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꾸라지나 미꾸리를 모두 미꾸라지로 부른다. 한문(漢文)으로는 진흙 속에 산다해서 이추(泥鰍), 가을 물고기라해서 추어(鰍魚)라고 한다. 그러나 미꾸리는 미꾸라지와는 엄연히 다르다. 미꾸라지는 일반적으로 꼬리부분이 납작해서 납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미꾸리보다 커서 150mm 안팎의 것들이 많고 200mm가 넘는 것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미꾸리는 몸의 길이가 대부분 100~170mm로 200mm가 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몸은 가늘고 길며 원통형으로 둥글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추어탕감으로 흔히 미꾸라지만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꾸라지는 미꾸리보
다 맛이 떨어진다. 옛날부터 약용이나 추어탕과 같은 식용으로 미꾸리를 제일로 여겼다 한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 보면 추어탕에 쓰인 재료로 ‘밋구리(泥鰍)’가 소개되고 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미꾸리에 대한 기록이 있다. 성(性)은 온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보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라고 쓰여 있으며, 황필수의 [방약합편]에는 미꾸리는 맛이 달고 성은 평(平)하며, 기(氣)를 더하게 한다. 술을 깨게 하고 목마름병(당뇨병)을 다스리며, 위(胃)를 따스하게 하기도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날부터 우리는 미꾸라지나 미꾸리가 강, 논, 호수, 도랑 등 진흙 속에 많이 서식하고 있었으므로 추어탕 등 요리를 해 먹었다.
그러나 추어탕이 처음 소개 된 것은 고려 말 송(宋)나라 사신(使臣)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이다. 한편 조선 선조 때(1850년경)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추두부탕(鰍豆腐湯)’을 끓이는 방법이 나온다. 이 탕을 경중(京中)의 성균관(成均館) 부근에 살면서 소를 도살(屠殺)하거나 쇠고기를 파는 특수 계층(階層)으로 관노(館奴)라고 불리는 반인(泮人:백정)들이 이미(異味)로 즐겼다고 한다.
한양에서 반인들은 ‘추두부탕’을 끓여 먹었지만, ‘꼭지’라는 거지 조직에서는 미꾸라지를 잡아 추탕(鰍湯)을 끓여 먹었다. 이들 거지 조직은 한양의 개천 다리를 중심으로 근거지를 잡았다. 수표교 다리 밑의 청계천 꼭
지, 복청교 꼭지, 서소문 꼭지, 염천교 꼭지 등 개천의 다리 밑에 거적으로 움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당시 치안을 담당하고 있던 포도청으로부터 구걸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관인 거지집단으로 우두머리를 ‘꼭지딴’이라 했다. 그들은 허가 조건으로 밥은 구걸하되 건건이(반찬)
는 구걸할 수 없도록 하여 꼭지 일부가 밥을 구걸하러 간 사이 남은 꼭지가 개천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통채로 넣고 추탕을 끓여 걸식해 온 밥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수표교 다리 밑 꼭지들의 추탕 끓이는 구수한 냄새로 청계천 주변의 상인들까지 사먹게 되고 이 추탕을 ‘꼭지딴 추탕’ 또는 ‘꼭지딴 해장국이라 불렸다. 지금도 추탕은 무교동의 용금옥과 형제추탕집이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식 추탕은 미리 곱창이나 사골을 삶아 낸 국물에 두부, 버섯, 호박,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이다 고춧가루를 풀고 미리 통째로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넣어 끓여 낸다. 서울 근교인 고양시에도 서울의 추탕과 같은 털래기탕이 있다. 이 털래기탕은 미꾸라지를 잡아 통채로 넣고 대파 등 채소와 된장과 고추장을 넣은 뒤 팔팔 끓으면 밀가루나 쌀가루로 만든 수제비를 툭!툭! 털어 넣고 끓이는 고양시의 향토음식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털래기탕을 상업적으로 하는 집은 없고 주로 천엽(川獵) 형태로 고양시 본토사람들이 해 먹는 음식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동네 청년들이 가을걷이를 하고나면 논에서 물을 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파는 ‘도구를 친다’. 이 도구(道口)를 치면 진흙 속에서 겨울잠 자려고 논바닥으로 헤집고 들어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리를 잔뜩 잡을 수가 있다. 이 미꾸리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서 한 여름 동안 더위에 지친 동네 노인들을 모셔 놓고 ‘갚을 턱’ 또는 ‘상치(尙齒:노인을 숭상한다는 뜻)마당’이라는 잔치를 열었다.
추어탕은 지방에 따라 끓이는 방법이 다르다. 원주식 추어탕은 서울식 추탕처럼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인 맛이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국물이 끓을 때 쯤 산 미꾸라지를 솥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고추장 국물을 육수로 쓰고 감자와 버섯 토란순 부추 대파 부추 미나리 등 야채도 푸짐히 들어간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리를 삶아 으깨어 데친 풋배추,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파, 마늘을 넣고 끓인다. 나중에 홍청 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방아 잎을 넣고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어 먹는다.
전라도식은 미꾸리를 삶아 으깨 넣은 후 고사리와 토란대, 된장과 들깨즙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다 초핏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낸다.특히 남원에는 추어탕 못지않게 추어숙회가 유명하다. 추어숙회는 40여년전 서삼례(새집 일대 (一代주인 서 삼례(徐 三禮)할머니가 하동에서 남원으로 시집와 개발한 음식이다. 미꾸리에 밀가루를 살짝 입혀 찐 다음 마늘, 파, 흑임자, 맛소금 등의 양념을 넣고 곱돌냄비에 좀 더 익혀 계란으로 살짝 덮는다. 그리고 상추와 쑥갓에 초고추장을 발라 익힌 미꾸리에 거친 지느러미와 미끈미끈한 감촉을 줄이고 미각을 돋우기 위해 마늘과 풋고추를 섞은 계란을 덮는다. 한편 최근에는 미꾸리 깻잎말이튀김 등 미꾸리튀김이 식도락가들의 구미를 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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