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지던 스테파니 가너는 고양이 먹이 한 봉지를 건졌다.
메릴랜드주 프린스 프레데릭에 있는 한 수퍼마켓 쓰레기통에서 먹을 만한 식품을 찾고 있는 브라이언 메도우스.
대학생·잡지사 직원 등 멀쩡한 사람들
음식 쓰레기더미서 먹을만한 것 건져 재활용
대지-동물-자원 착취·환경오염 방지 한 몫
워싱턴 교외의 한 ‘트레이더 조스’ 마켓 뒤 커다란 쓰레기통 속에 들어 간 대학생 브라이언 메도우스는 바쁘다. 쓰레기 더미를 파헤쳐 땅콩 몇봉지와 초컬릿을 씌운 생강 과자 한 통, 빵 두덩어리를 백팩에 챙겨 넣고 곰팡이 핀 과자는 한쪽으로 던지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뭘 하느냐?”고 트레이더 조스 직원이 물었다.
거지도 홈리스도 아니지만 소위 ‘덤스터 다이빙’을 하다 잡힌 메도우스는 자신을 ‘프리잔’이라 여긴다. ‘free’와 ‘vegan’의 합성어인 ‘프리잔’은 사람들의 장사 속에 쥐어 짜이고 있는 대지, 자원, 동물의 착취에 기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처음엔 정중하던 ‘트레이더 조스’ 직원의 목소리는 30초도 안돼서 높아지기 시작한다. 메도우스가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전혀 협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도우스가 보기에 곧 쓰레기 매립지로 직행할 초컬릿을 씌운 생강과자는 훔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시켜 주는 것이지만 메도우스에게 가방 속에 넣어 놓은 물건들을 모두 쓰레기통 속에 도로 내놓고 당장 사라지라고 명령하는 직원은 전혀 생각이 다르다. 쓰레기는 회사 소유지에 있는 것이므로 메도우스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트레이더 조스’ 레이블이 붙어 있는 것을 먹고 누군가가 탈이 나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메도우스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몇몇 식품점 대변인에 따르면 쓰레기통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흔히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식품점들은 불법 침입, 식품안전에 대한 염려, 피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덤스터 다이버들을 적극 말리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언론 보도로 덤스터 다이빙이 점점 더 알려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호울 푸즈’ 마켓의 미드 애틀랜틱 지역 대변인 새라 케니는 말했다. 오래 이 일을 해온 다이버들에 따르면 어떤 액티비티를 함께 할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Meetup.com 같은 웹사이트를 보면 호기심으로 쓰레기통 뒤지기를 해볼 사람을 찾는 다이버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항의의 표시로 이 일에 뛰어들기도 한다.
연방환경청은 미국에서 해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식품은 960억파운드로 미국 전체 쓰레기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당 및 식품점을 규제하는 연방 및 주법에 따라 유효일자가 지난 식품들은 실제로 상하기 않았어도 버리는 일이 많다. 그 중 다수는 플래스틱 봉지 속에 들어 있으므로 다른 쓰레기들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덤스터 다이버들이 쉽게 건져내 올 수 있는 것이다.
‘소조너스’ 잡지의 웹사이트 편집자인 라이언 베일러는 자기가 먹는 음식의 95% 정도를 2주일에 한번 정도 나가는 덤스터 다이빙에서 충당한다. 살충제, 동물학대, 오염 등 기업농들이 환경에 저지르는 악행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쓰레기통 뒤지기를 시작한 베일리도 그동안 경찰, 상점 매니저들과 숱하게 맞닥뜨려 출입이 금지된 곳도 있다.
덤스터 다이버들이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식품점 대변인들에 따르면 식품점들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게 해 책임을 지느니 팔지 못할 식품은 자선단체에 보내거나 재활용시키는 것이다.
‘트레이더 조스’와 ‘호울 푸즈’는 판매 불가로 판정된 식품은 홈리스 보호소와 급식소로 보내며 ‘호울 푸즈’는 그밖의 식품 찌꺼기 대부분을 퇴비로 만든다. “식품점에서 버리는 식품이 아주 많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가 보기에 먹을 만한 식품이라면 팔거나 기부한다”고 ‘호울 푸즈’의 케니 대변인은 강조하지만 다이버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쓰레기 통 속에서 찾아낸 식품이 먹어도 될 것 같아 보일지라도 일단 버린 것이면 먹지 말라고 권한다. 일단 요리과정을 거치면 쓰레기 통 속에서 옮겨졌을 수 있는 병균 중 일부는 파괴되겠지만 냉장도 안되고 쥐와 파리가 난무하는 쓰레기 통속에서 다른 쓰레기로부터 오염될 수도 있으므로 겉보기에 곰팡이도 없고 썩지 않았더라도 쓰레기통 속에서 나온 식품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숙련된 덤스터 다이버들은 쓰레기통 속에서 꺼내 온 음식을 먹고 한번도 탈이 난 적이 없다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재미의 반은 무엇을 건질지 모르는 기대감에 있다고 말한다. 한밤중에 경찰을 만나 경을 칠 수도 있고, 썩은 바나나에 미끄러질 수도 있다. 베일러도 서너번은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상당량의 훈제 연어, 바닷가재, 스시 등을 건진 적도 있다. 덤스터 다이빙에 관한 한 베일리의 멘토인 프레스턴 윈터는 최고급 식품점에서나 파는 고급 치즈, 따지 않은 포도주 40병을 찾은 적도 있다.
기독교 신앙 때문에 간소한 생활과 천연자원의 낭비를 삼가게 됐다는 베일러, 자원 보존과 공짜로 생기는 먹을 것에 신이 난다는 윈터, 먹을 것이 거기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메도우스 등 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유도 가지가지지만 브라이언 크루글락은 3년 전, 쓰레기통에서 건져 낸 음식들을 가지고 매주 일요일 배곯는 사람이나 집 없는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푸드 낫 밤스’의 워싱턴 지부를 설립했다. 회원들이 동물성 식품을 먹기를 거부하는 데다 육류는 부패 여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채식만 제공하는데 고객들에게는 물론 그 음식이 버려졌던 것임을 미리 밝힌다.
“우리가 먹을 만한 음식이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먹인다가 우리의 모토”라고 말하는 크루글락은 어떤 식품점은 직원들이 팔리지 않은 식품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매장 밖에 내놓아 ‘푸드 낫 밤스’ 회원들이 골라 가도록 해주는 반면 어떤 식품점은 쓰레기통을 쓰레기 압축기로 대치해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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