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소유 아파트에 가보면 입주자들 대부분이 한인인 경우가 많다. 한인들끼리 있으면 언어소통이나 음식 냄새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인 입주자를 ‘편애’하는 건 한인 소유주만이 아니다. LA 클리퍼스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은 남가주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부동산 거부이다. 남가주에서 그가 소유한 아파트가 지난해 기준 99개, 총 4,500여 유닛으로 입주자만 1만명에 달한다.
아파트 임대라면 닳고닳은 사업가인 그가 지난해 한인타운 인근 아파트들에서 한인 입주자들만 받으려다가 법원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이라는 판결을 받았었다. 아파트 건물 이름을 ‘코리안’을 넣어 고치고, 직원들에게 “코리안만 입주 시키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민권단체 측 주장이었다.
“역시 한인들은 인기가 있구나”하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당시 주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가 코리안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코리안들은 아무렇게나 해줘도 불평 한마디 없이 살면서 렌트비는 꼬박꼬박 잘 낸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고장이 나도, 불편한 일이 생겨도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참고 넘어가는 특성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 점잖은 입주자일수록 대우를 잘 받아야 옳지만 세상 인심은 그렇지가 않다.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거의 10년을 살다가 이사한 직장인 P씨의 경우.
“부엌 싱크가 막혀도, 방충망이 낡아서 모기가 들어와도 웬만하면 참고 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사갈 때 그 수리비용을 모두 내게 떠넘기는 겁니다. 평소에 요구할 것 요구하고 불평할 것 불평해서 모두 수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넘어가는 건 한인들의 신고의식 결여에서도 나타난다. 웬만한 폭행사건 정도는 보고도 못 본 척, 당하고도 안 당한 척 넘어가는 게 한인들의 정서처럼 되었다. 피해자가 “괜찮다”며 가해자 처벌을 말리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지난 주말 한 한인남성은 운전 중 자전거를 타고 가던 일본계 미국인과 접촉사고를 냈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주먹질을 당했다. 분한 마음에 신고를 했지만 막상 경찰이 상대방을 체포하려 하자 그는 동의를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체포되면 그 자신이 법원에 불려 다닐 것이 번거롭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폭행 사건이 줄지 않는 것은 사건이 일어나도 신고되지 않고,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전에부터 있어 왔다. 침묵이 항상 금은 아니다. 군소리 없는 민족이란 이미지는 좋은 것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대접을 받으려면 귀찮더라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불평할 것은 불평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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