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이야기 (1)
국수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한대(漢代)에 밀이 원산지인 서 아시아지방에서 중국으로 들어오고, 여기서 얻은 밀가루를 면(麵:국수→면)이라 하였고, 면으로 만든 제품을 통틀어 병(餠:떡)이라 하였다. 그리고 밀가루 아닌 그 외의 곡분으로 만든 것을 이(餌)라고 했다. 명나라 때 왕삼빙(王三聘)이 쓴 [고금사물고(古今事物考)]에 보면 “잡기(雜記)에서 말하기를 면(麵)으로써 만든 것을 모두
병(餠)이라 한다. 따라서 불에 구운 것은 소병(燒餠), 물에 삶은 것을 탕병(湯餠), 찐 것을 증병(蒸餠)이라 한다. 이들은 한(漢), 위대(魏代)에 비로소 나타난 말인 것 같다”고 기록 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 진대(晋代 5-6세기)에 이르러 탕병의 일종인 수인병(水引餠)이 기록에 등장하고 그 구체적인 제법이 [제민요술(濟民妖術)]에 설명되어 있다. “밀가루를 조미한 육즙으로 반죽하여 젓가락 굵기로 다듬어 1척 길이로 자르고 물속에 담가 손가락으로 부추 잎 모양으로 얇게
눌러서 하나씩 냄비에 넣어 삶아 내는 것이라 하였다” 이 수인병을 [거가필용(居家必用)]에는 색면(索麵)이라 하였다. 이러한 수인병이 후대에 와서는 밀가루 반죽을 면판(麵板) 위에 치고 잡아당기고 하여 길게 뽑
아내게 되니 이것을 화북지방에서는 라면의 어원이 된 납면(拉麵: la-mien: instant), 화남지방에서는 타면(打麵: ting-mien)이라고 부른다. 이 납면이 밀가루 반죽을 길게 한 줄로 뽑아 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까지 문헌에 국수에 관련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국의 송나라와 밀접한 교류를 가졌던 고려시대 1123년에 쓰여진 [고려도경]에 보면 “食味十餘品而麵食爲先(식미십여품이면식위선: 맛있는 음식에는 십여 가지가 있어 그 중 면식을 으뜸으로 삼았다)”라는 말이 나오고 [고려사(高句史)] 형법과 예법에 보면 “제례(祭禮)에
면(麵)을 쓰고 사원(寺院)에서 면(麵)을 만들어 판다”라고 쓰여져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면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고려도경(高麗圖經)] 잡속(雜俗)에 보면 “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화북(華北)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비싸서 성례(成禮)때가 아니면 먹지 못 한다”라고 기록 되었다.
동 아시아 북부 아므르강, 만주, 바이칼호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로 이른바 동이계(東夷系)의 곡물인 메밀은 파종 후 약 2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생육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천수답에 가뭄이 심해 벼를 내지 못할 때,
논에 메밀을 심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의 밀가루를 이용한 면을 응용하여 메밀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 먹었다고 봐야 한다.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이 나온 1600년대 말엽에도 메밀은 으뜸가는 국수 재료였
다고 기록되어 있다.
[음식디미방]에 보면 이 메밀로 메밀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메밀에 녹말을 섞어 뜨거운 물로 반죽하여 녹말을 호화시켜 점성을 늘여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조선시대 인조 때 임란 이후 잇단 흉년으로 기근이 들자 메밀재배를 권장하며 호구지책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증보산림경제]에 보면 “메밀을 반죽한 것을 목안(木案)에 놓고 얇게 밀어서 가늘게 실처럼 썬다”고 하였다 고려말기 학문학습책인 [노걸대(老乞大)]에 우리 고려 사람들은 국수를 먹는데, 그다지 길들지 않고 있다고 적혀 있으며 [고려사]에는 사대부들의 제사에 국수를 섰다고 한다. 이미 고려시대부터 국수는 일상식으로 즐겨 먹었던 같다.
그러면 메밀 생산을 주로 했던 우리들의 조상은 중국으로부터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오기 전에는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을까?
