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벗긴다
여류화가의 누드 자화상이다. 그것도 여성미가 돋보이는 누드가 아니라 강렬한 주관적 감정을 거칠게 담은 누드이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원색의 조합이 자유롭고 싶은 작가의 불안정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바라보는 주체이길 거부하고 보여지는 대상을 택한 듯하다.
누드 자화상을 그리는 작가 손영숙이 23일∼10월7일 로터스 갤러리(4267 W. 3rd St.)에서 개인전을 연다.
손영숙 작 ‘자화상’
손영숙 작 ‘자화상’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작가는 2000년부터 다시 그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칼처럼 휘두른다는 붓은 줄곧 누드를 그려왔다. 그것도 거울을 보면서 그리는 자신의 벗은 모습이다.
‘나는 나를 벗긴다. 그것은 단순히 옷만 벗기는 것이 아니다. 내 속에 있는 오래된 낡은 축적물, 오염된 마음의 찌꺼기들을 밖으로 던져내는 것이다. 토해내는 것이다. 나는 내가 무겁다. 내 안에서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덩어리를 느낀다…’
2003년 첫 개인전을 열면서 작가가 표현한 자신의 작품세계이다. 그 이후에도 꼬박 누드만 그렸으니 이제 그만 벗겨도 될성싶은데 작가는 아직도 멀었다고 답한다. 버리고 또 버려야할 것들이 무수한 붓 자국이 되어 캔버스에 깊고 무겁게 남아있다. 무엇이 그리 무거운 걸까. 작가에게 자유롭고 싶은 욕망의 끝은 어딜까.
신표현주의 영향을 받아 순수한 색채와 선을 좋아한다는 작가에게 누드 자화상을 그리는 작업은 자기 내면의 성찰이다. 거침없는 선들은 내면을 던져버리는 힘이고, 원색의 강렬함은 그 속에서 부서져 나오는 삶의 파편처럼 느껴진다.
개막 리셉션은 23일 오후6∼8시에 열린다. 갤러리 개관 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문의 (213)380-0001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