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통령의 대 이라크 전쟁은 규모로 보나 의도로 보나 전에 없던 과격한 것이었다. 미국에 전혀 임박한 위협이 되지 않는 나라를 계획적으로 침공하고, 점령해 그 정부를 전복시켰다.
과거 베트남 전은 달랐다. 친미 정부가 공산 저항세력에 무너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 미국이 개입한 것이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91년의 걸프전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략 점령한 데 대한 옳은 대응이었다. 그리고 당시 부시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타도 및 이라크 점령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의도적으로 멈추었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그 보다 훨씬 공격적인 정책을 썼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이 위협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전에 미리 쳐부순다는 원칙이다. 그 결과 미군정이 이라크 과도 정부에 제한적 주권을 이양한 현재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라크내 반도들의 폭력사태는 최고점에 다달았다.
중동지역 주민들은 미국을 더 이상 친구로 보지 않고 석유 공급과 미군기지 확보만을 노리는 제국주의 파워로 보고 있다.
세계의 많은 다른 나라사람들은 미국을 악당으로 보고 있다. 부시행정부와 지지자들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긴밀한 관계, 바그다드를 거점으로 한 중동지역의 민주화 가능성은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권 이양 전 몇주 동안 자살 폭탄, 정치지도자 암살, 송유관 공격 등 폭력 사태는 극에 달했다. 이라크인들은 더 이상 잔인한 후세인 악당들의 고문이나 살해를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폭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겁이 나서 집밖을 나가지를 못한다.
전쟁으로 미국도 피해가 많다. 인명 피해와 수십억 달러의 전쟁 수행비용,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분노의 기름을 제공했다. 지금 이라크 국민들중 90% 이상은 미국이 떠나기를 바라고 있다.
주권이양과 함께 이라크 인들은 무엇보다도 경찰, 군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줄어들기를 희망하지만 그렇게 된다는 증거는 없다. 또 다른 목표였던 민주주의는 희미해졌다. 이라크 과도정부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치안이다.
이라크 정부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제는 국민 통합이다. 쿠르드족은 최소한의 자율권을 원하고, 시아파와 수니파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시아파 내부에서도 분열상은 심각하다.
세계 최강국으로서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 미국의 오만은 많은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남겼다. 선제공격은 실패한 독트린이다. 당장의 위협이 되지 않는 적국을 강압적으로 바꿔놓으려던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 미국은 앞으로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정보력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 미국은 우방국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겸손해야 한다.
LA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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