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고된데 수입은 얼마되지 않고...”
지난주 오랜만에 타운내 한 식당에 모인 탈북자들은 그간의 생활을 얘기하면서 미국생활이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연말 미국에 들어온 양모씨는 얼마 전 페인팅 보조일을 시작했다며 “직접 하청을 받아 일하면 수입도 한결 좋아질텐데 아직 기술도 없고 차도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이 6개월전보다 많이 말랐다”고 하자 “공짜로 다이어트 하니 좋지요”라고 말을 받았다.
모인 사람 중 가장 먼저 미국생활을 시작한 김모씨는 최근 타운에서 택시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에 있던 직장보다 돈이 더 될까 싶어서 란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별별 험한 꼴을 다본다고 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 오고선 약속한 요금을 주지 않아 기름 값만 날렸다는 푸념이다.
요즘 김씨에게는 생활비를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온 부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 큰 걱정이다. 2년 전 막 미국에 들어왔을 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인대가 늘어나 한동안 일을 못나갔는데 이번에는 담석 때문에 집에서 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막상 집안얘기를 꺼내니까 답답한지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차라리 한국에 돌아가 임대아파트에 살며 정부보조금 받으면서 생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묻자 한결같이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한다. 비록 경제적·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이곳에 사는 것이 “속이 편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삐딱한 시선과 차별이 이곳 생활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이들의 최대관심사는 체류신분 해결. 합법 신분만 확보하면 지금보다 훨씬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현재 연방의회에서 다루고 있는 ‘북한인권법안’ 통과여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법안 내용에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도 미국정착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소수계중 소수계’인 탈북자들은 그날을 기다리며 매일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탈북자’란 문패가 자랑스럽지도, 내세울 것도 아닌 이들에게 당장 급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다. 북한을 탈출하고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온갖 역경을 견뎌야 했던 이들이 다시 밀입국까지 감행하며 미국까지 온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다른 이민자들 처럼 죽어라 일하면 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한 참석자의 말처럼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스스로의 자신감과 노력이다. 여기에 한인사회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어우러진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오늘보단 훨씬 즐거운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황 성 락<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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