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 사이에 LA한국문화원에서 연이어 두개의 한국서 온 한글서예전이 열렸다. 하나는 ‘아름다운 한글서예 미국전’(이하 아름다운한글)이고 UCLA 한국학과와 연계해서 세미나도 열었다. 또 하나는 ‘세종한글 서예 세계화전’(이하 세계화전)이다. 두 전시회 다 고급의 도록을 발행하고, 각각 52점, 36점씩을 출품했다.
미주 서예가들은 우선 그 어려운 장소인 LA한국문화원이 서예전 그것도 한글서예전을 연이어 개최한 것에 놀라워했고, 한편 서예의 중요성을 솔선 강조한 것 같아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두 서예전은 공통되게 한글서예전으로서는 눈에 띄는 것이 작품배경을 다양하게 제작한 점이다. 작품종이에 색을 넣은 것, 다양한 화선지, 그림의 도입, 주제와 본문을 각기 다른 색으로 한 것 등인데, 특히 세계화전에서 두드러진다. 이것은 원래의 단순한 흑백작품을 화려하게 하려는 시도인데, 자칫 서에서 조심스러운 ‘서의 속(俗)됨’을 자초할까 두려운 마음이나, 좀 지나친 것 같은 것은 한두 점이고 대체로 무리는 없는 듯 하다.
‘아름다운한글’에서 인상적인 느낌을 준 작품은 단연 손동준의 석각이며, 주최자가 자랑하듯, 도록에 실린 탁본은 일품이다. 여태명의 ‘솔처럼’은 한글의 현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의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고, 이종선의 고체작품도 좀 인위적인 풍김이 있으나 가작이다. 민체가 근래 많은 발전이 있음을 보는데, 김주익, 이주형, 한소문 등이 자연스럽고 좋아 보인다.
세미나의 글들은 기획이나 선전에 비해서 빈약하여 새로운 포인트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서양대학에서 강연을 했다는 소기의 체면은 유지했다할 것이나, 한글서예를 하고 아는 이들에게는 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세계화전’은 모든 일정을 서두르고, 도록에 실린 작품 수 보다 실제 전시작품 수에 여러 점의 차이가 나게 한 것 외에도 서두름이 작품자체에도 반영된 느낌이어서 아쉬운 감이 든다. 도록에서 보면 현병찬의 판본체에 민체의 석문/낙관으로 된 작품이 눈길을 끌고, 역시 여태명의 글씨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배경에의 색깔 도입이 대담한 것들이 눈에 뜨이고, 여러 서체의 변화시도가 두드러지는데, 이런 시도에 작품성/예술성이 얼마나 뒤따르느냐는 문제가 있다. 창작이 곧 예술성은 아니다. 창작에 높은 예술성을 부가하려면 기초가 튼튼한 서의 점이나 획의 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예술감각의 축적이 요구된다.
한국서 온 두 한글서예전을 보면서 재미작가들이 한데 어울려 한글서예전을 열면 이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김순욱<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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