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8일 파키스탄에서 치열한 총격전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의 1급 참모인 아부 주베이다가 잡혔다고 신문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아부 주베이다는 9.11 테러를 기획한 빈 라덴의 오른팔로 알려져 그의 입에서 과연 어떤 알카에다 비밀이 흘러나올지 굉장한 관심을 모았었다.
드디어 주베이다가 입을 열기 시작한 이야기들이 최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믿기 어려운 뒷거래였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우디를 떠나는 조건으로 알카에다를 사우디가 후원한 내용이다. 그동안 사우디의 알카에다 후원설은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미국은 그래도 “설마...” 했었다.
주베이다에 의하면 지난 91년 사우디의 정보책임자인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가 빈 라덴을 불러 “사우디를 떠나라. 그러면 알카에다를 돕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 후 투르키 왕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빈 라덴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야기는 미국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 미정보당국 고위층으로부터들은 주베이다 심문내용을 제럴드 포즈너라는 작가가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문제는 포즈너의 스토리 내용이 구체적이고 아랍문제 전문가들도 수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빈 라덴이 어디서 돈이 나서 그 방대한 알카에다 조직을 운영해 왔을까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빈 라덴이 아라비아 왕족 출신이라고 하지만 세계적인 테러 조직망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주베이다가 순순히 불었을 리가 없다. “미국은 왜 잠자고 있었는가”라는 이 책에 의하면 미 수사당국은 그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소디움펜토달이라는 특수약을 사용했는데 이 약을 투입하면 극도의 진통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면서 자백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한다.
소디움펜토달의 사용은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케이스”에는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63년에 나왔기 때문에 주베이다 심문에 투약했던 것으로 되어 있다.
9.11테러가 있은 후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테러범 20여명 중에 18명이 사우디 출신이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주미 사우디 대사 부인이 자선단체로 가장한 알카에다 조직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보낸데 대해 미정부 당국자가 항의한 적도 있었다. 부시는 9.11이 터지자 이라크의 후세인을 의심했지만 놀랍게도 사우디 쪽에서 뭐가 자꾸 튀어 나왔다.
이슬람 원리주의자 전부가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다. 그런데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인 ‘와하비즘’이 시작된 곳이 바로 사우디다. 사우디에는 ‘메카’가 있어 어느 면에서나 이슬람의 정신운동은 사우디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우디 왕가는 이란에서 일어난 원리주의자들의 혁명에서 샤의 비참한 운명을 목격하고는 겁을 집어먹게 된 것이다. 그래서 빈 라덴과 타협을 한 것 같다.
사실 빈 라덴의 공격목표는 미국이기 전에 사우디가 먼저였어야 알카에다의 교과서와 일치한다. 1998년 2월 빈 라덴이 발표한 알카에다 투쟁선언에 의하면 미국인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일 것과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도 공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원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미국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이슬람 국가가 아랍형제들의 배반자라고 규정하고 이들 타도를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과연 우방국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단계에 놓여 있다. 프랑스, 독일과는 이미 사이가 나빠져 NATO가 존립위기에 놓여 있다.
9.11사태 때는 전세계가 미국을 동정했었는데 이라크를 공격하면서부터 미국의 이미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변한 것이다. 9.11테러는 엉뚱하게도 미국 외교의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 부시 대통령이 ‘나 홀로’ 외교를 이대로 계속하면 9.11테러의 교훈이 망각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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