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는 6,7,8월 연이어 들려오는 한인 피살 소식에 식은땀을 흘렸다. 사건은 볼티모어와 락빌, 리치몬드에서 터져나와 한인 안전지대가 따로 없음을 실감케 했다.
10월에는 다시 볼티모어에서 한인상인이 강도에 피살, 올해 살인 사건 한인 피해자가 총 4명을 기록하게 됐다. 예년 평균에 비해 두 배가 많은 수치였다.
▲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김학봉씨
애난데일의 레이븐스워스 로드 인근 숲에서 발견된 불에 탄 시체가 한인 김학봉씨로 밝혀지자 한인사회는 바짝 긴장했다. 범인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범행 후 피해자를 잔인하게 불에 태웠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범인은 사건 발생 2주만인 8월29일 체포됐다. ‘카를로스 움베르토 부스타만테 메디타(29)라는 이름의 그는 일용 노동자로 라티노 주민이었다.
건축업에 종사하던 김씨는 일요일이던 사건 당일 아침 락빌로 일을 가기 전 애난데일의 노동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김씨는 작업 현장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고 나중에 애난데일로 옮겨져 불에 태워졌음이 판명됐다.
라티노 노동자에 의한 김씨 살해 소식은 당연히 한-라티노 관계를 경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사이딩이나 페인팅, 플로어 등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라티노 일용 노동자들을 기피하면서 잠시나마 이들은 구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증폭돼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과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은 수사가 진전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들을 안심시켰고 또 범인 체포 후에는 바로 이 사건이 인종 문제가 아닌 단순 살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근거없는 추측으로 인해 엉뚱하게 비화되는 것을 막는데 일조했다.
▲ 보복 살인 희생자 도종언씨
지난 6월 리치몬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도종언씨 등 3명을 권총으로 살해한 다니엘 볼러는 ‘원한 맺힌’ 사나이였다. 12년 전 도씨가 법정에서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다른 두 피해자도 범인과 채무 관계에 있었다.
9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폭행, 강도, 총기 사용 등 각종 문제에 연루돼 있던 그는 끝내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인생의 최종 목적지를 스스로 택했다.
87년 미국에 와 부인과 12세, 5세의 아들을 두고 있는 도씨의 죽음은 의로운 법정 증언이 부메랑이 돼 가족과 사별함으로써 이민자의 애환을 그대로 보여준 케이스가 됐다.
▲ 한인 여성의 애석한 죽음
지난 6월 리치몬드 남쪽 체스터에서 남편 김창순(피터스버그한인회 이사장)씨와 컨비니언스토어를 운영하던 김진숙씨. 강도의 권총에 머리를 맞은 그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당시 정황을 보면 김씨는 범인들에게 반항한 흔적이 없었다. 범인들은 가게에 들이닥쳐 이유 없이 총을 쏴대고 달아나 버렸다. 17세와 23세의 어린 젊은이들이었던 범인들은 곧 체포됐지만 초기 이민자로 1973년 건너와 캘리포니아, 볼티모어, 리치몬드 등에 거주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키웠던 김씨는 모두 미국에 거주하는 9남매 자식들을 뒤로 한 채 떠나버렸다.
▲ 언쟁이 빚은 참극
볼티모어에서 케리아웃을 운영하던 박내춘씨의 죽음도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범인은 그 가게를 자주 찾던 주민이었고 살해 동기도 다툼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3일 범인 월리엄 로날드 랭글리는 가게로 들어와 손님을 밀치고 박씨를 총으로 쏘았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집중 취재한 지역 주류 언론에 따르면 박씨는 커뮤니티에 잘 알려지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억울했다.
박씨의 장례식에는 고인이 출석하던 벧엘교회 교인들과 그 지역 단체장, 유지들이 대거 참석했고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촛불예배가 열리는 등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캠페인이 일어 관심을 끌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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