 일치들을 정리했다.
저자들은 우연의 일치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자신이 선택됐다는 느낌’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기막힌 행운을 경험했을 때 우주가 자신에게 호응해 주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는 것.
실제로 영국에서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1천398만3천815분의 1이고 포커에서 로열 플러시를 받을 확률은 64만9천739분의 1이다. 이 정도 확률에 당첨됐다면 우주의 호응을 받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반면 우주의 버림이라도 받은 것처럼 불행이 겹치기도 한다. 영국 기병대 장교 메이저 서머퍼드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번개를 맞았다. 6년 뒤 다시 한번 벼락을 맞았고 2년 뒤에도 벼락이 그를 덮쳤다. 4년 후에는 벼락이 그의 묘를 부셔버렸다.
그렇다면 과학은 우연의 일치를 풀어낼 수 있는가. 저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은 피한다.
다만 과학 저술가 아서 케슬러의 주장을 인용하며 ‘합리적이든, 초자연적이든, 우연의 일치를 모으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실내 게임’이라고 말한다. 행운을 불러 온 우연이라면 즐기고 불운이라면 잊어버리는 게 속편하다는 뜻이다. 김희주 옮김. 31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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