기록이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지극히 원시적인 요리법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되고 주걱에 메밀반죽을 얇게 개어 놓고 수저 손잡이로 끊어 육수가 끓을 때 바로 솥 안에 넣는 칼 싹뚝이를 일반적으로 해 먹었지 않나 추측한다.
일본에 칼국수 만드는 법을 전한 조선의 원진스님
헤이안 시대에 당에서 홍법대사라는 승려가 밀과 동시에 우동의 제법을 가지고 왔다는 설이 있다. 소면은 무로마치 시대 이전부터 있었고, 우동은 무로마치 시대에 번성했었던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논리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이 근대 일본에서 주장하는 설에 불과하다. 에도시대 초기 이전에는 삶은 소바를 그냥 쯔유에 찍어서 먹기만 하다가 에도 초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서 먹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소바는 제면기술의 발달 전에는 소바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 직접 반죽하여 먹는 소바가키를 먼저 먹었다고 한다.
일본의 본산적주(本山荻舟)에 의하면 “일설(一說)로 에도시대(1603-1867년) 초엽에 조선의 승 원진이 남도 동대사에 건너 와서 연결제로서 밀가루를 메밀가루로 섞는 것을 가르치므로 비로소 일본에 메밀국수가 보급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원정천황(元正天皇) 요오로오 6년 (722년) 구황식품으로 지방관에게 하명해서 심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와타나베 미노루 저(著)의 [일본식생활사]에도 “소바기리(蕎麥:메밀국수)는 에도시대에 친근하게 되었다”고 기록 되었다.
한편 메밀국수로 유명한 심대사의 신(神)도 한국계라고 한다. 이렇듯 밀가루로 만든 면이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밀가루가 아닌 메밀국수로 응용되고 이 메밀국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소바기리가 된 것이다. 일본도 나라시대에 이미 메밀이나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소바와 우동이 음식문화로서 꽃을 피운 것은 에도시대 중기 이후이다.
우동은 무로마치시대서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였지만 메밀이 소바 형태의 식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였다. 소바에 대한 전래는 나가노현 기소군 오쿠와촌 스하라에 있는 정승사의 고문서에서 덴쇼 2년(1574) 3월에 소바를 먹었다는 고문을 1992년 세키모치씨가 발견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소바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에도시대 초기에는 지방 마을에서 국수 매매가 이루어졌으며 길거리 찻집에서 국수가 제공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고문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에도 초기에는 소바 집의 간판이 일본 동서 지역 모두 우동,소바로 되어 있어 우동이 면문화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에도 중기가 되면서 간판이 소바,우동으로 바뀐 것을 보면 소바가 인기를 끌게 됐음을 알게 된다.
간사이(교토, 오사카 지역)에서는 우동의 세력이 뿌리 깊어 관서우동, 관동소바 라는 2대 분식문화권이 형성되었다. 에도중기 초엽인 17세기 말에는 소바,우동의 다른 말인 겐돈소바, 겐돈 우동이라는 명칭이 생겨서 소바가게는 겐돈야라고 불렸다. 그 유래는 간분 2년(1662) 가을, 요시하라에 처음으로 생긴 유곽의 이름인 겐돈에서 생겨났으며, 같은 시기에 에도쪼 이쪼메의 소바집 주인인 닌자에몽이라는 사람이 소바를 만들어 요시하라의 유곽에서 판매한 것을 계기로 싸구려 유곽의 이름인 겐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그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메밀은 일본에서는 음력 12월31일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길게 오래 산다는 의미에서 메밀국수를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국수는 중국, 한국, 일본 동양 3국의 일상식으로 환영받고 있는 음식이지만 나라마다 국수를 만들 때의 표현 방식이 각각 다르다. 중국은 국수를 친다(拉)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를 뺀다 또는 누른다(押) 일본에서는 국수를 썬다(切) 또는 뺀다(伸)라고 한다. 이는 국수를 만드는 기구
나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표현도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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