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만큼 뜨거운 한인대학생 ‘알바’현장
‘날라리 대학생은 노(No)!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요’
LA시의 각 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의 얼굴로 가득하다. 때로는 “어, 어디에서 일하지 않으세요”라며 낯익은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손님들도 있다. 지난 6월부터 각 대학들이 여름방학에 돌입한후‘알찬 방학나기’를 위한 대학생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 2주 동안 선거 홍보를 위해 땡볕에 달궈진 LA의 아스팔트를 누빈 UC리버사이드에 재학 생 김보람씨. 공무원을 꿈꾸는 김씨는 “선거와 각종 프로포지션 등을 일반 주민들에게 홍보하며 행정의 현장 분위기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며 시간당 보수인 8달러50센트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열치열 삶의 현장”
순두부 전문점에서 일하는 케빈 박씨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브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뛰어들기 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1순위 희망이다. 매년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한미연합회(KAC)에는 올여름 5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경력쌓기에 대한 대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짭짤한 보수와 모국 체험의 일거양득을 얻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한다. UC 샌타바바라 재학생 카니 이씨는 “월급 2,200달러인 한국학원의 영어교사직은 큰 매력이 있다”며 친구 10명이 한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후원하는 EPIK프로그램은 영어권 국가의 대학 졸업생들을 원어민 교사로 채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텃밭인 커피샵, 식당, 안경점 등 소매점에도 여전히 학생들의발길이 몰리고 있다. 북창동 순두부 윌셔지점에서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와 함께 땀방울을 흘리는 풀러튼 칼리지 케빈 박씨는 “군 입대를 앞두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돈도 모으고 싶어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은 상대적으로 주류 사회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대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인타운 커피샵의 아르바이트생 임금은 시간당 최저임금인 6달러75센트에 팁까지 덧붙여진다. 더욱이 학생들은 식당과 커피샵을 제외하면 한인타운에서 일할 곳이 없다고 불평한다.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수단은 각 대학에 마련된 커리어 센터 등 취업알선 센터. 수많은 회사의 구직광고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밖에도 한인 학생회 등의 연줄을 이용하거나 귀동냥으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한인 대학생들은 지난 학기에 ‘베짱이 놀이’를 하느라 구멍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서머스쿨을 다니라 눈코 뜰 새 없다.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한인 학생이지만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사 경고를 받는 한인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한인 대학생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하고 구멍난 학점 메우고, 경력을 쌓느라 ‘수퍼맨 놀이’에 벅차하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부모들은 알까?
“투잡(Two Job)쯤이야”
안경점, 보바 전문점 오가는 케시 김양
“제가 골라주는 안경을 사람들이 기뻐하며 사용하는 것을 보면 즐거워요”
베벌리힐스의 닥터 셀든 안경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케시 김(20·사진)양. UCLA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3학년 학생이다. 안과의사 지망생인 김양은 첫번째 아르바이트 장소로 안경점을, 두번째 장소로 보바 전문점을 각각 선택, 투잡을 뛰느라 바쁜 여름철을 보내고 있다.
한여름에 일하느라 힘들법도 하지만 김씨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16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용돈을 벌어왔다”며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대견한 모습을 보였다. 김양은 서머스쿨이 개강하는 8월까지 ‘투잡(Two Job)’족 생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친구들이 큰 힘 되죠”
아씨마켓에서 만난 예비 대학생들
아씨마켓에서 일하는 새내기 대학생들이 일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친구끼리 함께 일하니까 힘들지 않아요”
아씨마켓 식품부에서 일하는 안성수(사진 맨 오른쪽)군은 친구 2명과 함께 2주 전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생의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안군은 UC 어바인의 예비 신입생이다. 대학에 합격을 했지만 재정보조를 받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안군은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어요”라며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라크라센타에 사는 안군은 UC버클리 입학 예정인 새뮤얼 김군과 같은 학교 입학 예정인 대니얼 이군, UC버클리 입학 예정인 새뮤얼 김군과 함께 한인타운을 샅샅이 뒤지며 결국 일자리를 움켜 잡았다. 안군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니까 재미있는 일도 많아요”라며 지친 하루의 끝에서 활짝 웃었다.
<글 이석호·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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