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배 수익보장 등 달콤한 유혹 경계해야
국정원 외교부 코트라 등 피해막기 부심
이스트베이지역에 사는 A씨는 요즘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철석같이 믿었던 지인의 권유로 곗돈 타고 용돈 아껴 꼬깃꼬깃 모아둔 5만달러를 지난해 초 중국 어느지역에 투자했는데 1년이 넘도록 ‘약속된 황금알’은 고사하고 ‘본전치기 메추리알’도 못건질 판이기 때문이다. 중국투자의 위험성을 귀띔해주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무슨무슨 단체에서 잘나가고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지인이 “1년만 지나면 거뜬히 3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것(돈) 은행에 둬봤자 이자도 별로 안붙고 붙어봤자 세금 빼면 뭐 남느냐” “거기(중국 투자지역) 시장도 잘 알고 공산당 서기도 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등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으며 다른 누구보다 먼저 자신에게 특별히 혜택을 주는 것처럼 거듭 꼬드기는 바람에 귀가 솔깃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었다.
실리콘밸리지역에서 10여년째 조그만 패밀리비즈니스를 하는 B씨는 두어해 전 우연히 베이지역 00단체 회장과 함께 한국에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 회장이 누구를 만나는데 같이 가자더니 서울손님 앞에서 B씨를 “세계IT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도 꽤 알아주는 IT사업가”로 뭉게구름을 태워버린 것이다. 게다가 B씨는 앉은 자리서 그 회장이 속한 단체의 이사까지 돼버렸다. 그 회장의 속셈은 뻔했다. B씨같은 사람을 잔뜩 띄워놓고는 은근히 그들 위에 자신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수작이었다. 한편으로는 불쾌하고 당황했지만 몇년동안 호형호제해온 처지라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지도 무참하게 만류하지도 못하고 2시간 넘도록 ‘회장님의 투자상담’에 본의아닌 들러리를 섰던 B씨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낯이 뜨겁다고 실토했다.
남 일이 아니다. 옛 일도 아니다.
지금도 한인사회 몇몇 미꾸라지 인사들이, 의도적이든 결과적이든, 이런 류의 사기성 행각을 벌이고 있다. 거덜난 줄 알면서도 혹시 본전이라도 건져볼까 하는 마음에서, 잠시나마 눈먼 돈에 혹했던 자신에 대한 책망 때문에, 묻지마 투자로 돈을 날린 사실을 남편(또는 부인)이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까봐, 입밖에 내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북가주 한인사회 일만은 더더욱 아니다. 지구촌 동서남북을 누비는 ‘글로벌 사기행각’이 워낙 수두룩하고, 그럴수록 한인들의 피해사례도 눈덩이처럼 쌓여, 국가정보원(옛 중앙정보부) 외교통상부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등 정부기관이 나서 국제사기 경보를 발령해놓은 지 한참 됐다.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등 재외공관들도 머니오더를 이용한 국제사기, 나이지리아 등 다국적 사기단의 활약상(?), 복권당첨 미끼 국제사기, 천문학적 투자수익을 앞세운 사기 등에 관련된 보도자료를 수시로 배포하고 있다. 특히 KOTRA는 묻지마식 중국투자 열풍을 우려해 ‘주의사항 10계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지난 8일 동포간담회에서 중국편향적 한국외교를 문제삼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일련의 중국붐이 정부정책보다 투자자들의 자발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면서 “거기 투자하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망하는데 망한 사람들 보고 다음에 투자하고 싶은 곳을 물으면 그 중 열에 아홉은 또 중국이라고 답한다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꾼들’을 식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에 가면 미국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우쭐대고 미국에 오면 한국의 거물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은 일단 위험인물이다. 말주변이 좋고 명함이 화려한 것 또한 꾼들의 특징.
실제로, 천인필 부총영사는 과거 휴스턴총영사관 근무 당시 파이프 하나 박고 천막 쳐놓고 기름(개스)을 파는 사람이 초대형 주유소나 석유회사쯤 경영하는 것처럼 무슨 (주)00사 대표이사 명함을 내미는 걸 봤다고 회고했다. 북가주 한인사회에 나도는 명함들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또, 어느단체 임원은 서울나들이 때 자신이 사정해 주SF총영사관 등 재외공관 출신 정치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돌아와서는 마치 그 정치인이 만사 제쳐놓고 자신과 만난 것처럼 포장한 무용담을 인맥과시용으로 퍼뜨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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