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음식은 맛, 멋, 영양을 중요시 하지만 한국의 전통음식은 맛, 멋, 영양과 함께 의미 하나가 더 추가된다.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가 다 부여되고 여기에는 한국인의 삶이 녹아있는 습속이 어우러져있다. 특히 과실이나 채소를 꿀에 재어 불러 다려서 만든다 해서 전과(煎果)라고도 불리는 정과(正果)야 말로 귀신을 달래 쫓는 민속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 옛 선조들은 정과를 만들기 위한 꿀을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볼거리나 결막염, 뇌염, 홍역, 천연두 등 어린이에게 잘 걸리는 유행병이 돌면 각종 정과를 만들어 실에 꿰어 집문이나 방문에 걸어둔다. 이는 달콤한 과자를 좋아하는 아귀신(兒鬼神)이 들어오다 맛있는 정과에 유혹되어 그것을 먹고 되돌아간다고 믿었던 민속 처방이 바로 정과였다.
특히 전염병이 돌고나면 이웃에 꿀을 빌리러 갈수도 없었고 빌려주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꿀을 빌려준 집에 아귀신이 몰려든다는 속전(俗傳)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과는 민속적 치료약 뿐만아니라 동제(洞祭), 성황제(城隍祭), 부근제(付根祭), 산신제, 수목제, 암석제 등 각종 부락제에서 신위(紳位)가 여신(女神)인 경우에 여신곁에 아이가 따라올 것을 대비(對備)해 제삿상에 반드시 정과를 올렸다. 아이를 낳게 해주는 여신인 삼신을 모시는 삼신상에도 정과는 필수적으로 올려졌다.
특히 정월의 찬품으로 빼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김상보 저 [조선왕조궁중의궤음식문화], [조선왕조궁중연회식의궤음식의 실제]에 보면 궁중연회의 반과상(盤果床)이나 중국 사신들을 접대하기 위한 다담상(茶啖床)에 반드시 올려 졌다고 기록 되어있다. 특히 임금님의 별식으로 제일 여겼다는 유자정과는 좋은 유자 겉껍질을 벗겨 넷으로 쪼갠 다음 흰 속껍질을 약간 저며내고 얇고 납짝하게 저며 슬쩍 데친 다음 꿀을 녹여 붓는다. 유자정과가 임금님의 별식이었다면 귤정과는 명문벌족(名門閥族)의 제사상에 반드시 올려야만 그 명문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았다.
만약 제사상에 귤정과가 오르지 않으면 그 집안은 사양길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제주목사는 우황과 귤정과가 없으면 제주벼슬살이 하루도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귤정과는 제주의 고급음식이었다.
제주목사가 임금님이나 조정의 정승들에게 보내는 상납품 중 귤정과가 필수적이었다.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은 백성들에게 귤과 꿀을 수탈하여 한번에 수백단지의 귤정과를 만들어 요로에 뇌물로 보내 제주백성들의 원성(怨聲)이 드높아 제주민요에 목관(牧官)은 귤에 꿀을 붓는데, 백성은 귤에 독(毒)을 붓는다라는 내용이다.
탐관오리의 수탈에 못이겨 차라리 귤나무를 죽이기 위해 독을 붓는다는 의미다. 특히 갖가지 색이 나는 오색수정과를 만드는데, 이 오색 수정과는 당상관(堂上官:正三) 이상 명문 이외에는 만들어 먹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교동의 오색수정과는 교동에서 세도를 누리며 살았던 김 좌근(金 左根),김 병국(金 炳國), 김 병익(金 炳翼)등 안동김씨 가문에서 만들
어 먹던 벼슬이 붙은 소문난 명과였다.
정과는 34종류가 알려져 있으나 정과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당근, 감자, 금귤로 할 수 있는 절임정과와 박고지, 사과, 도라지, 인삼, 무, 우엉, 연근, 동아 밀감 등으로 할 수 있는 조림정과, 절임정과와 조림정과를 채에 받쳐 하나씩 떼어 설탕을 묻혀 말린 것을 건정과라고 한다. 옛 요리서인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보면 정과 만드는 법 14가지가 소개 되어 있다.
여기에 모과거른정과(좋은 모과 꽤 익고 빚 누른 것을 무르게 삶아 고운체에 쓰면 좋고 편을 만들려면 앵도 편처럼 하되 졸이기를 되도록 덜하고 녹말을 되게 개어 타야 빚이 곱고 잘 어리게 된다), 모과쪽정과(모과를 삶기를 무르게 꽤 삶아 삶은 국은 죄 따르고 매우 고운 꿀을 모과가 잠기게 부어 녹을만 하거든 즉시 그릇에 담아야 빛이 상하지 않고 꿀이 조금 글러도 산사와 달라 빛이 곱지 않다), 살구편. 벗편(다 앵도편 법대로 하면 어리니 베면 살구는 모과편 같고 벗편은 전약(煎藥)같다), 유자정과(좋은 유자를 얇게 겉껍질 벗겨 넷에 쪼개어 흰 속껍질 약간 저며 내고 얇고 납작 납작하게 엇게 저며 슬쩍 데쳐 담근다.
