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부·친부 등 자녀 성폭력 범죄 10%나‥
어머니 알고도 ‘쉬쉬’ 34%, 대책시급
몇 달 동안 체중이 계속 불어나던 A(성폭행 당시 13)양은 학교 신체검사 후 의사의 정밀 검진을 받으면서 ‘임신 26주째’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들었다. A양의 어머니는 그때서야 자신의 동거남 B씨가 6번에 걸쳐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것을 알아내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몇 달이 지나도록 성폭행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C양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C양은 쉼터와 병원을 전전하다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또 다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C양은 이 사실을 수 차례 어머니에게 알렸지만 돌아오는 건 “거짓말 하지 말라”는 질책이었다.
청소년위원회는 19일 2000년 7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 3,893건을 분석한 결과 약 10%인 390건이 친아버지(191건)나 양아버지(142건), 혹은 어머니의 동거인(57건)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가정 내 성폭력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으며, 피해가 비교적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경은 팀장은 “이혼과 재혼이 늘고 의부나 친모의 동거인이 자녀를 책임지는 사회구조로 바뀜에 따라 가정 내 성폭력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자식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중 3명 이상은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아예 묵인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정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어머니에게 최초 피해를 알린 아동ㆍ청소년은 53.1%에 달했으나 어머니 중 33.8%는 ‘가정 안에서 조용히 해결’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ㆍ청소년이 학교를 의지하는 경우는 더욱 적어, 교사에게 상담을 받았다는 피해자는 4.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의붓아버지보다는 친부가 범행을 저질렀을 때, 어머니가 문제 해결에 더 소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친부에게는 원래부터 종속적인 관계이거나 가정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질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위원회는 이날 9차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방지 계도문과 함께 성범죄자 512명의 신상과 범죄사실 요지를 홈페이지(www.youth.go.kr) 등에 공개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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