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순식
주거·개스비 폭등 불구 봉급인상 9년래 최저
저축은 고사
실질임금
오히려 줄어
프리랜서인 남편의 수입이 매달 들쭉날쭉해 가계 꾸려가기가 어려웠던 주부 하모씨(33)는 지난해 10월 한 한인은행에 취직했다. 가계에 숨통이 트일까 하던 기대는 얼마 안 돼 사라졌다. 어린 아기를 맡기기 위해 한국서 모시고 온 친정 어머니에게 용돈 드리고, 출퇴근을 위해 산 차 값을 내고 나면 월급에서 남는 게 별로 없어서다.
하씨와 같은 월급쟁이의 삶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다. 월급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을 쫓아가지 못해 실질 소득은 줄어든다. 회사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직원에게 지원하던 복지 혜택을 줄인다. ‘흐린 날’을 위해 저축하는 건 둘째치고, 빚이라도 안 지고 살면 고마울 따름이다.
한 한국 대기업 미주본사의 현지 채용 직원인 정모씨(36)도 옛날에 모아둔 돈을 까먹고 살고 있다. 지난해 월급이 조금 올랐지만 아파트 렌트와 개솔린 가격이 오른 것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물가는 오르는데 벌이는 그대로이니 남을 수가 있겠냐”는 정씨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집값 등은 손쓸 방법도 없으니 자신을 계발하는 데 투자한다는 생각은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 지난 2년 사이 아파트 렌트는 1,100달러에서 1,300달러로 인상됐다. 자동차 리스와 개솔린 비용에 한달에 700달러 정도를 쓰고 나면 4,000달러 남짓한 한달 월급 절반이 사라진다.
월급쟁이의 한숨은 연방 노동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미국 전체 월급과 베니핏 인상률은 3.1%로 최근 9년 사이에는 가장 낮았다. 물가 인상률을 감안했을 경우 소득은 오히려 0.3%가 줄었든 셈이다. 1996년 이후 실질 임금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월급쟁이가 회사로부터 받는 베니핏은 더 작아지고 있다. 지난해 고용주가 직원에게 지급한 베니핏 비용은 4.5%가 늘어났지만, 이는 2004년(6.9%)과 2003년(6.3%)에 비하면 축소된 것이다.
고용주가 부담스러운 건강보험료 부담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탓이다.
폴 임 디스커버리 보험 사장은 “고용주로부터 건강보험 지원을 못 받는 한인 월급쟁이가 받는 직원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라며 “어떤 고용주는 건강보험을 제공하려고 해도 예전 세금보고 실적이 나빠 신청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서 일하는 김모씨(여·30)도 남편과 맞벌이를 하지만 저축할 여력이 없어 비상 상황이 생길까 늘 걱정이다. 대학 학자금 융자를 그나마 다 갚아 지금은 숨통이 좀 트였지만, 아기가 갓 태어나 가계 운용은 그전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김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직 진출을 희망하지만 빤한 주머니 사정에 그저 꿈만 꿀 뿐”이라고 말한다.
한 항공사 직원 안모씨는 “점심 한번 사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풍토가 언제부터인가 사무실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가까운 동네에 사는 직원들끼리 카풀 모임을 조직하는 등 알뜰하게 살려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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