담갔던 유자에 꿀을 녹여 붓고 유자속은 쪽쪽이 내어 다듬어 한데 지어 쓴다), 감자정과(감자도 껍질은 버리고 속은 흰 허물 죄 벗겨 제사에는 가로 썰어 씨를 없이하고 먹는 것은 쪽을 내어 허물을 곱게 벗겨 꿀을 녹여 부어 쓴다.), 연근정과(연근 연한 것을 깨끗이 긁어 두께 알맞게 썰어 꿀물에 데친 후 꿀에 제어 쓴다), 익힌동과정과(어린 동과 털을 죄 긁어 알맞게 가로 썰되 두께를 바느질자 한푼씩쯤 되게 한다.
불 꺼진 재를 물에 타고 동과를 담그고 막대로 종일 부지런히 저으면 동과 조각이 물속에 자연히 부딛쳐 반반해지고 모양이 칼자국 없이 천연스러워지거든 꿀물에 데쳐 잿물을 토하거든 꿀을 부어 짓는다), 선동과정과(불 꺼진 재에 물을 조금 타서 담가 돌같이 단단해지거든 항아리에 넣고 꿀을 부어 날포 두었다가 동과(冬瓜)가 사회(死灰)는 토하고 꿀을 먹어 멀건 꿀물이 되거든 따르고 다시 꿀을 끓여 부어 단단히 봉하였다가 겨울이나 봄에 내어 쓰면 단단하고 맛이 맑고 산뜻하니 꿀에 하면 빛이 곱고 오래 되어도 상하지 않으나 불에 지은 것은 종시 무른다), 천문동정과(천문동을 담가 붇거든 풀잎같이 저며 슬쩍 데쳐 꿀에 숯불로 지으면 명패(明貝:맑은 조개)같다), 생강정과(생강을 말끔히 벗겨 칼날이 비치게 뿔때로
저며 두 번 삶아 버린다.
꿀을 물에 달게 타고 넣어 뭉근한 불로 숯불에 짓되 통노구 뚜껑을 자주 벗겨 이슬 맺힌 것을 없이하라. 이슬이 떨어지면 정과가 윤이없고 반쯤 더 되거든 꿀을 쳐야 윤이 흐르니 끈끈하여 엉기어 붙어야 좋다), 왜감자정과(왜감자 일명은 유감(乳柑)이니 알 맛은 감자같고 껍질은 유자 같다.
각각 나지 않게 쪽 모양대로 곱게 벗겨라. 껍질은 삶아 옆에 놓고 꿀 녹여 부어 쓴다), 향설고(시고 단단한 문배를 껍질을 벗겨 꿀물을 달게 타서 통노구에 붓고 문배에 왼 후추를 많이 박아 생강 얇게 저며 넣어 숯불에 뭉근한 불로 지어라. 빛이 붉고 속속들이 꿀이 들어 씨까지 윤지거든 쓰되 배가 시어야 빛이 붉고 곱다, 신 맛이 적걷은 오미자국을 약간치면 좋다, 마른 정과에 곁들이면 국물을 졸여 끈끈한 기운이 있게 하고 수정과를 하려면 얼졸여 국물을 넉넉히 하고 계피가루 약간 타고 잣 흩어 쓴다), 유리류정과(산사(山)쪽 정과 국에 생강차를 엷게 달여 타고 날배(채 가늘게 치고 유자 겉껍질 벗겨 가늘게 가늘게 썰고 유자속과 감자 알은 껍질 곱게 벗겨 위에 한가지로 넣고 석류와 잣을 흩어 쓰라), 순정과(순은 연못에 없고 수택(水澤) 가운데 있으니 모양이 피지 못한 연잎같고 말쑥하고 연하며 보드라와 녹말 묻혀 삶은듯하다.
본초에 삼사월로부터 칠팔월까지는 보통 사순이라 하니 맛이 아름답고 열을 내리게 하며 온갖 약의 독을 풀어 주고 비위를 열어 입맛을 돋우며 구월로부터 시월까지는 이르기를 괴순이라 하니 맛이 쓰고 떫어진다 한다. 여름에 오미자국에 넣어 잣 띄어 수정과를 하면 매우 청활하여 좋다)등 이렇게 소개 되어 있다.
▲ 지난달 플러싱 금강산에서 뉴욕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열린 ‘무료 한국음식 및 조리 시연’ 행사장에서 선보인 정과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