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전경.
한인 커뮤니티의 여름 클래시컬 음악회 시리즈는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즐거운 음악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즐거웠다고 훌륭한 음악회는 아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석에 앉았던 단원들 사이에서 공연의 질에 대해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한인 연주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타민족 동료 연주자들이 이 연주회를 곧 한인 음악계 전반의 수준으로 받아들일까봐 창피했다”고 말하는 연주자도 있다. 공연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클래시컬 음악 붐을 위해서도 음악회 리뷰는 중요하다고 음악인들은 물론 후원단체 관계자들도 입을 모은다.
○… 지난 6일 LA내셔널 심포니 연주회는 우선 공연외적인 문제에서 실점이 컸다.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지적대로 “인사말 14개에 연주곡목 소개 하나도 없는 음악회 팸플릿”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대통령 인사말도 이번 음악회에 보내온 게 아니다. 음악회는 이런 허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구나 오케스트라 단장의 무대인사는 쇼 무대로 착각케 할 정도로 요란해 여러 사람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그런 쇼 오프(show off)는 문화행사를 지원하는 진정한 자세가 아니다”는 지적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아름다운 연주가 기대됐던 이날 음악회에 대해 많은 음악가들은 “음악적으로는 아주 어려웠던 연주회”라고 지적했다. 지휘자는 보면대 위의 악보에 충실한 지휘를 했는지 모르지만 지휘자와 협연자가 ‘법적인 별거상태’에 들어갔는지 의심이 갈만큼 협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연주를 위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비평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 지난 3일 라미라다 디어터에서 열렸던 ‘서혜경·박 트리오 조인트 콘서트’는 우선 일부 청중의 자세가 문제였다. 연주회장이 지나치게 만만했던지 공연 도중 카메라 플래시만 15번 정도가 터졌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박수도 음악회 분위기를 구겨놨다.
박 트리오의 연주는 음악적이지 않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기계적인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찾는 곳이 음악회인데 여기서도 기계를 만난다면 곤란한 일이다. 박 트리오는 여기 대해 “소리가 뻑뻑하고, 타이트했을 것” “음악에 여유가 있으려면 (연주를)살살 해야 했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렇게 못한 이유는? 공연장 사정을 든다. 음향이 좋지 않아 소리를 가능한 크게 하느라 힘들었다는 것이다. 공연 후 리뷰를 보내 온 바이얼리니스트 김용제씨는 “서혜경과 박 트리오의 연주를 섞지 말고, 전반 박 트리오, 후반 서혜경식으로 따로 했더라면…”하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뒤섞어 놓아 어느 누구의 음악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 지난 11일의 아샘필 공연은 철저하게 스리 테너가 주인공이었다. 협연의 이니셔티브는 이들이 쥐었다. 오케스트라는 맞춰주는 역할로 자족했다. 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음악회를 찾은 지휘자 이신우·소프라노 김양희 박사 부부는 공연을 두고 입씨름을 좀 했다고 한다. 이신우씨는 “지휘자가 악보를 다 외워 성악가와 저 정도 인터액터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던 음악회”라는 의견이다. 김양희씨는 스리 테너가 좀 오버했다고 본다. 마치 오늘만 노래 부르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감각에 호소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성공은 거뒀지만 부드러움과 여림이 더해졌다면 더 아름다운 음악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음악회는 보는 맛도 있는 만큼 지휘자가 포스처(posture)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주문도 있다. 머리를 좀 적게 흔들었으면 하는 지적은 의외로 많다.
○… 하피스트 문일영씨는 “다들 어려운 형편에서 만든 음악회이고, 누구의 오케스트라라는 것보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음악이 자리잡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최근 음악회 때문에 디즈니홀을 출퇴근한 소감을 말했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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